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정책감사 폐지'…회계검사·직무감찰 집중한다(종합)

정치

이데일리,

2025년 12월 17일, 오후 02:31

[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표적·정치 감사 논란에 휩싸였던 감사원이 ‘정책감사 폐지’를 위해 감사원 규칙을 고쳤다. 정부 정책 결정과 관련해 불법·부패 행위가 있었다는 의혹이 없는 한, 감사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지난 7월 이재명 대통령이 “정책감사를 명목으로 열심히 일하는 공직자를 괴롭히고 의욕을 꺾는 일이 절대로 없도록 해달라”고 말한 데에 대한 후속조치다.
17일 감사원은 ‘정부의 중요 정책결정에 대한 감사 폐지’ 원칙을 반영한 감사원 감사사무 처리규칙 개정안을 지난 12일 시행했다고 밝혔다.

개정 전 규칙은 ‘정부의 중요 정책결정 및 정책목적의 당부(當否·옳고 그름). 다만, 정책결정의 기초가 된 사실판단, 자료·정보 등의 오류, 정책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의 적정 여부, 정책결정 과정에서의 적법성, 절차 준수 여부 등은 감찰대상으로 한다’라고 돼 있다. 하지만 개정 후에는 ‘정부의 중요 정책결정의 당부. 다만, 정책결정과 관련된 불법ㆍ부패행위에 대한 직무감찰은 할 수 있다’로 바뀐다.

이 개정으로 감사원은 앞으로 정부 정책 결정의 바탕이 된 자료에 오류가 있었는지, 정책 수단이 적정한지, 정책 결정 과정에서 절차가 지켜졌는지에 대한 감사를 하지 않게 된다. 감사원은 “정책 결정 사안은, 사회 현안으로 부각돼 불법·부패 행위까지 의심되는 정황이 있는 등 (범죄) 혐의가 상당한 경우에 한해 신중하게 감사를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책감사는 감사원이 정부와 공공기관이 수립·시행한 정책의 당위성과 적정성 등을 살펴보는 것으로 정책 품질을 높이기 위해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3년 도입했다. 다만 정권 교체기마다 새 정부에 대한 ‘표적감사’로 활용돼 왔다는 비판에 휩싸였다.

2011년 이명박 정부 때부터 2018년 문재인 정부 때까지 총 다섯 번의 감사가 이뤄진 4대강 사업이 대표적 사례다. 같은 감사 대상을 두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해관계를 고려한 듯 다른 감사 방향을 내놓아 비판을 받았다.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과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정식 배치 고의 지연 등에 대한 감사도 마찬가지였다.

이후 이 대통령은 지난 7월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면서 “정책감사를 명목으로 열심히 일하는 공직자를 괴롭히고 의욕을 꺾는 일이 절대로 없도록 해달라”고 말했고 감사원은 8월 “정책 결정에 대한 감사를 폐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개정으로 감사원은 본연의 회계검사 및 직무 감찰 임무에 충실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외부요청 등 정책 결정 사안에 대한 감사가 불가피한 경우에도 객관적인 경위나 사실관계 확인 등 정보제공에 중점을 둬 과도한 정책 감사 논란이 없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감사원 관계자는 “(개정 전엔) 불법·부패행위가 없어도 있다고 가정하고 과다하게 인력을 투입하고, 포렌식도 많이 하는 등 감사를 과도하게 해 공직사회는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며 “이제 불법 행위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으면 책임 추궁 감사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감사원은 국회감사 요구나 국민감사 청구 사항에 대해서는 ‘회계검사 및 직무감찰 범위’ 내에서 감사하면서도 정보제공에 중점을 두고 고의성 있는 사익 추구나 특혜제공 같은 불법 부패행위에 대해서 책임을 추궁할 계획이다. 정책결정 사안 중 사회 현안으로 부각돼 불법ㆍ부패행위까지 의심되는 정황이 있는 등 혐의가 상당한 경우, 신중히 감사계획을 수립해 검토키로 했다.

감사원은 이번 개정사항을 내년 상반기 중 감사원법에도 반영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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