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탕·방탄·무력'…李정부 첫 내각 청문회, 검증의 실종

정치

뉴스1,

2025년 7월 19일, 오전 06:03

이재명 대통령이 1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4차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2025.7.17/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첫 '인사청문회 슈퍼위크'가 18일로 막을 내렸다. 14일부터 닷새간 16명의 장관 후보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청문회는 ‘맹탕’이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각종 의혹이 제기됐지만, 증인 채택도 자료 제출도 부실해 핵심 쟁점에 대한 검증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여당은 방탄에만 치중했고, 특검 수사와 내홍에 발목 잡힌 야당은 전략 부재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

19일 국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강선우 여성가족부·정동영 통일부·이진숙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권오을 국가보훈부·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를 '무자격 5적'으로 규정하고 지명 철회를 촉구했지만, 낙마 없이 그대로 가는 기류다.

여야가 합의로△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조현 외교부 장관 △김정관 산업자원통상자원부 장관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 등 5개 부처 장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 경과보고서를 채택한 것은 그나마 의미 있는 성과로 평가된다.

이마저도 여야 강대강 대치 속 대미 관세 협상에 대한 국민의힘 협조로 이뤄졌다. 윤호중 행안부 장관 후보자의 경우 호우피해에 따른 재난·안전 컨트롤 타워 공백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데 여야 의원들의 뜻이 모아져 청문회 당일 청문 경과보고서가 채택됐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 후보자 청문보고서도 법사위에서 채택됐지만 여야가 충돌하면 결국 표결로 진행, 민주당 의원들의 적격 의견만 포함됐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왼쪽),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18일 오후 장관 후보자들 청문보고서 채택 문제 논의 등으로 회동하기 위해 각각 국회 운영위원장실로 향하고 있다. 2025.7.18/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전날(18일) 진행된 원내대표 회동에서는 양측은 입장차만 확인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에 따르면,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전부 다 모든 분을 낙마 없이 가야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김 원내대표는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결격에 이를 문제는 없었다"고 언급했다.

민주당은 청문회 내내 임명을 기정사실화했고, 야당은 압도적인 의석 수 앞에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야당의 무대' 인사청문회 기간에도 국민의힘은 대여 공세에 집중하지 못했다.혁신위발 내홍이 불거졌고, 윤상현·임종득 의원에 이어 전날에는 권성동·이철규 의원을 상대로 특검의 압수수색이 진행됐다.

일부 장관 후보자들은 '하루만 버티면 된다'는 태도를 보였다. 제자 논문 표절 의혹이 제기된 이진숙 후보자는 청문회 산회 직전 '곤란한 질문에는 즉답을 피하라', '동문서답하라'는 내용의 포스트잇이 붙어 있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강선우 후보자는 보좌진 갑질 의혹에 대해 "모두 제 부덕의 소치"라며 수차례 사과했고, 청문회 도중 울먹이기도 했다. 하지만이후에도 '거짓 해명' 논란이 더해졌고 보좌진 취업 방해, 재산등록 누락 등 각종 의혹이 잇따랐다.

전날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도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국민의힘은 '코로나 영웅, 의혹 앞에 당당해라'는 문구를 노트북에 부착하며 공세에 나섰지만 민주당은'가짜뉴스', '내란 정당의 발목잡기'라며 정 후보자를 적극 엄호했다.

대통령실과 민주당이 모든 후보자를 임명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은 논란이 큰 후보자를 그때그때 정리할 경우, 야당의 타깃이 그 다음 후보자로 옮겨 갈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 2017년 경기 성남시장 시절 한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정부의 장관 인사와 관련해 "각료를 임명할 때는 한꺼번에 다 해야 한다, 물소 떼가 강을 건너듯이. 그래야 한마리씩 잡아먹히지 않는다"고 했다.

청문회 국면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오는 21일 김상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청문회, 29일 김윤덕 국토교통부·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의 청문회가 남아있다. 김 후보자는 부동산 다운계약 의혹 등이, 최 후보자는 240억 원대 재산 보유와 정책 전문성이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angela020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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