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에 러브콜 보낸 트럼프…韓, 북미대화 가능성 준비해야

정치

이데일리,

2025년 6월 12일, 오전 11:24

[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공식적인 러브콜을 보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싱가포르에서 열린 첫 북미정상회담 시기처럼 북미간 관계 진전을 원한다는 의사를 내비친 가운데, 우리 정부도 북미 대화를 전제로 외교전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정은, 트럼프 러브콜 무시한 채…푸틴에 ‘언제나 함께’

11일(현지시간)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보낸 친서를 북한이 수령 거부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와 관련한 질문에 “대통령은 김정은과의 서신 교환에 여전히 수용적인(receptive) 입장”이라며 “그는 싱가포르에서 있었던 첫 임기 당시의 진전을 다시 보고 싶어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레빗 대변인은 “구체적인 서신 교환과 관련한 사안은 대통령에게 물어보는 게 좋겠다”며 직접적인 언급은 피했다.


이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 보내는 친서 수령을 북한이 거부했다는 일부 매체 보도에 대한 질문 과정에서 나왔다. 백악관이 이 보도를 부인하지 않는 동시에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관계 진전에 열려 있다는 입장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미국의 북한 전문 매체 NK뉴스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북미 대화채널 복구를 원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보내는 친서를 뉴욕에서 활동하는 북한 외교관들에게 전달하려 했지만, 이들이 수령을 거부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북미는 2018년부터 세 차례 정상회담을 열었고, 특히 2018년 싱가포르에서는 ‘새로운 북미 관계 수립·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완전한 비핵화 노력’ 등을 담은 합의도 이끌어냈다. 하지만 2019년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북한은 영변 핵시설 폐기를 전제로 제재 해제를 받아내려 했지만 끝내 이견을 줄이지 못하고 협상은 무상됐다.

북한이 ‘하노이 노딜’ 경험 후, 미국이나 한국에 적대적인 입장을 보이는데다 러시아라는 우군을 마련한 만큼 북미 대화 전개는 2018~2019년보다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 이날도 김 위원장은 조선중앙통신에 블라디미르 푸틴에 보내는 친서를 공개하며 ‘북러는 진정한 전우이자 동맹’이며 ‘언제나 함께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러시아라는 안전판이 마련된 만큼,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나 협상에 조급할 필요는 없는 상황이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 없이도 생존 전략을 확보했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며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하는 ‘톱다운’ 외교가 과거와 같은 효과를 내기 어려운 환경임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당장은 아니더라도 시간이 지날수록 북한이 전략적 이익을 위해 미국과의 대화에 나설 수도 있다. 임 교수는 “북한이 러시아와의 동맹을 유지하면서도 전략적 이익을 위해 미국과의 대화 가능성을 열어둘 것”이라며 “유리한 협상 조건이 성립될 경우를 대비해 신중한 태도를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이달 하순 열리는 당 중앙위 8기 12차 전원회의 등에서 김 위원장이 대미 혹은 대남정책에 대해 직접 언급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평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집권 1기시절인 2019년 6월 판문점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북미대화 염두에 두고 ‘비핵화·한미동맹’ 원칙 지켜야

아직 북미간 관계 개선 신호가 뚜렷하게 보이진 않지만, 북미 대화가 시작될 가능성에 대비해 이재명 정부도 향후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상간의 직접 대화를 선호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김 국방위원장을 언급하며 ‘뉴클리어 파워(Nuclear power)’라고 말했다. 북한을 공식적인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더라도 핵 능력이 있다는 걸 강조하는 발언이다. 이에 ‘한반도 비핵화’라는 한미간 공동 목표를 명확히 하고 북미 대화 과정에서 우리 측이 패싱(소외) 되지 않도록 집권 초 대북정책 청사진을 마련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집권하며 대북전단 살포와 대북확성기 방송을 중단하는 유화적 제스추어를 보냈고 이에 북한 역시 방송을 중단했다. 하지만 아직 이재명 정부가 내세운 ‘남북간 신뢰 복원’이나 ‘핫라인 복원’ 등은 갈 길이 멀다. 북한이 ‘적대적 두 국가 정책’을 펴는 한, 한계가 있을 것이란 지적 가운데, 한미간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북한은 사실상 핵보유국 지위를 기정사실화하며, 미국과의 핵군축 협상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이러한 상황일수록 미국과 한국은 ‘북한의 비핵화’라는 원칙을 명확히 하고 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박 교수는 “주한미군 철수 등 북한의 과도한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협상의 기본 원칙과 가이드라인을 사전에 설정해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은 “우리 정부는 북미대화를 적극 지지하면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에 대비해 러시아 및 중국과의 관계 복원도 소홀히 해선 안된다”며 “한반도 비핵화와 동북아 안정을 위해 4자회담이나 6자회담 개최에 지혜를 모을 때”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