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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한국군 장교단의 전문성을 나타내는 신념체계로서 인지적 틀, 지적기반, 집단적 사고체계인 한국군의 작전적 사고가 하나의 일관된 사고체계로 정립·내재화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질문의 여지가 남는다. 사건과 위기마다 작전적 감각과 결심은 분명히 발휘되었지만, 그것이 전장을 선제적으로 설계하고 주도하는 사고체계로 충분히 축적되었는지는 냉정한 점검이 필요하다. 이 문제의식에서 오늘날 한국군 작전적 사고의 현주소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변하지 않는 근간, ‘수세 속 공세’
한국군 작전적 사고의 뿌리는 명확하다. 한반도의 지정학적 조건은 구조적으로 수세를 강요해 왔으며, 이러한 환경 속에서 한국군은 방어에 머무르는 순간 주도권을 상실한다는 인식을 축적해 왔다. 그 결과 형성된 철학이 바로 ‘수세 속 공세’다. 이는 선제 공격이나 공격적 성향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을 위한 작전적 선택이었다. 이 철학은 세 가지 원칙으로 정리된다.
첫째, 시간 템포 지배다. 싸울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전투의 시점과 리듬만큼은 스스로 통제해야 한다는 사고다. 둘째, 효과 우선이다. 병력이나 화력의 단순 소모가 아니라, 적의 지휘·통제·보급·의사결정이라는 기능을 붕괴시키는 것을 작전의 핵심목표로 삼는 인식이다. 셋째, 공세적 전장설계다. 주어진 지형과 조건에 종속되지 않고, 정보·기동·화력을 결합해 전장 환경 자체를 유리하게 재구성하려는 사고다. 이 세 원칙은 과거의 유산이 아니라 오늘날에도 한국군 작전적 사고의 기준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 추진 중인 합동 전 영역 작전(JADO: Joint All-Domain Operations), 합동 전 영역 지휘통제(JADC2: Joint All-Domain Command and Control),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 유·무인 복합전투체계(MUM-T: Manned - Unmanned Teaming), 그리고 드론봇 전투체계는 한국군의 전통적 작전철학을 대체하기 위한 새로운 사상이 아니다. 오히려 이는 수세 속 공세라는 작전철학을 현대 전장환경에서 실제로 작동하게 만들기 위한 구현수단으로 이해하는 것이 타당하다.
JADO는 작전개념이고, JADC2개념은 이를 가능하게 하는 지휘·통제 체계의 혁신이다. 한반도 전장은 공간적으로 좁고, 초기 교전이 곧바로 전략적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단일 영역의 우세만으로 공세적 주도권을 확보하기 어렵다. JADO는 지상·해상·공중·사이버·우주를 하나의 전장으로 통합하여 작전을 수행하는 개념이다. JADC2는 이 전장에서 센서와 타격 수단, 지휘 결심을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함으로써 시간 지연을 최소화한다. 정보획득부터 타격까지의 시간(Sensor to Shooter)을 최소화 하는 것으로 이는 수세적 공간 조건을 전 영역 공세 조건으로 전환하려는 시도다.
AI는 지휘관의 결심을 대체하는 기술이 아니다. AI의 역할은 방대한 정보·감시·정찰(ISR) 데이터를 빠르게 융합·분석해 결심 이전의 불확실성과 지연을 제거함으로써 시간 템포를 회복하게 하는 데 있다. 지휘관의 OODA(Observe-Orient-Decide-Act)루프 중 관찰과 방향설정(상황판단)단계를 압도적으로 단축시켜서 적의 결심속도를 무력화하고 전투의 주도권을 장악하게 하는 것으로써 이는 한국군의 전통적 시간템포 지배원칙을 기술적으로 보완·증폭시키는 기능이다.
유무인 복합전투체계(MUM-T)는 드론봇을 포함한 무인체계를 유인전력과 결합함으로써, 병력 보존과 효과 극대화라는 전통을 체계적으로 구현한다. 무인체계가 고위험 임무를 담당하고, 유인체계가 결심과 통제를 유지하는 구조는 효과 우선과 공세적 전장설계를 현실화하는 방식이다. 전투기, 헬기, 장갑차 등을 베이스로 한 유무인 복합체계가 방산기업에서 활발히 개발 중에 있다.
드론봇 전투체계는 이러한 사고를 전술적 수준에서 현실화하는 핵심 수단이다. 감시·정찰·타격·교란 임무를 수행하는 드론봇은 전장을 투명하게 만들고, 적의 반응 시간을 압축하며, 지휘관에게 더 빠른 결심을 가능하게 한다. 이는 단순한 병력 대체 수단이 아니라, 전장의 리듬과 흐름을 주도하기 위한 공세적 도구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기술은 앞서가고, 사고체계는 전환 중
현재 한국군의 작전적 사고는 전환기라는 딜레마에 직면해 있다. 현정부 들어 AI가 부각되고 있는데 이재명 대통령은 “AI는 단순한 기술혁신을 넘어 국가 경쟁력과 미래 번영을 좌우하는 핵심동력이며 국력이자 경제력, 안보역량”이라고 강조하면서 “방위산업을 AI시대의 주력 제조업으로 재래식 무기체계를 AI에 걸맞은 최첨단 무기체계로 재편하여 신속히 스마트 강군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다. 또한 국방 전영역에 AI를 적용하는 국방AX(AI전환) 전략을 추진한다고 발표하였다.
이렇듯 기술과 개념은 한국군 작전적 사고의 전통의 복원을 향하고 있지만 이를 운용하는 사고체계는 과거의 관성에 머물러 있지 않은가 살펴볼 일이다. 문제는 방향이 아니라 내재화 수준이다. 작금의 한국군은 여전히 관리형·운용형 사고체계에서 전장 설계형 사고체계로 완전히 전환하지 못한 상태에 있다. 관리형 사고체계는 전장을 책임구역, 절차, 보고체계의 집합으로 인식한다. 이 체계에서는 위험회피와 확전관리가 우선시되며, 작전은 주어진 틀 안에서 조정된다.
반면 전장 설계형 사고체계는 시간·공간·효과를 사전에 배열하고, 적의 반응 이전에 전장 구조를 고정하려 한다. 현재 한국군에서는 첨단 C2 체계가 구축되었음에도 절차 중심의 운용이 반복되고, 합동체계가 존재하지만 전장전체를 설계하는 결심은 지연되며, 효과(E)가 강조되지만 작전 설계 단계에서 충분히 구현되지 않는 사례가 잔존한다. 이는 기술 부족의 문제가 아니다. 전장을 ‘관리해야 할 공간’에서 ‘설계해야 할 대상’으로 인식하는 사고의 전환이 아직 미흡하다는 것이다.
수세 속 공세라는 철학, 시간템포 지배, 효과 우선, 공세적 전장설계라는 전통적 원칙은 여전히 유효하다. JADO·AI·MUM-T·드론봇은 이를 구현하기 위한 개념과 수단으로 발전 및 전력화되고 있다. 즉 수세속 공세라는 전통적 작전철학을 JADC2, MUM-T, AI 등 기술적 수단으로 압도적으로 복원하려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전력과 체계가 관리형 사고체계 안에 머무르는 한, 한국군의 작전적 사고는 완전히 정립할 수 없다. 현재 한국군의 작전적 사고는 전장설계형 사고체계로 정교하게 정립되어 장교단의 공통 사고언어로 내재화될 수 있느냐가 시험대에 오른 전환기 국면에 있다. 향후 한국군의 성패는 기술의 속도가 아니라, 전장 설계형 사고체계로의 전환을 얼마나 일관되고 확실하게 완성하느냐에 달려 있다. 한국군 작전적 사고의 전환과 정립이 바로 전문성으로 무장한 강군으로 거듭나는 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