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이 1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80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대통령실 관계자는 “정부는 대통령 순방을 앞두고 주미·주일 대사 내정을 마쳤다”며 “절차가 완료되는 대로 공식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외교 관행상 대사 내정자는 상대국의 아그레망(외교사절에 대한 주재국 동의) 절차가 끝나야 확인할 수 있다”며 말을 아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사실상 두 인물이 내정 단계에 들어간 것으로 본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 역시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강 전 장관과 이 전 대사의 임명설에 대해 긍정도 부인도 하지 않았다. 이는 전날 조현 외교부 장관의 발언에서 읽을 수 있다. 조 장관은 지난 1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출석해 “주변 4강 대사 가운데 아그레망 절차가 진행 중인 곳이 일부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주미·주일 대사가 공석인 상황에서 한미·한일 정상회담을 원활히 준비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잘 준비하고 있다.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답해 임명 발표가 가까워졌음을 암시했다.
외교가에서는 이번 인선을 단순한 절차 이상의 메시지로 본다. 강경화 전 장관이 주미대사로 기용될 경우 한국 최초의 여성 외교부 장관에 이어 여성 최초의 주미대사라는 상징성을 얻게 된다. 강 전 장관은 주유엔대표부 공사, 유엔 사무총장 정책특별보좌관 등을 거치며 국제 무대에서 활약했고, 문재인 정부 초대 외교부 장관으로 재임하면서 북핵 문제와 한반도 정세를 다뤘다.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이미 잘 알려진 인물이라는 점에서 외교적 무게감을 더할 수 있다는 평가다.
이혁 전 대사 역시 일본 전문 외교관으로 꼽힌다. 그는 외교부 아시아태평양국장과 기획조정실장 등을 지내며 아시아 외교 현안을 총괄했고, 2009년 주일본 공사를 거치며 일본 정가와 관료 사회에 인맥을 쌓았다. 이후 주필리핀·주베트남 대사를 지내며 아세안 지역에 대한 식견도 넓혔다. 일본과의 역사·경제 현안이 얽혀 있는 상황에서 이 전 대사의 경험이 안정적인 가교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정치적 해석도 나온다. 강 전 장관은 문재인 정부 인사라는 점에서 이재명 정부가 특정 진영 인사를 배제하지 않고 전문성과 상징성을 중시한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전 대사는 외무고시 동기인 위성락 국가안보실장과 호흡을 맞춰온 인물로, 향후 외교안보 라인의 팀워크를 강화할 적임자로 꼽힌다.
대통령 순방과 대사 인선이 맞물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역대 정부에서도 순방 직전 대사를 임명한 사례가 반복돼 왔다. 외교 의전상 국가 원수의 방문 때 해당국 대사가 공석인 것은 결례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에도 4강 중 미국과 일본 대사가 우선 확정돼 대통령의 방일·방미 일정에 맞춰 부임할 가능성이 크다.
이재명 대통령은 오는 23일 일본을 방문해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회담을 갖고 한일 셔틀외교 재개를 공식화할 예정이다. 이후 미국으로 건너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첫 한미 정상회담을 연다.
한편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미국 순방과 관련해 통상 협상 준비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지금의 통상 환경은 끊임없는 협상을 예고하는 일종의 뉴노멀 상황”이라며 “어떤 품목의 관세가 어떻게 달라질지 모르는 환경이어서 통상 당국과 외교 당국 모두 철저히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