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018년 4월27일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열린 환영만찬에서 우원식 당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두 사람 앞에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과 김 위원장의 부인 리설주 여사가 보인다. (청와대 페이스북) 2018.4.29/뉴스1
내달 3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전승절(항일전쟁 승리 및 세계 반파시스트 승리) 80주년 기념행사의 최대 관심사는 우원식 국회의장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의 조우(遭遇) 여부다.
일단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게 중론이나 조우의 기회가 완전히 닫혀있다고는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두 사람 간 짧은 만남이 성사되면 이재명 정부의 남북관계 개선에 전기가 마련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31일 국회에 따르면 우 의장은 오는 9월 2일 방중 길에 올라 3일 톈안먼(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전승절 80주년 기념 열병식에 참석한다. 국회 한중의원연맹을 주축으로 한 박지원·김태년·박정·홍기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준형 조국혁신당 의원이 동행한다. 당초 참석하기로 했던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은 불참한다.
국회와 외교 소식통 등에 따르면 우 의장과 김 총비서는 두 차례 정도 같은 장소에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첫 장소는 열병식을 한눈에 내려다보는 자금성 망루, 다음 장소는 행사 직후 시진핑 주석이 주재하는 리셉션이다.
열병식에서는 망루에서의 자리 배치가 중요하다. 중국은 이번 행사에 김 총비서 외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르엉 끄엉 베트남 국가주석,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 등 26개국 정상을 초청했다. 이들은 시 주석과 함께 망루 제일 앞줄에서 열병식을 관람한다.
중국 정부는 자국과의 관계와 중요도에 따라 정상들의 위치를 정하는 데 푸틴 대통령과 김 총비서는 시 주석 옆에 나란히 설 것이란 전망이다.
우 의장은 국가 정상이 아니기 때문에 이 줄 끝 쪽에 설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이 때문에 망루에서의 조우는 어렵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박지원 의원도 "우 의장 내외가 김 위원장 내외를 만날 수 있을지 추측도 하지만 김 위원장 동선이 예측 불허라 불투명하다"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6월 10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청사 집무실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6.10/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지난 2015년 전승절 70주년 행사에서도 당시 박근혜 대통령과 최룡해 북한 노동당 중앙정치국 위원이 망루에 올랐으나 자리 배치상 멀리 떨어져 있어 접촉은 없었다.
따라서 조우한다면 비교적 동선이 자유로운 리셉션 장소가 유력하다는 전망이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혹시 리셉션 같은 데서 잠깐 수인사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추측한다"고 말했다.
실제 우 의장은 지난 2018년 문재인 정부 남북 정상회담 만찬장에 민주당 원내대표 자격으로 참석해 김 총비서를 만나 '스탠딩' 대화를 한 바 있다. 우 의장은 당시 김 총비서에게 북한에 있는 가족 얘기를 했고, 김 총비서는 "아픔을 달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국회의장실은 우 의장의 방중이 국내를 넘어 전 세계적인 관심을 받으면서 부담이 크지만, 애초 방문 목적이었던 한중관계 관리에 중점을 두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면서도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상황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두 사람 간 만남이 불발되더라도 북한에서 최고위급 인사들이 총출동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이들과의 조우 역시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대통령실도 김 총비서의 방중을 사전에 알고 있었기 때문에 우 의장과 박 의원 등 남북관계, 한중관계에 정통한 인사들과 긴밀히 협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의원은 전날(30일) 페이스북에 과거 김 총비서와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과 찍은 사진 두 장을 올리며 "저도 한 번 만나고 싶다"고 적었다. 그는 뉴스1과 통화에서 "실제로 한 번 만나보려고 한다"며 "과거에 인연이 많기 때문에 만나자고 하면 쉽게 거절하고 그러긴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의장실 관계자는 통화에서 "전례가 없는 북한 최고지도자의 다자 무대 참석이기 때문에 여러 경로를 통해 경우의 수에 맞춰 대응 계획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 의장과 김 총비서 접촉 가능성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과거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와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과 만나는 모습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그는 전승절 참석차 방중에 앞서 페이스북에 "저도 한 번 만나보고 싶다"는 글을 올렸다.
ic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