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4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1주년 메시지에 대해 "계엄을 정당화한 것"이라며 "지금은 그런 말씀을 하시면 안 된다"고 비판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오전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쉽게 말하면 계엄을 할 만 하니 한 것이다. 그리고 윤어게인, 계몽령을 다시 꺼낸 것인데 잘못된 주장이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저는 그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윤 전 대통령이 그런 상황에 처해있는 것은 대단히 안타깝게 생각하지만, 계엄이 그렇게 정당했다면 책임이 없다고 부하들에게 그렇게 책임을 떠넘기면 안 된다"고 했다.

이어 "모순되는 것 아닌가. 계엄이 정당했다면 '이것은 정당하니 다 내 책임이다' 이렇게 말씀하셔야 하는 것"이라며 "계엄은 정당했다고 밖에다가 선동하면서 한편으로 법정에서는 '나는 몰랐다. 니들이 알아서 한 것 아니야'라는 식의 공방을 벌이고 있다. 모순되는 입장"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을 향해서도 "더 이상 계엄 정당화, 윤어게인, 계몽령은 없어야 한다. 지금 국민의힘의 입장은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전날 윤 전 대통령은 입장문을 내고 "12·3 비상계엄은 국정을 마비시키고 자유헌정질서를 붕괴시키려는 체제전복 기도에 맞서, 국민의 자유와 주권을 지키기 위한 헌법수호책무의 결연한 이행이었습니다"라고 밝혔다.

한 전 대표는 "지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믿고 폭주하고 있다. 무엇을 하더라도 당에 마음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어떤 식의 잘못을 하더라도 국민의힘 쪽에서 계엄이 정당했다는 식의 메시지가 나오면 모든 이슈가 그냥 끝나버린다"며 "일종의 치트 키 같은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도부의 많은 분들이 싸우자고 이야기하는데, 계엄을 정당화하는 한 마디만 나오면 모든 싸움에서 우리는 패배한다"며 "민주당이 폭주했기 때문에 한 것이다라는 논리로 가면 절대 안 된다. 국민들께서 용인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전날 장동혁 대표의 "계엄은 민주당의 의회 폭거 때문"이라는 메시지를 겨냥해선 "국민의힘의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열망, 의지와 맞지 않는다"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내란 사태는 현재도 진행 중이다. 지난 일을 파헤치는 것이 아니라 진행 중인 사건을 진압하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두고선 "말 같지도 않은 소리"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이 왜 문제였나. 사회가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시스템을 초월해서, 초법적 권한을 동원해서 시민의 자유를 제한했기 때문이다"라며 "대통령이 말하는 것이 딱 그거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이어 "지금 정부를 누가 전복하려 하고 있나. 저는 이재명을 강력하게 반대하고 앞장서 싸우는데 그러면 내란인가.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과 이재명 대통령의 '내란을 진압한다'는 말은 사실상 궤가 같다"고 비판했다.

내년 지방선거와 재·보궐 선거 출마 계획에 대해선 "국민의힘과 보수가 계엄의 바다를 건너고 이재명 민주당 정권의 폭거를 제어할 수 있는 위치에 오게 하기 위해서 모든 것을 해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느 직에 나가겠다는 것으로 한정지을 문제는 아닌 것 같다. 그런 걸 미리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전날 장동혁 대표가 취임 100일 메시지로 "보수의 4번 타자가 되겠다"고 밝힌 데 대해서는 "저는 운동장의 흙과 자갈을 고르겠다. 저희는 아직 계엄을 극복하지 못했다. 제가 뭐가 되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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