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美 요구 수용하면 탄핵감”… 관세협상 등 속내 공개(종합)

정치

이데일리,

2025년 9월 18일, 오후 03:07

[이데일리 김유성 황병서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18일 공개된 미국 타임(Time)지와의 인터뷰에서 대미 관세 협상과 관련된 분명한 입장을 드러냈다. 국익을 해치는 미국의 요구에 대해서는 수용할 수 없다는 뜻이다. 그는 “미국 측 요구를 그대로 합의했다면 탄핵당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 본인이 생각하는 북핵 해법, 미·중 갈등 속 한국의 외교 전략 등을 소개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17일 경기도 성남시 스타트업 스퀘어에서 열린 청년 스타트업 상상콘서트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국익 해치는 요구 수용 불가”

이날 공개된 인터뷰에서 이 대통령은 “(대미 투자펀드 투입 금액이) 전부 현금이어야 하는지, 손실은 누가 감당하는지 문제투성이다”라며 “그 상태로 수용했다면 정치적 책임을 피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미 투자펀드는 지난 7월 30일 한국과 미국의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면서 만든 조건 중 하나다. 한국 정부는 미국 제조업 투자용 3500억 달러 규모 투자펀드를 만들기로 트럼프 행정부와 합의했지만, 자금 조달과 운용 방식에서 양측의 차이가 크다. 한국은 일종의 금융 보증 규모로 규정했지만 미국은 현금 출자를 요구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이 대통령은 “미국 측 요구를 그대로 합의했다면 탄핵당했을 것”이라면서 과도한 현금 부담 요구를 수용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게다가 한국의 경제 상황도 녹록지 않다. 이 대통령은 “한국은 매우 심각한 위기에 놓여 있다. 경제를 성장 궤도로 되돌리고 국민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이재명 정부는 향후 5년간 715억 달러를 투입해 AI 강국 도약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외교·안보 현안에서도 현실적 접근을 강조했다. 특히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단계적 접근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북한에 단순히 멈추라고 한다고 해서 끝나지 않는다. 압박만 가하면 더 많은 폭탄을 만들 것”이라며 ‘동결-군축-완전한 비핵화’ 3단계 해법을 제시했다. 1994년 북·미 합의처럼 조건부 동결 모델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봤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도 같은 입장일 것”이라며 협상 여지를 내비쳤다.

미·중 갈등 국면에서 한국의 외교 전략 변화도 분명히 했다. 그는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전통적 공식이 끝났다”며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가치는 한미동맹에 기반을 두되, 중국과는 지리적·경제적으로 단절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국이 미·중 사이에서 단순한 종속자가 아닌 ‘가교’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구상이다. 이 대통령이 취임 직후 첫 해외 방문지로 일본을 택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일 협력 복원을 토대로 미·일 공조까지 끌어내는 선순환 구조를 노린 것이다.

국내 정치 상황에 대해서 이 대통령은 “취임 100일을 조금 넘긴 지금, 가장 큰 성과는 정치가 안정됐다는 점”이라고 평가했다. 12·3 내란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비상 대선을 거쳐 출범한 만큼 초기 혼란이 컸다는 점도 언급했다. 그는 “매우 바쁘고 혼란스러운 시기였지만 준비가 충분하지는 않았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한국인은 불굴의 의지를 갖고 있다. 내 인생도 마찬가지다. 어려움이 많지만 결국 극복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한국 문화가 세계에서 차지하는 영향력을 강조하며 “문화적 역량을 통해 한국의 소프트파워를 경제와 연결할 것”이라고 했다.

◇ 트럼프와 유대관계 드러내기도

한편 이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깊은 유대감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을 치켜세우며 “많은 일을 성취하고 싶고, 사람들에게 기억될 유산을 남기고 싶다는 열망이 공통점”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겉으로는 예측 불가능해 보이지만 성과 지향적이고 현실적인 인물”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백악관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모자, 거북선 모형, 이름이 새겨진 맞춤형 골프 퍼터 등을 선물하기도 했다. 취임 당시 전화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했던 18홀 라운딩 제안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의 골프 실력이 뛰어나 내가 잃을 게 더 많을 수 있다”며 웃어넘기기도 했다.

정상회담 도중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 기지 부지를 미국이 소유해야 한다”고 언급했을 때는 “농담 같았다”며 “미국은 이미 무상으로 쓰고 있다. 만약 소유한다면 재산세를 내야 한다. 면제는 절대 없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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