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의힘 당 대표 출마선언을 한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이 21일 경남 산청군 산청읍행정복지센터에 마련된 종합상황실을 찾아 폭우와 산사태 등 피해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2025.7.21/뉴스1 © News1 윤일지 기자
국민의힘 전당대회 대진표가 점차 윤곽을 드러내고 있는 가운데, 당권 주자들 간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한 입장을 기준으로 나뉘는 구도가 뚜렷해지는 모습이다.
표면적으로는 당내 인적 쇄신과 전 한국사 강사 전한길 씨 입당 논란 등 현안에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찬탄(탄핵 찬성)파와 반탄(탄핵 반대)파의 구도가 굳어지는 양상이다.
23일 야권에 따르면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과 장동혁 의원이 '반탄파'로, 조경태·안철수 의원이 '찬탄파'로 각각 분류된다는 평가다.
김문수 전 장관은 전날 한 방송에 출연해 "(전 씨가) 해당 행위 등 잘못한 것이 있으면 내보낼 수는 있지만, 그렇지 않은 이상 생각이 다른 사람은 같이 당을 해나가야 한다"며 "전 씨는 이미 당이 품었다"고 했다.
장동혁 의원은 전날 출마 회견에서 자신이 주최하고 전 씨가 참석한 '신우파의 길' 토론회를 두고 당내 비판이 나오는 데 대해 "나와 생각이 다른 분들이 토론회에 왔다 해서 그때는 함께 싸웠던 사람들이 이제는 대선에 패배했으니, 곁에 오지 말라는 건 보수정당이 보일 모습이 아니다"고 말했다.
반면 조경태·안철수 의원은 전 씨를 '극우'로 규정하고 결별해야 한다는 입장을 연일 피력하고 있다. 특히 전 씨가 탄핵 국면에서 '반탄'의 상징과 같은 인물로 자리 잡은 만큼 사실상 윤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한입장을 가르는 기준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현안 기자회견을 마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5.7.21/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이들은 인적 쇄신에 대해서도 입장이 선명하게 갈린다.
김문수 전 장관은 지난 20일 출마 회견에서 인적 쇄신에 대해 "당이 쪼그라드는 방향으로 혁신한다면 반은 혁신이지만, 상당한 자해 행위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고, 장동혁 의원은 전날 인적 쇄신 요구를 '내부 총질'로 규정하고 "당의 전투력을 떨어뜨릴 것이라면 우리 당에 있어야 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반면 조경태 의원은 취임 즉시 인적쇄신위원회를 구성해 윤 전 대통령 체포 저지를 위해 한남동 관저에 모였던 40여명을 징계하겠다고 했다. 안철수 의원 역시 전날 "당 대표가 된다면 더 넓은 인적 청산을 추진할 의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는 비상계엄과 탄핵을 겪으며 당 지지층이 '찬탄파'와 '반탄파'로 분화된 영향이다. 분열을 수습하는 과정 없이 전당대회로 돌입하면서 당권 주자들 간 이견으로 분열상이 고스란히 드러났다는 평가다.
기존의 뜻을 굽히기 어려운 주제인 만큼, 서로를 퇴출 대상으로 지목하는 등 격한 갈등이 표출되고 있다. 이번 전당대회에 출마하겠다고 밝힌 한 여권 인사는 "탄핵과 비상계엄이 이번 전당대회 의제로 오른 만큼, 내전 수준의 갈등이 불가피한 단계로 넘어갔다"고 평가했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대통령이 탄핵까지 온 상황에서 책임이 없다고 할 사람은 당에 없는데 이 와중에 책임 공방만 하면서 시간을 보내면 좋게 볼 국민이 없을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탄핵의 바다에서 허우적대는 것으로 보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대 변수는 침묵을 이어가는 한동훈 전 대표의 출마다. 한 전 대표가 이번 주말 전후로 출마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이면서, 찬탄파 내 주요 주자 간 경쟁도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또 김민석 국무총리 인사청문위원으로 활약한 주진우 의원이 "당의 전열을 재정비하고 젊고 강한 보수로 탈바꿈시키겠다"며 당대표 도전을 공식화한 것도 변수로 꼽힌다. 주 의원은 양 극단으로 나뉜 노선 경쟁에서 중도를 공략하겠다는 구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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