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윤희숙(오른쪽)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을 위해 단상으로 향하고 있다.
그는 특히 자신의 혁신안 핵심인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단절’과 관련해 “제대로 된 단절을 해달라는 당원들 열망을 배신하고, 오히려 윤 전 대통령에게 가까이 붙는 모습까지 나타나고 있다”며 “광화문 광장 세력을 당의 안방까지 끌어들이는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어 “그 자리에 갔던 의원님들께 여쭙고 싶다”며 “아직도 계엄이 계몽인가, 아니면 추억인가. 국민과 당원께 계엄은 악몽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같은 발언은 지난 1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리셋코리아 운동본부’ 발대식과 맞닿아 있다. 이날 행사에는 송 비대위원장, 정점식 사무총장, 김정재 정책위의장 등 지도부가 참석했다. 발대식을 주도한 단체 중에는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이끌어온 ‘윤어게인’ 세력이 포함돼 있었고, 김기현·김민전 등 친윤(親윤석열)계 인사들도 자리했다.

왼쪽부터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 윤상현 의원, 장동혁 의원,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 (사진 = 이데일리 방인권 노진환 기자)
이어 “당이 굉장히 병들어 있고, 고쳐 쓸 수 없는 당이라고 말하는 분들이 많다”며 “그런데 광장 세력을 당의 안방까지 끌어들이는 것은 당이 다시 일어서지 못하게 숨통을 조이는, 아주 극악한 해당 행위”라고 경고했다. 윤 위원장은 추가 인적쇄신안도 예고하며 “혁신위원장직 사퇴가 아닌, 끝까지 남는 게 결단”이라고 했다.
계파 문제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더 절망스러운 건 우리 당은 계파 싸움으로 무덤을 판 오욕의 역사가 있음에도, 여전히 계파 싸움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오는 20일 윤 위원장의 혁신안을 논의하기 위해 열리는 의원총회에서 ‘계파활동 금지 원칙’ 서약서를 작성한 뒤 국민에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반면, 당 지도부는 윤 위원장의 발표 방식과 내용 모두에 불쾌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송 비대위원장은 “절차와 과정에 대해 들은 바 없다”며 “혁신 방안은 절차상 비대위가 최종 결정한다”고 밝혔다. ‘혁신위와 지도부 간 충돌 아니냐’는 질문에는 “갈등으로 곡해될 수 있으나, 지금까지는 당의 총의를 모아가는 과정”이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한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사전 협의는 전혀 되지 않은 상황이다. 이미 20일 의원총회에서 논의하기로 하지 않았나”라며 “지금은 인사청문회에 집중할 시기”라고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