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의 혁신 방안으로 당명 변경이 거론되기 시작했지만, 이를 두고 국민의힘 내부에서조차 의견이 갈리고 있습니다. 당명보다는 인물과 정치의 내용이 중요하다는 입장과, 과거와의 단절 이미지를 당명 변경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습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여러 의원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있지만, 어떤 선택이 옳은지에 대해서는 누구도 쉽게 답하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장동혁 국민의힘 당대표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당명 변경 논의는 과거에도 정당의 위기 국면마다 반복적으로 등장해 왔습니다. 보수정당 계열은 민주자유당→신한국당→한나라당→새누리당→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국민의힘으로 당명이 이어져 왔고, 대체로 선거 패배나 위기 상황에서 ‘쇄신’ 카드로 당명 변경이 제시됐습니다.
실제로 당명 변경이 지지율 반등으로 이어진 사례도 있습니다. 2012년 2월 한나라당이 새누리당으로 당명을 바꾼 뒤, 20%대 초반이었던 지지율이 한 달 만에 30%대 초반까지 오르기도 했습니다.
반면 그렇지 않았던 경우도 있습니다. 2017년 새누리당이 자유한국당으로 당명을 변경했을 당시에는 탄핵 정국 속에서 지지율이 이미 10%대 초반으로 추락한 상태였고, 당명 변경 이후에도 뚜렷한 반등은 관측되지 않았습니다.
두 사례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습니다. 2012년에는 당내 비리가 핵심 문제였던 반면, 2017년에는 대통령 탄핵이라는 훨씬 거대한 정치적 사건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또한 새누리당 출범 당시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라는 강력한 리더십과 함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영입, 경제민주화라는 정책 패러다임 전환을 통해 인적 쇄신과 노선 변화가 동시에 이뤄졌습니다. 반면 2017년에는 탄핵과 분당을 거치며 이러한 변화의 동력을 찾기 어려웠습니다.
전문가들 역시 비슷한 지적을 내놓습니다.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당명 이전에 당 구성원에 대한 이미지를 쇄신해야 합니다”라며 “쇄신이라고 한다면,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절연이 필요합니다. 메신저가 문제가 있는 상황이니 통일교 등 할 이야기가 많아도 먹히지가 않고 있죠”라고 진단했습니다. 당명 변경이 혁신의 신호탄이 될 수는 있지만, 그에 상응하는 실질적 변화가 함께 이뤄져야 여론 지형도 바뀔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장동혁 국민의힘 당대표와 송언석 원내대표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이 같은 문제의식을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도 인지한 것으로 보입니다. 장 대표는 지난 19일 충북 청주 포스코에서 열린 국민의힘 충북도당 당원교육 현장에서 “계엄과 탄핵을 거치며 대한민국은 둘로 갈라져 사회는 혼란을 겪었고, 많은 국민은 상처를 받았습니다”며 “과정에 대한 어떤 설명과 이유에도 불구하고 계엄과 탄핵이 가져온 결과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합니다. 결과에 책임질 줄 아는 게 보수 정치이고, 국민의힘 대표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라고 변화 의지와 함께 사과의 뜻을 밝혔습니다.
또한 그는 “저는 작년 12월 3일 계엄 해제 표결에 참석했고, 함께하지 못한 90명의 의원들도 본회의장에 들어왔다면 같은 선택을 했을 것입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계엄이 정당했다고 주장하는 강성 지지층의 인식과는 분명히 다른 메시지입니다. 여기에 더해 국민의힘 지도부는 이르면 연말 당 쇄신안을 내놓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 쇄신안에는 중도 확장을 겨냥한 방안이 핵심적으로 담길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러나 갈 길은 아직 멉니다. 계엄과 탄핵 사태에 대해 사과의 뜻은 밝혔지만,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문제에 대해서는 여전히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장 대표. 여전히 계엄을 정당화하는, 민심과는 괴리된 일부 당심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장 대표는 과연 여론 지형을 바꿀 결정적 모멘텀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