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사진=연합뉴스)
◇정책도, 스타도 없는 ‘막장 국감’
정권이 교체된 해에 치러진 이번 국감은 윤석열 정부 마지막 국감이자 이재명 정부 첫 국감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었다. 그러나 올해 국감에선 정책 검증과 제언은 사라지고 정쟁만 남았다. 송곳 질의로 정부 정책 시정을 이끌어냈던 이른바 ‘국감 스타’들도 올해는 찾아보기 어렵다.
이 같은 조짐은 국감이 시작되기 전부터 보였다. 이재명 대통령과 수십 년간 시민운동·정치활동을 함께한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의 국감 증인 채택을 둘러싼 실랑이가 대표적이다. 국민의힘은 인사 논란 등을 따져 묻겠다며 김 실장을 운영위의 대통령실 국감에 증인으로 불러세우겠다고 했지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정쟁용 증인 채택 시도라며 이를 막아섰다. 김 실장 증인 채택을 둘러싼 줄다리기가 한 달 넘게 이어지는 사이 운영위가 아닌 상임위원회에서도 김 실장을 겨냥해 색깔론을 포함해 ‘아니면 말고’식 야당 공세가 이어졌다.
민주당은 6일 대통령실 국감에서 오전엔 김 실장을 증인으로 채택할 수 있다고 물러섰지만 국민의힘은 김 실장이 오후에도 증인으로 자리를 지켜야 한다며 요지부동이다. 현재로선 김 실장이 아예 국감에 출석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김현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2일 “국민의힘이 합의할 분위기가 아니다”고 전했다. 반면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민적 의구심에 대해 답이 없는 것은 국민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김 실장 출석을 계속 요구했다.
최혁진 무소속 의원.(사진=뉴스1)
이번 국감 정쟁이 김 실장 출석 논란으로 시작했다면 후반부엔 최민희 과방위원장이 국감 이슈를 집어삼켰다. 최 위원장은 국감 기간 국회에서 딸 결혼식을 치렀는데, 피감부처와 통신사·방송사 등 유관기관 관계자들도 식장을 찾아 이해충돌 논란이 일었다. 논란이 불거지자 그는 양자역학을 공부하느라 딸의 결혼식을 미리 알지 못했다고 해명했지만 여론만 더 악화시켰다. 최 위원장은 지난주 피감기관으로부터 들어온 축의금을 돌려주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최 위원장은 MBC로부터 업무보고를 받던 중 MBC가 국민의힘에 ‘편향적’인 보도를 하고 있다며 질타하다가, MBC 보도본부장이 항변하자 강제 퇴장시켜 ‘언론 길들이기’란 비판도 받았다.
논란이 커지자 최 위원장은 지난주 “이런 논란의 씨가 없도록 좀 더 관리하지 못한 점이 매우 후회되고 아쉽다. 제 잘못이다”고 사과했다. 국민의힘은 최 위원장이 과방위원장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송 원내대표는 “과방위원장으로서의 자격을 상실했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은 최 위원장 사퇴를 전제하지 않는다며 거리를 두는 분위기다. 현행 제도상 국회 상임위원장은 본인이 사퇴하지 않으면 자리에서 물러나게 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법제사법위원회도 이번 국감에서 ‘문제적 상임위’로 꼽힌다. 그간 대법원장은 대법원 국감에서 인사만 하고 국감장을 떠나는 게 관례였지만 추미애 법제사법위원장은 조희대 대법원장 이석을 허용시키지 않고 참고인으로 출석시켰다. 조 대법원장은 의원들 질의에 답변하지 않고 입을 다문 채 자리를 지켰다.
대법원 국정감사에서 최혁진 무소속 의원은 조 대법원장과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모습을 합성한 사진을 흔드는 기행을 했다. 최 의원의 친정 격인 민주당 안에서도 복당을 염두에 둔 무리수가 아니냐며 최 의원 기행과 거리를 두려는 모습이다. 지난주 법사위 마지막 국감에선 서영교 민주당 의원과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이 상대를 향해 ‘꽥꽥이’, ‘서팔계’라며 끝까지 막말을 주고받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