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여성가족위원회 전체회의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며 굳은 표정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일이 반복되지만, 국회 차원에서 근본적인 환경 개선에 나서긴 쉽지 않은 실정이다. 강 후보자 논란은 지난 9일에 불거졌지만, 더불어민주당 보좌진협의회(민보협)는 침묵을 지키다 15일이 되어서야 여당 지도부를 만나 보좌진 처우 개선을 위한 논의기구 구성을 요청했다. 강 후보자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다.
민보협 역대 회장단은 16일에야 입장문을 내고 “강 후보자의 보좌진의 인격을 무시한 갑질 행위는 여가부장관으로서는 물론, 국회의원으로서도 기본적 자세조차 결여된 것”이라며 “인사청문회를 통해 해명을 하겠다는 후보자의 입장을 존중했으나, 거짓 변명과 자기 방어에만 급급했다”며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반면, 국민의힘 보좌진협의회(국보협)는 인사청문회 하루 전인 14일 ‘여가부 장관 자격 없다’는 피켓을 들고 나서며 공격적인 시위에 나섰다. 두 단체의 대응은 뚜렷한 대조를 이뤘다.
민보협이 초기 대응에 나서지 못한 배경은 명확하다. 국보협보다 갑질을 용인해서가 아니라, 당과 정치적 입장을 공유하는 구조 속에서 섣불리 움직이기 어려웠던 것이다. 국민의힘 측 한 관계자는 “이해는 한다. 만약 우리 당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면, 우리도 섣불리 나서기 어려웠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보좌진의 침묵은 고용 구조에도 원인이 있다. 보좌진은 공무원이 아니라 의원 개인의 정치 활동을 보좌하는 ‘정치 비서관’이다. 채용과 해고 권한은 전적으로 의원에게 있으며, 의원이 “그만두라”고 하면 일방적인 해고도 가능하다.
강한 수직 구조와 폐쇄적인 조직 문화 또한 문제를 키운다. 국회 내 뿌리 깊은 위계 질서와 익명성이 보장되지 않는 환경은 갑질을 가능하게 한다. 강한 위계 속에서 의원의 사적 지시가 내려와도 이에 반기를 들기는 어렵고, 불이익을 우려해 침묵할 수밖에 없다.
한 국회 관계자는 “인권센터가 있더라도 실제로 업무 환경 개선까지 이어지지는 않는다”며 “신고된 의원실을 상대로 색출 작업이 벌어질 수 있고, 이로 인해 해당 직원은 이직조차 어려워질 수 있다. 안타까운 건, 이러한 여론 흐름에도 국회 내 의원들의 움직임이 적극적이지 않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 후보자 사례를 계기로 제도 개선 요구도 높아지고 있다. 국회 인권센터조차 색출과 불이익 우려 때문에 실효성이 떨어지는 만큼, 보좌진들이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위한 근본적 개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한지아 국민의힘 의원은 이른바 ‘강선우 갑질 방지법’ 발의를 위한 입법 절차에 착수했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도 해당 입법에 동참할 계획이다. 이번 움직임이 보좌진 잔혹사를 끝내는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