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속도조절' 주문…鄭 검찰·사법개혁 급제동 걸리나

정치

이데일리,

2025년 8월 19일, 오후 06:45

이재명 대통령,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한광범 황병서 기자]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추석 전 입법’을 천명한 검찰·사법개혁에 대해 이재명 대통령이 사실상 완급조절을 주문했다. 국민 생활에 직접적으로 큰 영향을 주는 사안인 만큼, 속도전 대신 공론화를 거쳐 부작용 없는 제도 설계가 돼야 한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18일 국무회의에서 정성호 법무부 장관을 지목해 “어떤 민감한 핵심 쟁점이 있다면 들어보고, 충분히 이 쟁점들이 더 많이 공론화되고 사람들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더 될 수 있도록 이 과정들을 거쳐야 하는 것이 더 옳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 발언은 검찰과 사법 개혁 관련 주무부처 법무부에, 민주당 주도의 개혁 입법에 대한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정청래 대표는 전당대회 기간부터 언론과 함께 검찰·사법 영역을 3대 개혁 대상으로 지목하며 ‘전광석화 같은’ 개혁 입법을 천명해 왔다.

◇당내서도 속도전 우려 “文정부 혼선 재연될라”

그는 당대표 당선 이후에도 곧바로 당내에 △검찰개혁특별위원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를 설치하고 전당대회 기간 동안 예고한 대로 ‘추석 전 입법’ 완료를 위한 속도전에 돌입했다. 검찰개혁특위 위원장인 민형배 의원과 사법개혁특위 위원장인 백혜련 의원도 정 대표가 천명한 대로 ‘추석 전 입법’을 위한 속도전을 수차례 강조했다.

하지만 이 같은 속도전을 두고 당내에서조차 우려가 나왔다. 당이 공론화 과정 없이 섣부르게 입법에 나설 경우 자칫 사법시스템에 엄청난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이었다. 문재인정부에서 섣부르게 추진했던 검찰 개혁 입법이 ‘수사기관 간 혼선’, ‘사건적체’ 등의 엄청난 부작용을 야기했던 전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법조계에서도 검찰의 수사·기소권 분리라는 명확한 방향성이 잡혀있고, 윤석열정부 검찰의 과오로 검찰 개혁에 대한 검찰 내 반발도 크지 않은 상황인 만큼, 꼼꼼한 제도 설계를 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이 대통령이 ‘검찰 고위직 출신’ 민정수석을 잇따라 임명한 것도 꼼꼼한 검찰 개혁 제도설계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민주당 강성 의원들 중심으로 검찰 개혁을 ‘정부 주도’가 아닌 ‘당 주도’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며 정부와 엇박자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6월 26일 첫 국회 시정연설을 하기 위해 국회에 도착해 본회의장으로 향하던 중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사진=방인권 기자)
검찰 개혁보다 더 어려운 개혁 과제로 평가받는 사법개혁 역시 민주당은 ‘당 주도’ 개혁 작업에 나서고 있다. 대법원장 포함 현행 14명인 대법관을 30명으로 증원하는 내용의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중심으로 논의를 진행하는 상황이다.

◇與 “속도조절 요구 아닌 ‘부작용 없어야 한다’는 취지”

민주당 사법개혁특위는 19일 오후 ‘전문가 공청회’를 진행했지만, 개정안 찬성 전문가들 위주의 ‘갑론을박 없는’ 공청회에 불과했다. 과거 노무현정부가 정부 및 사법부, 민간위원들이 참여하는 사회적 기구인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를 통한 긴 시간 논의로 사법개혁을 이뤄냈던 전례와는 차이가 크다.

대법관 대규모 증원에 대해선 대법원이 반대하고 있지만, 법원 내부에서조차 일정 정도의 대법관 증원에 대해선 상당한 공감대가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대법관 증원에 찬성하는 판사들조차 ‘대법관 증원’이 전체 사법시스템이 끼치는 영향이 큰 만큼,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하급심 충실화’와 함께 추진돼야 할 문제이지, 대법관 증원만으로는 사법시스템이 더 혼란을 겪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판사 출신으로 이 대통령의 사법연수원 동기인 박희승 의원은 초선 신분임에도, 당에서 추진되고 있는 대법관 증원법에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사개특위 위원이 아님에도 19일 공청회에 참석해 직접 반대 소신을 피력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 역시 대선 후보 시절부터 사법개혁의 경우 검찰개혁과 달리 ‘속도전’이 아닌 ‘장기과제’로 추진하겠다는 점을 밝힌 바 있다. 대법원의 유죄 취지 판결 이후 당내에서 추진되던 대법원을 향한 보복입법도 직접 자제시키기도 했다.

이 대통령의 발언으로 검찰·사법개혁과 관련해 ‘갑론을박할 수 있는 공론화 과정’이 추가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이와 관련해 문진석 원내운영수석부대표는 19일 기자들과 만나 “이 대통령의 메시지는 속도조절 요구가 아닌 ‘신중하게 해야 한다’, ‘숙의해야 한다’, ‘부작용이 없어야 한다’는 취지”라며 “당정대가 사인 맞지 않는다고 해석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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