냉랭했던 한중 관계 새 전기?…이재명·시진핑 30분 통화

정치

이데일리,

2025년 6월 10일, 오후 06:59

[이데일리 김유성 김인경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약 30분간 정상 통화를 했다. 순서로는 미국과 일본 다음이지만, 통화 시간으로는 가장 길었다. 냉랭했던 한중 관계가 새로운 전기를 맞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이재명 대통령이 1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0일 대통령실은 이날 오전 11시 30분부터 약 30분 동안 이 대통령과 시 주석이 통화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한·중 간 전략적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하고, 시 주석의 방한을 공식 요청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 대통령의 대선 승리를 축하하고, 한중 간 전략적 협력 관계의 새로운 발전을 위해 협력하자는 의지를 표명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감사의 뜻을 전하면서 “양국이 호혜와 평등의 정신을 바탕으로 경제·안보·문화·물적 교류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한 협력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화답했다.


이 대통령은 올해 11월 경북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긴밀히 협조하자는 뜻을 시 주석에게 전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시 주석의 방한 및 APEC 정상회의 참석을 정식으로 요청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시 주석이 APEC에 참석하게 되면 11년 만의 한국 방문이 된다”며 “양국 관계의 중요한 전기가 될 것으로 본다”고 기대했다.

이 대통령과 시 주석의 통화를 계기로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와 한한령(限韓令·중국의 한류 제한령)등 양국 관계의 민감한 사안 관련 갈등이 풀릴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온다. 다만 이날은 첫 통화인 만큼 양 정상은 양국 현안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보다는 서로 덕담을 주고받는 수준에서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통화 후 이 대통령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시 주석과의 통화 후기를 전했다. 그는 “우리에게 중국은 경제, 안보 등 모든 면에서 중요한 파트너”라며 “APEC 의장국인 양국이 이번 APEC을 계기로 긴밀하게 협력하면서 양국민의 삶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함께 만들어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정부 들어 대중 관계가 해빙 기류를 맞이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실제 이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20분),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25분)보다 긴 30분 동안 시 주석과 통화했다. 전화 순서로는 세 번째지만, 비중 면에서는 미국·일본에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다.

국립외교원장 출신 김준형 조국혁신당 의원은 “(윤석열 정부 때) 중국과의 관계가 워낙 나빴기 때문에 이번에는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를 가질 수 있다”며 “중국 입장에서는 미국과의 완충지대를 만들기 위해 한국과의 관계 개선에 신경 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미국의 중국 견제가 노골화되는 상황에서, 이재명 정부가 주변 4강과의 외교에 실용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조언도 따른다. 김 의원은 “미국과는 당당하게 주고받는 협상의 외교를 하면서, 다른 나라들과 보조를 맞춰야 한다”며 “그동안 소홀했던 중국·러시아와의 외교는 ‘관리한다’는 차원에서 경제와 안보를 함께 챙겨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