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상법 개정 우려는 '기우'…배임죄 개정도 논의 가능"

정치

이데일리,

2025년 6월 12일, 오전 05:10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정책위 수석부의장이 1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노진환 기자)
[이데일리 한광범 박종화 기자] “대법원은 판례를 통해 경영판단의 원칙을 명확히 하고 있습니다. 상법 개정으로 이사의 충실의무가 주주까지 확대되면 소송이 증가할 것이란 우려는 기우에 불과합니다.”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더불어민주당이 상법 개정에 나선 가운데, 법안 대표발의자인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1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한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기업들의 법안 우려에 대해 이 같이 평가했다.

현재 민주당이 추진 중인 상법 개정은 △이사의 충실의무 주주로 확대 △사외이사→독립이사 변경 △대규모 상장회사의 집중투표제 강화 및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 △전자주주총회 도입 의무화 △감사 선임 시 지배주주 의결권 3%로 제한 등을 내용으로 한다.


◇李대통령 ‘상법 개정’ 강한 의지 지속 피력

이번 상법 개정은 이재명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됐다. 이 대통령은 민주당 당대표 시절부터 상법 개정을 지속적으로 추진한 바 있다. 그는 대선 후보 시절 “대통령 취임 시 2~3주 내로 상법 개정을 하겠다”고 수차례 밝히기도 했다. 현재로선 이재명정부의 경제 공약 1호 입법이 될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은 상법 개정안 시행 시기를 별도의 유예기간 없이 ‘공포 즉시’로 못 박아둔 상태다. 기업들의 물리적 준비기간이 필요한 전자주총 의무화에 대해서만 1년의 유예기간을 명시했다.

기업들이 상법 개정에 대해 우려를 쏟아내고 있지만 민주당은 법안 추진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이 부의장은 “지난해부터 당내에서 우리나라 주식시장의 고질적 저평가에 대한 논의가 있었고, 해법 중 하나가 ‘주식시장 5대 부스터 조항’을 담은 상법 개정”이라며 “민생과도 관련이 있는 법안이기에 서둘러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안에 새롭게 들어간 ‘3%룰 강화’ 조항에 대해선 “그동안 감사위원 분리 선임 시 이 룰이 적용되지 않던 사외이사까지 다 포함하도록 한 것”이라며 “이를 통해 감사위원 선임 시 대주주의 입김을 최대한 좀 막아 회사에 대한 건전한 감독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부의장은 상법 개정에 대한 기업들의 우려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는 “이사들이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합리적 판단을 한 경우라면 설령 회사에 손해가 발생해도 경영판단의 원칙에 따라 면책을 받는다”며 “그것이 현재 확립된 대법원의 명확한 판례”라고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주식시장 불공정거래 근절을 위한 현장 간담회에서 참석자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당대표 시절부터 주식시장 활성화 대책 중 하나로 불공정거래 근절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사진=연합뉴스)
◇배임죄 관련 “자의적 검찰권행사 막을 법문 정리 필요”


이와 관련해 기업들은 현행 배임죄의 모호한 문구에 대해 우려한다. 비교적 명확한 대법 판례와 달리 현행 배임죄에 ‘경영판단의 원칙’이 명문화돼 있지 않아 배임죄 수사에 노출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 부의장은 이와 관련해 “기업을 운영하는 분들 입장에서는 배임죄가 애매한 부분이 있는 것은 맞다. 향후 배임죄 구성 요건에 경영 판단의 원칙을 넣는 식으로 논의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자의적인 검찰권 행사가 가능하면 안 되는 부분은 명확하게 정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경영 행위로 손해가 발생할 경우 형사처벌과 민사 손해배상까지 할 수 있다는 우려를 줄여줘야 한다. 더 안심하고 경영 활동을 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부의장은 ‘경영권 방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기업들의 주장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기우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사모펀드나 해외 행동주의 펀드들은 투자한 회사에서 이익을 가져가려 한다”며 “단기적 투자로 이득을 내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어 “블랙록 등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이 상법 개정과 무관하게 현행 제도로도 경영권 분쟁을 충분히 일으킬 수도 있지만, 애초 목적인 투자를 통한 이익 회수에 집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분리 선출된 감사위원이 많아야 1~2명 이사회에 들어가게 되는데, 기존 이사회를 견제하는 역할 이상은 하기 어렵다”며 “이들이 이사회에 들어갔다고 경영권이 흔들리거나 탈취되겠나”라고 반문했다.

민주당은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연일 코스피 지수가 연일 상승하고 있는 것에 고무된 모습이다. 이 부의장도 비상계엄 이후 지속된 국내 정국의 불확실성 해소와 함께 이재명정부의 주식시장 활성화 공약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현 시장 상황이) 상법 개정을 비롯해 자본시장 활성화에 대한 이 대통령의 강한 의지도 반영이 돼 있는 것 같다”며 “저희가 시장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선 상법에 더해 자본시장법을 개정해 시장 활성화의 디딤돌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