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HN 양진희 인턴기자) 전국 법원장들이 정부와 여당의 사법개혁안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긴급 회의에 나섰다.
12일 오후 2시, 대법원은 천대엽 법원행정처장(대법관) 주재로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 대회의실에서 전국 법원장 임시회의를 개최했다. 이번 회의는 지난 1일 천 처장이 전국 법원장들에게 더불어민주당의 사법개혁안과 관련해 소속 판사들의 의견을 수렴해달라고 요청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각급 법원은 직급별 판사회의 개최, 메신저 및 온라인 설문조사 등의 방식으로 의견을 수렴해 전날까지 행정처에 전달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민주당 사법개혁특별위원회가 추석 전 본회의 통과를 목표로 추진 중인 5대 의제가 논의 대상에 올랐다. 주요 내용은 대법관 증원, 대법관 추천 방식 개선, 법관 평가제도 개선, 하급심 판결문 공개 확대,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등이다.
대법원은 이번 사법개혁안이 사법부와의 협의 없이 외부에서 일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표하고 있다. 사법부의 의사가 배제된 채 신속하게 입법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는 데 위기감을 느끼는 분위기다.
법원장들은 각 의제에 대한 소속 판사들의 의견을 공유하고 사법부 차원의 대응 방안을 숙의했다. 주요 의제가 민감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어 회의가 밤늦게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됐다.
대법원은 회의가 끝난 뒤 논의 내용을 요약한 형태로 보도자료를 배포할 예정이다. 민주당 사법개혁안에 대한 사법부의 공식 입장이 나올지도 주목된다.
앞서 천 처장은 지난 1일 법원 내부망에 민주당 특위에 제출한 행정처 의견을 공유하며 "사법부 공식 참여의 기회 없이 신속한 입법 추진이 진행되고 있다"며 "시정하려는 노력을 해왔음에도 이례적인 절차 진행이 계속되고 있는 비상한 상황"이라고 우려를 드러냈다.
사법행정을 담당하는 법원행정처는 대법원의 산하 기구로, 그 입장은 조희대 대법원장이 이끄는 사법부의 의중을 반영하는 것으로 간주된다.
이번 임시회의는 정례 법원장회의가 아닌 비정기 회의로, 법원장회의가 임시로 소집된 것은 2022년 코로나19 대책 논의 이후 처음이다. 그만큼 사법개혁을 둘러싼 긴박한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이날 회의에서는 사법개혁 의제 외에도 민주당이 추진 중인 ‘내란특별재판부’ 설치안에 대한 논의도 이뤄질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법원은 내란특별재판부에 대해서도 소속 판사들의 의견을 수렴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내란특별재판부가 사법 독립을 침해하고 위헌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한편, 이재명 대통령은 전날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내란특별재판부와 관련해 "위헌이라고 하던데 그게 무슨 위헌이냐"며 추진 의지를 드러냈다. 또 "사법부는 입법부가 설정한 구조 속에서 헌법과 양심에 따라 판단하는 것이며, 사법부 구조는 사법부 마음대로 정하는 게 아니다"라며 "입법부와 사법부가 이 문제로 다투면 나도 의견을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