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사법개혁안 발표를 위해 김병기 원내대표와 함께 회의실로 들어서고 있다. 2025.10.20/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4심제' 논란을 낳았던 재판소원제를 전면에 내세웠다. 대법관 증원 등 사법개혁특별위원회가 마련한 5대 개혁안에선 빠졌지만, 정청래 대표가 직접 나서 추진 의지를 밝히면서 사실상 당론화를 추진하려는 모습이다.대통령실과도 제도 도입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도 파악된다.
그러나 김병기 원내대표가 신중론을 표한 지 하루 만에 정 대표가 강행 의지를 드러내면서 당 안팎에선 '엇박자' 논란이 일기도 했다.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사법개혁특위는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대법관 증원과 대법관추천위원회 개선, 법관평가제도 도입, 하급심 판결문 공개 범위 확대, 압수수색 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등을 담은 사법개혁안을 공개했다.
재판소원제는 당초 사개특위가 마련한 5대 개혁안엔 포함되지 않았다. 최종심에 대한 헌법소원이라는 점에서 사안이 무겁고 논의 범위와 파장이 컸기 때문이다. 추석 연휴 및 국정감사 등으로 논의 시간이 충분하지 않아 결론을 내지 못한 영향도 있었다.
김병기 원내대표는 먼저 신중론을 펼쳤다. 김 원내대표는 지난 19일 "재판소원에 대해선 굉장한 찬반이 있다"며 "당론으로, 사개특위 안으로도 재판소원은 발의하지 않는다"고 했다. '4심제' 등 정치적 프레임에 따른 부정적 영향을 고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언론개혁특별위원회 허위조작정보 근절안 발표 기자회견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2025.10.20/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그러나 김 원내대표의 발언은 정청래 대표에 의해 하루 만에 뒤집혔다. 정 대표는 전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당 지도부 의견으로 재판소원 입법 발의를 할 예정"이라며 "당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안에서 빠졌다는 거지, 사법개혁안에서 빠졌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또 정 대표는 사법개혁안 발표 간담회에 참석해 재판소원제를 콕 집어 '6대 사법개혁 의제'라고 강조하면서 "헌법적 권리 보장 및 피해 구제라는 측면에서 필요하다. 당론 추진 절차를 밟아 본회의에서 통과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재판소원제는 김기표 의원의 법안에 당 지도부가 공동 발의하는 형태로 제출됐다.
그러나 김 원내대표의 신중론과 정 대표의 강행 의지가 하루 차이로 엇갈리면서 당 안팎에서는 '엇박자' 논란이 증폭됐다.
이에 대해 당 핵심 관계자는 "엇박자는 전혀 없다. 완전히 일체된 의견"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통화에서 그는 "지금 공론화가 시작이니까 공론화를 열심히 해서 당론 수준으로까지 의견을 모아보겠다는 의지를 얘기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사개특위 위원장인 백혜련 의원도 이날 KBS라디오에서 "서로 표현의 차이라고 생각된다"며 "사개특위에서는 현실적으로 논의할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김 의원이 지도부와의 공감하에 입법 발의를 하고 그것을 가지고 공론화의 절차를 거치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사법개혁특별위원장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사법개혁안을 발표하고 있다. 2025.10.20/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당은 대통령실과도 제도 도입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어떻게 진행하겠다 이런 것에 대한 인지는 분명히 있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동시에 재판소원 제도의 정당성 확보에도 힘을 쓰는 모양새다. 백 의원은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은 예전부터 필요성이 제기됐던 과제"라며 "헌법 기본권이 침해됐지만 기존 법으로 해결할 수 있는 사례들이 분명히 있다. 그 부분에 대한 논의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진석 원내운영수석부대표도 '이재명 구하기' 프레임에 대한 야당 비판을 반박했다. 그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공직선거법 251조의 행위 부분만 삭제하면 끝나는 얘기인데 재판소원까지 도입해 (이 대표의) 재판에 대응하겠다는 건 논리의 비약"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5개 사법개혁안과 재판소원제를 신속히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김 원내대변인은 "5개로 확정된 사법개혁안은 정기국회 내인 11월까지 처리하는 것이고, 재판소원은 기간에 얽매이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그러나 최대한 빠르게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원내 핵심 관계자는 "재판소원은 공론화 과정과 당론으로 정하는 것까지를 예상하면 이보다는 조금 더 뒤에 처리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liminallin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