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HN 이민주 인턴기자) HUG 청년 전세대출 제도가 오히려 청년들의 재정 위기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28일 서울시의회 시정질문과 서울시 발표 등을 통해 청년 전세대출과 청년안심주택 보증 제도의 문제점이 다시 공론화됐다.
예상 대출 금액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계약을 진행해야 하는 구조 역시 문제로 지적된다. 일부 은행은 대출 가능 여부는 안내하면서도 실제 승인 금액은 심사 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로 인해 원하는 수준의 대출이 나오지 않을 경우 HUG 대출을 이용하지 못해 계약 자체가 무산되고, 이미 납부한 가계약금만 날리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실제 사례로, 청년 1명은 “청년 전세대출이 있다고 믿고 계약했는데 은행에서 소득이 없다며 거절당해 500만 원 계약금을 날렸다”고 했고 또 다른 청년은 “조건이 맞지 않는다며 2천만 원 가까운 계약금을 모두 날렸다”고 밝혔다. 대출을 받기 위해 은행 12곳을 방문했으나 무직이라는 이유로 모두 거절당했다는 사례도 있다.
제도가 있음에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현실 속에서 청년들은 "은행을 수차례 발로 뛰어다녔지만 결국 대출을 받지 못했다"며 서러움과 허망함을 호소하고 있다. 계약금을 잃고, 시간과 에너지를 허비하며, 극심한 스트레스 속에 내몰린 청년들에게 지금의 제도는 주거 안정책이 아니라 불안의 또 다른 원인이다.

서울과 수도권의 전세금이 평균 2억 원을 넘는 상황이지만 청년 전세대출의 한도는 최대 1억 원에 그친다. 그러나 이마저도 개인의 신용도나 소득 수준에 따라 전액이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아 청년들 사이에선 “대출은 있지만 쓸 수 있는 집이 없다”는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금리 인상과 대출 규제 강화는 청년들의 부담을 더욱 키우고 있다. 2년 전 1%대 초반이던 전세대출 금리는 현재 2%대 중반까지 상승했으며 보증금은 오르지만 대출 한도는 줄고 있다. 동시에 은행권의 대출 심사가 더욱 까다로워지면서 실제 대출 가능 여부조차 불투명해진 실정이다.
또한 전세대출은 단순한 주거 문제가 아니라, 청년들의 장기적인 금융 활동 전반에도 영향을 준다. 소득 대비 부채 비율(DSR)이 높아지면 향후 신용대출이나 주택담보대출 등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청년 전세대출을 보유한 경우 신용대출 한도가 줄고 금리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제도의 구조적 허점은 보증보험 제도에서도 드러났다. HUG 보증보험을 믿고 전세계약을 체결했던 서울 강서구 A 씨와 부산 수영구 B 씨는 각각 보증금 2억4천만 원, 1억4천여만 원을 돌려받지 못했다. 두 사례 모두 집주인이 보증금 액수와 계약 기간을 조작한 허위 계약서를 HUG에 제출했고 HUG는 이를 확인하지 않은 채 보험 가입을 승인했다. 이후 계약 위조가 밝혀졌지만, HUG는 “보증 기간이 끝났거나 허위 계약에 해당한다”며 보증을 취소했다.
이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는 “상법의 취지에 반하며 고객에게 위험을 떠넘기는 조항”이라며 시정 권고를 내렸지만 HUG는 소급 적용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으며 피해자 구제는 입법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설명을 내놨다.
청년 주거 안정을 목적으로 설계된 전세대출과 보증보험 제도가 오히려 청년의 자산을 위협하는 구조로 반복되고 있다는 비판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청년안심주택’의 보증금 미반환 사태와 관련해 재발 방지를 위한 입법 등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28일 서울시의회 제332회 임시회 시정질문에서 오 시장은 “민간임대특별법에 사업자 재무구조를 검증할 장치가 없다”고 언급하고 HUG의 보증보험 가입 요건이 까다로워 신규사업자나 갱신 희망자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LTV 기준을 과도하게 적용하면 사고 발생 확률이 높아진다”고 우려하며 “보증보험 가입 기준이 과연 바람직한지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제도가 만들어진 취지와는 다르게 청년들은 지금 주거 불안이라는 이름의 현실 앞에서 계속해서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전세대출을 믿고 계약했다가 가계약금만 잃고 보증보험이 있어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이 모순된 구조는 단순한 실수나 예외가 아니라 반복되고 있는 일상이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