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형식’ 논란에도…與野, 만남 필요성 공감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39회 국무회의(임시)에서 국무위원들의 기립박수를 받으며 입장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정치권에서는 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마주 앉는 장면만으로도 국민에게 큰 울림을 준다고 평가합니다. 정치에 무관심한 이들에게조차 “적어도 대화하려는 모습은 보여준다”는 최소한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때문입니다. “정치인은 다 똑같다”는 냉소를 깨뜨리는 상징적 효과도 있습니다.
◇ 성공보다 실패가 많았던 ‘영수회담’
그러나 과거 사례를 돌이켜보면, 대통령과 제1 야당 대표의 영수회담은 실질적 성과로 이어진 경우가 드물었습니다. 대화의 형식은 갖췄지만 대부분 입장 차만 확인하거나 정치적 부담을 나누는 수준에 그쳤습니다.
대표적 사례가 2005년 노무현 전 대통령과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의 회담입니다. 노 전 대통령은 선거제 개편에 합의하면 내각 인사권을 야당에 넘기겠다는 ‘대연정’을 제안했지만, 박 대표는 즉각 거절했습니다. 이후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와도 회담을 이어갔지만 성과 없이 끝났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야당 시절 노 전 대통령과 각을 세웠으나, 집권 후에는 제1 야당 대표와 영수회담을 열지 않았습니다. 대신 여야 대표·원내대표가 함께하는 다자회담을 택했지만 정치 복원 효과는 제한적이었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정세균 민주당 대표와 만나 공동 대응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그러나 그 외 회담은 협치보다는 정치적 부담 분담에 그쳤습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과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2018년), 윤석열 전 대통령과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표(2023년)의 만남 역시 합의 없는 평행선 확인으로 끝났습니다.
◇ 드문 성공, 남긴 교훈…알맹이 있으려면

노무현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와 회담을 갖고 ‘대연정’ 문제를 포함한 국정현안 전반에 대해 폭넓게 논의했다.(사진=노무현사료관)
결국 영수회담의 성패를 가른 것은 ‘정치적 계산’이었습니다. 여야 모두 합의보다는 당장의 유불리에 무게를 두면서 협상 테이블이 대결의 장으로 변질되곤 했습니다. 대선을 앞두거나 대형 현안 갈등이 격화된 시기일수록 협치는 더 어려워졌습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결과물을 내기 위한 대화라기보다 ‘만났다’는 명분 확보에 그친 경우가 많았다”고 꼬집었습니다.
그럼에도 정치권 안팎에서는 “성공 사례가 단 한 번이라도 있다는 게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김대중·이회창 회담이 보여주듯 조건이 맞고 의지가 있다면 초당적 협력은 가능하다는 교훈을 남겼기 때문입니다. 성공 조건으로는 △공통 현안 △상호 실익 보장 △대화의 지속성 등이 꼽힙니다. 여야 모두 득실 계산에서 벗어나 실질적인 협력 모델을 제시해야 한다는 주문입니다.
이제 관심은 이재명 대통령과 장동혁 대표의 만남이 어디로 귀결될지에 쏠리고 있습니다. 꽉 막힌 정국의 돌파구가 될지, 또 다른 평행선 확인으로 끝날지 국민의 시선이 모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