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 33세, 전북은 30세…왜 지방은 '더 일찍 결혼'할까?

정치

MHN스포츠,

2025년 6월 23일, 오후 05:10

(MHN 이민주 인턴기자) 수도권보다 결혼 비중이 높은 지방 청년들의 결혼 연령대 격차가 통계로 확인됐다.

지난해 5월 기준 통계청이 발표한 ‘2024 청년 통계’에 따르면, 25~39세 청년 중 수도권에 거주하는 기혼자는 31.7%, 비수도권은 36.1%로 나타났다. 결혼 시점에서 지역 간 차이가 뚜렷하게 드러난 것이다.

초혼 연령에서도 격차가 확인된다. 2023년 기준 전국 평균 초혼 연령은 남성 33.9세, 여성 31.6세였으나, 서울은 각각 34.5세와 32.6세, 전북은 31.7세와 29.5세로 3세 가까운 차이를 보였다.

'서울에선 먼 꿈, 전북에선 준비' 청년들이 말하는 결혼
결혼에 대한 기대와 시점은 거주지에 따라 확연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수도권과 지방 사이에 현저히 벌어진 집값과, 물가에 따른 지역별 격차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서울 마포구에 거주하는 33세 회사원 김민서(가명) 씨는 “직장이 안정되지 않았고, 주거 문제도 막막해 결혼은 먼 이야기”라며 “주변에서도 결혼한 친구는 드물다”고 말했다. 반면 전북 정읍의 간호사 이수진(가명) 씨는 “직장도 일찍 잡았고, 부모님과 친구들의 영향으로 자연스럽게 결혼을 준비했다”며 “20대 후반이면 거의 다 결혼한다”고 말했다. 

빠른 결혼의 현실, 장점과 한계 공존
빠른 결혼은 안정감을 줄 수 있지만, 반대로 충분한 준비 없이 시작해 실패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장점의 경우 일반적으로 경제적인 안정과 더불어 정서적인 안정 및 지지, 심리적인 안정감 등을 꼽을 수 있다. 반면, 개인적인 미성숙과 더불어 출산 및 육아에 대한 부부간 관점 차이, 출산 후 여성의 경력 단절 등이 대표적인 단점으로 꼽힌다. 

29세에 결혼한 정현우 씨(광주, 가명)는 “책임감이 생기고 가정이 안정돼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나 27세에 결혼 후 이혼한 박지혜 씨(청주, 가명)는 “결혼을 너무 가볍게 결정했다”며 “준비가 부족한 채 결혼하면 더 큰 상처를 남긴다”고 털어놨다.

전문가들 '결혼을 결정하는 것은 결국 문화와 구조'
23일 기준 파이낸셜뉴스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결혼하고 싶느냐'는 질문에 '그렇다'는 응답이 75%, '아니다'라는 응답이 25%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근래 들어 혼인 및 가정을 꾸리는 것을 인생의 필수 통과 의례가 아닌 일종의 선택요소로 바라보고 있는 성향이 커졌다. 다만 이 과정에서 아직까지 보수적인 성향이 남아있는 지방의 경우 결혼의 '관습화'가 잔존하는 성향이 짙다. 

윤아람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지방은 가족 중심 문화가 강해 결혼이 일종의 통과의례처럼 여겨진다”며 “도시는 개인주의적 가치관이 강해 결혼을 미루는 경향이 크다'고 분석했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정연경 씨는 “지방 청년은 결혼을 삶의 과정으로 받아들이고, 도시 청년은 ‘결단’으로 본다”며 “이 인식 차이가 행동 시점 차이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결혼의 시계는 속도가 아니라 방향
지방과 도시의 결혼 연령 차이는 단순한 속도 문제가 아니다. 이면에는 가족 가치관, 경제 환경, 사회 구조의 차이가 존재한다. 중요한 것은 언제 결혼하느냐보다, 결혼을 결정할 수 있는 충분한 여건과 자율성이 보장되는 사회다.
 

사진=유튜브 '준호 지민',비트인터렉티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