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을 접견하고 있다. 2025.8.27/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여야 지도부 회동을 제안하자,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1대1 단독 회담'을 조건으로 맞받았다. 이에 대통령실이 "여·야·정이 함께 의견을 교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선을 긋는 등 회동을 둘러싸고 양측 간 치열한 기싸움이 벌어지는 모습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28일 귀국 직후 우상호 정무수석에게 '장 대표를 포함한 여야 지도부 회동을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한일·한미 정상회담 성과를 공유하고 협조를 구하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은 29일 여당 지도부와의 오찬에서도 "야당과 잘 지내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장 대표는 당 연찬회를 통해 "여야 지도부가 대통령과 만나 한미정상회담 성과를 공유할 수는 있지만, 그 이후에는 제1야당 대표와 따로 시간을 갖고 국민의 삶에 대해 진지한 이야기를 나눠야 한다"고 역제안했다.
이에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용산 대통령실에서 가진 브리핑을 통해 "이 대통령은 어떤 의제를 정하지 않고서라도 의견 교환을 위해 여·야·정이 만나는 게 바람직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여전히 여야 회동 일정은 논의 중"이라며"장 대표와의 만남에 대해 공식적, 비공식적으로도 제안했고 의제 조율에 대해 상당히 논의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장 대표가 조건부로 회동 수용 입장을 밝힌 것은 여권에 호락호락하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는 동시에, 협상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여야 대표가 함께하는 형식이라도 제1야당 대표와의 독대는반드시 필요하다는 게 장 대표 측 입장이다.
단순한 성과 보고회가 아니라 국정 현안과 민생 해법을 허심탄회하게 논의하는 자리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회동을 대여(對與) 투쟁 의지를 드러내고 야당의 요구를 관철할 지렛대로 삼으려는모습이다.
정치권에선 장 대표가 결국 회동에 응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관례적으로 야당 대표는 정상회담 결과 공유 자리에 참석해왔다. 조건부 수용은 의미 있는 의제를 보장받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왼쪽부터),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민석 국무총리,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 등 관계자들이 지난 28일 새벽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3박 6일' 일본·미국 순방 일정을 마치고 귀국하는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를 마중하기 위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2025.8.28/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물밑 실무 협상에서는 장 대표가 요구한 단독 회담 여부를 비롯해 조국혁신당·개혁신당 등 비교섭단체 대표까지 만남에 포함할지와 같은 참석자 범위 등을 두고도 논의가 오갈 것으로 예상된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악수 여부'도 관심사다. 정 대표는 '내란세력 척결'을 강조하며 국민의힘과 대화는 물론 악수도 거부하고 있다.
의제 역시 갈등 요인이다. 장 대표가 이 대통령에게 제기할 수 있는 요구로는 이른바 더 센 특검법 개정안과 검찰개혁 법안의 철회·속도 조절, 자당 추천 몫 국가인권위원 선출안의 본회의 통과, 최교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의 지명 철회 등이 거론된다.
여기에 원내대표를 지낸 5선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에 대한 특검의 구속영장 청구도 또 다른 변수다. 권 의원 체포동의안 표결과 구속 여부를 둘러싼 여야 충돌이 커질 경우 회동 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해 4월 윤석열 당시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 회담이 성과 없이 끝나 정국만 더 경색시킨 전례도 부담이다. 당시 이 대표는 약 15분 동안 A4 용지 10장에 달하는 원고를 읽으면서 대통령 가족 문제 등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이번 회동 역시 양측이 입장 차만 확인한다면 대화보다는 갈등이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의미 있는 의제가 도출된다면 정국 반전의 출구가 될 수 있다. 결국 이번 만남은 정국의 분수령이자, 힘겨루기의 무대가 될 공산이 크다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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