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희대 대법원장이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를 나서고 있다. 2025.9.16/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대통령실이 '대법원장 사퇴 요구' 논란에 선을 그었지만 김민석 국무총리가 조희대 대법원장을 둘러싼 '제보' 진위 규명 입장을 밝혀 주목된다. 대법원장 사퇴론 파장 진화 국면에서 김 총리의 '진위 확인' 언급은 사안을 재점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16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실발(發) 조 원장 사퇴 요구 논란과 관련해 "대통령실은 대법원장 거취에 대해 논의한 바 없고 앞으로도 논의할 계획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우 수석의 등판은 전날(15일) 강유정 대변인 발언 논란에 있어 '완전한 진화'를 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됐다. 우 수석은 강 대변인 발언에 대해 "사법개혁에 원칙적으로 공감한다는 취지"라고 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실의 경우 조 원장 거취에 있어 "단순히 소극적으로 입장을 정하지 않았다기보다 거취를 거론할 의사가 없다고 분명히 밝힌다"고 했다. 최대한 '중립'에 가까운 입장을 밝히려 한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전날 강 대변인은 더불어민주당의 조 원장 사퇴 요구에 대한 질문을 받고 "시대적·국민적 요구가 있다면 임명된 권한으로서 그 요구의 개연성과 이유에 대해 돌이켜봐야 할 필요가 있지 않느냐는 점에 대해 아주 원칙적으로 공감한다"고 답했다. 강 대변인의 발언은 이후 '대통령실이 민주당의 조 원장 사퇴 요구에 원칙적으로 공감한다고 밝혔다'는 해석으로 속속 보도되면서 소란을 일으켰다.
대법원장은 대통령이 국회 동의를 얻어 임명하나 헌법으로 임기가 보장된다. 더구나 삼권분립(입법(국회의장)·행정(대통령)·사법) 중 사법부 수장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적잖다. 논란이 확산할 분위기가 감지되자 강 대변인은 약 1시간 만에 다시 브리핑을 통해 "언론이 브리핑 내용을 오독했다"며 진화에 나섰다. 그는 "삼권분립 및 선출 권력에 대한 존중감에 대해 '원칙적 공감'이라고 표현한 것"이라며 조 원장 사퇴 요구에 있어 대통령실이 공감한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우상호 정무수석이 지난달 21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5.8.21/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이런 가운데 같은 날 대통령실과 '행정부'라는 같은 배를 탄 김 총리는 조 원장의 사퇴에 힘을 보태는 듯한 언급으로 눈길을 끌었다. 그는 이날 오후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부승찬 민주당 의원이 조 원장을 둘러싼 제보가 있다면서 그에 대해 설명하자 "사실이라면 이렇게 가정하는 것보다도 진위가 명확히 밝혀지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부 의원이 설명한 제보는 '조 원장이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파면 결정 직후 한덕수 국무총리 등 특정 인사들과 만나 '이재명 사건이 대법원에 올라오면 알아서 처리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는 내용이다. 부 의원은 그러면서 당시 '이재명 공직선거법 사건' 파기 환송 결과는 대법원의 전원합의체 회부 결정이 있은 지 단 9일 만에 나왔고 한 총리가 직후 대권 선언까지 했다고 지적했다.
부 의원이 '우연이라고 치기에는 합리적 의심이라 조 원장을 수사해야 한다고 보는데 같은 생각이지 않나'라고 하자 김 총리는 "거기에 답하기에는 조금 적절치 않은 것 같다"면서도 "말씀하신 내용이 사실이라면 저뿐만 아니라 국민적으로 굉장히 충격이고 사법부에 대한 신뢰에 상처가 되는 일이라 진위가 명확히 밝혀지는 게 낫겠다"고 했다.
김 총리 말대로 조 원장에 대한 정보, 제보, 지라시와 같은 것들에 대한 민주당 차원의 진위 확인이 본격적으로 이뤄진다면 상당한 소란이 일 전망이다. 최근 여의도에서는 민주당을 중심으로 '조 원장에게 중대한 정치적 중립 위반 사안이 자리한다'는 주장 속 부 의원이 제기한 내용의 이른바 '지라시'가 돌고 있다.
원내 관계자는 뉴스1과 통화에서 이와 관련 "우리 당에서 조 원장을 사퇴시킬 만한 핵심 정보를 갖고 있다(지라시)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했지만 일요일인 지난 14일 추미애 국회 법제사법위원장(민주당)이 조 원장을 향해 공개 사퇴를 요구하는 등의 행동을 보인 것과 맞물려 '주말 사이 '중요 정보'가 당에 들어온 게 아니냐'는 말까지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한 민주당 의원은 "조 원장과 관련해 지라시가 아닌 내용을 들은 게 있긴 하다"며 "(그 내용을 보면) 조 원장은 사퇴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민석 국무총리가 지난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9회 국회(정기회) 제5차 본회의 정치에 관한 질문에서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5.9.15/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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