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국방부가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추미애 의원에게 제출한 ‘형(刑) 확정자 사진게시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9개 부대가 국방부 부대관리훈령 제5장 제4절 ‘역대 지휘관 및 부서장 사진’ 관련 규정을 위반하고 있었다. 해당 규정에 따르면 내란·외환·반란·이적죄를 저지르거나 부패·비리 등으로 형이 확정된 역대 지휘관 및 부서장 사진은 예우·홍보 목적으로 게시할 수 없다. 단, 재직기간 등 역사적 기록 보존 목적으로 한 곳에만 게시할 수 있다.

지난 1월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의’가 열린 가운데, 주요 군 관계자들이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자료 검토 결과 육군 2개 군단·7개 사단은 역사관에 더해 본청 복도나 회의실에 범법 지휘관들 사진을 게시하고 있다. 정치관여 혐의로 형이 확정된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의 경우 그가 지휘관을 역임한 2군단과 35사단 역사관 및 회의실에 사진이 각각 걸려 있다. 같은 범죄로 형이 확정된 임관빈 전 국방부 정책실장 사진은 6사단과 수도군단의 역사관뿐만 아니라 회의실과 복도에서 확인할 수 있다.
7사단과 72사단은 성비위로 파면된 지휘관 사진을 역사관과 회의실에 유지하고 있다. 53사단 역사관과 회의실에도 ‘국방회관 비리’에 연루됐던 지휘관 사진이 여전히 있다. 5사단과 제2신속대응사단의 경우 1950년 납북 이후 인민군 여단장까지 한 송호성 사진을 회의실에까지 걸어 놨다. 그가 지휘한 1사단과 육군사관학교는 역사관에만 사진을 게시했다.
이와는 다르게 아예 범법 지휘관 사진을 걸지 않은 부대들도 있다. 공군사관학교는 별도 역사관에 역대 지휘관 사진 게시 장소가 없어 복도에 걸고 있는데, 주영복 10대 교장(12·12 쿠데타)과 윤자중 17대 교장(명성그룹 뇌물비리) 사진은 없다. 육군 제3공수여단 경우에도 역대 지휘관 사진 중 최세창 5대 여단장과 장세동 6대 여단장 자리를 비워놨다.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 사진은 10·26 사태 이후 그가 지휘했던 부대에서 폐기됐지만, 2019년 이후 다시 걸렸다. 육군 6사단 역사관에 걸린 사진이다. (사진=육군)
특히 국군방첩사령부는 같은 내란·반란·이적죄인데도 20대·21대 사령관을 지낸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사진은 걸어 놓고 16대 사령관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 사진은 없앴다. 율곡사업 비리에 연루됐던 이종구 24대 사령관과 사이버댓글 사건으로 징역형이 확정된 배득식 39대 사령관 사진도 게시돼 있다. 김 전 부장 사진은 박정희 전 대통령 시해 사건 이후 방첩사 뿐만 아니라 6사단과 3군단 등 그가 지휘했던 부대에서도 사라졌다. 지금의 역대 지휘관 및 부서장 사진 규정이 만들어진 2019년 6사단과 3군단은 김 전 부장 사진을 게시했지만, 3군단은 역사관 개편 때 떼어냈다가 최근 다시 걸었다.
역대 지휘관 사진을 게시하는 이유는 역사적 기록 보존뿐만 아니라 부대원의 자부심과 소속감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12·3 비상계엄 이후 내란·외환·반란·이적 등 헌정질서 파괴범죄자까지 차별 없이 게시하는 데 대한 적절성 논란이 일고 있다. 추미애 의원은 “내란·반란·이적죄로 대통령직까지 박탈당한 역사적 죄인 전두환·노태우 사진을 주요 부대에 버젓이 게시하고 있다는 게 개탄스럽다”면서 “국방부는 당장 철거해서 역사적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