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 돌아 방사청 '중재안'…KDDX, HD현대·한화오션 공동개발 가닥

정치

이데일리,

2025년 12월 17일, 오후 06:59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한국형 차기구축함(KDDX) 사업과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가 두 조선소의 공동개발이 사실상 가능하다는 취지의 의견을 방위사업청에 회신한 것으로 확인됐다. 기본설계 수행업체인 HD현대중공업과 KDDX 건조 ‘방산업체’로 지정된 한화오션이 공동으로 사업을 수행하는 방향으로 추진 전략이 정리될 가능성이 커졌다.

17일 군 당국과 방산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최근 방사청이 의뢰한 KDDX 공동개발 관련 담합 가능성 유권해석에 대해 공정거래법 제116조의 ‘법령에 따른 정당한 행위’ 조항을 근거로 공동개발이 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국방과학기술혁신촉진법 등의 적용을 받는 KDDX 사업의 특성을 고려할 경우 공동개발이 허용될 수 있다고 본 것으로 전해졌다.

국방과학기술혁신촉진법 시행령은 △기술의 진부화 방지 △효율적인 연구개발 △전력화 시기 충족 등을 위해 방위사업추진위원회 심의를 거친 경우 체계개발(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과 양산단계(후속함 건조)를 통합하거나 일부를 생략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위원장인 방위사업추진위원회는 오는 22일 위원회를 열고 KDDX 사업 추진 방향으로 △수의계약 △경쟁입찰 △공동개발 방안을 심의해 의결할 전망이다.

한화오션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의 가상 시운전 모습 (출처=한화오션)
다만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군사기밀을 빼돌려 처벌받은 데에 수의계약을 주느니 하는 이상한 소리가 있는데, 그런 부분을 잘 체크하라”고 이용철 방위사업청장에게 지시한 점이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사업명이나 특정 업체를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HD현대중공업과의 수의계약 가능성을 차단한 발언으로 해석됐다.

경쟁입찰 역시 선택지로 거론되지만, 현행 법체계상 HD현대중공업의 법적 지위를 취소할 명확한 사유가 없어 법적 분쟁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구나 함정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단계에서 경쟁입찰을 적용하기 위한 관련 규정이 마련돼 있지 않아, 제도 정비와 평가 기준 수립에만 최소 6개월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2년 이상 지연된 KDDX 사업이 추가로 늦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공동개발 방안에 무게가 실린다. 단, 공동이행 방식은 각 사업자별 비율에 따라 예산을 배분하는 구조로,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주계약자 방식은 사실상 하청 구조로 한화오션이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이유로 정부가 업무를 각 업체에 분담하고, 분담 범위 내에서만 책임을 지도록 하는 분담이행 방식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거론된다. 두 조선소가 상세설계를 공동으로 수행하면서 한화시스템이 개발 중인 통합마스트 등 핵심 기술에 대한 연구개발 효율성을 높이고, 기술 진부화와 전력화 지연을 막기 위해 1번함과 2번함을 동시에 발주한다는 구상이다.

이 같은 방안은 올해 초 방사청이 마련했던 중재안이기도 하다. 당시에는 업체 반발과 더불어민주당 일부 의원, 방위사업추진위원회 민간위원 등의 반대로 무산됐다. 이후 민주당은 “방위사업은 방사청이 결정할 사안”이라며 한발 물러섰고, 사업분과위원회는 수의계약과 경쟁입찰 외에 공동개발안까지 포함해 방위사업추진위원회가 최종 결정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한 방산업계 관계자는 “결국 여러 우여곡절 끝에 방사청이 처음 제시했던 상생안으로 다시 돌아가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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