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의 실용?…대전·충남 통합[통실호외]

정치

이데일리,

2025년 12월 20일, 오전 10:17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대전·충남 통합은 내년 6월 지방선거 이전에 마무리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통합 추진 의지를 분명히 밝힌 이후, 그동안 뜨뜨미지근하다는 평가를 받아온 여당 의원들까지 전면에 나서는 분위기입니다.

과거 여당, 즉 현 국민의힘이 주도했던 이슈를 현 정부와 여당이 이어받아 추진하는 구도 자체도 이례적입니다. ‘실용’을 앞세워온 이 대통령의 정치적 성향이 이 사안에 반영돼 있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대전·충남 통합은 애초 이 지역 광역자치단체장을 보유한 국민의힘이 중점적으로 추진해온 과제입니다. 올해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이 특별법을 대표 발의하며 제도화 논의가 본격화됐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사진=연합뉴스)
◇주된 이유 ‘국가균형성장’

이 흐름을 되돌린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국가균형성장’입니다. 수도권 일극 구조를 완화하고 권역 단위 성장 거점을 만들겠다는 정부 구상의 핵심 축입니다. 대전·충남 통합은 이 전략을 현실에서 가동하는 첫 사례가 될 수 있습니다. 정부가 내건 ‘5극3특’ 구상이 선언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실제 행정 단위에서의 결합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5극 구상은 메가시티를 중심으로 초광역권을 형성하고, 대도시·거점도시·중소도시·농산어촌을 하나의 생활·경제권으로 엮는 구조를 전제로 합니다. 대전의 연구·행정 기능과 충남의 산업·공간 자원을 결합하겠다는 통합 구상은 이 설계와 맞닿아 있습니다.

대통령실과 여당이 이 프레임을 전면에 내세우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최근 대전·충남 의원들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이 대통령은 “정치적 이해관계를 넘어서는 정책적 판단이 필요하다”며 “대전과 충남의 통합이 균형 성장의 물꼬를 트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통합을 단순한 행정구역 조정이 아니라 국토공간 재편과 권역 성장 전략의 출발점으로 바라보고 있음을 분명히 한 발언입니다.

주목할 점은 이 논의를 처음 구체화한 쪽이 국민의힘이었다는 사실입니다. 비상계엄 2주 전이었던 2024년 11월 21일, 김태흠 충남지사와 이장우 대전시장 등 국민의힘 소속 지자체장들은 대전·충남 행정통합 공동선언을 채택했습니다. 이후 지자체와 지방의회를 중심으로 논의가 이어졌고, 지난해 9월 30일 성일종 의원의 제안으로 특별법안이 국회에 발의됐습니다.

반면 당시 여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은 신중한 태도를 유지했습니다. 법안 공동발의자 명단에 민주당 의원은 없었고, 공개적인 지지 발언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상대 당이 주도하는 사안에 선뜻 힘을 싣지 않는 정치권의 관행이 반복되는 듯한 모습이었습니다.

◇ 대통령의 실용이 결과로 이어질까

국면이 달라진 것은 지난 12월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일 충청남도 타운홀 미팅에서 대전·충남 통합에 찬성 입장을 밝힌 데 이어, 민주당 소속 대전·충남 의원들과 오찬을 가지면서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의원들과의 간담회에서 내년 지방선거에서 대전·충남 특별시장 선출을 목표로 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대통령이 방향을 제시하자, 여당도 본격적으로 보조를 맞추는 구도가 형성됐습니다. 민주당은 늦어도 내년 3월까지 입법을 마무리하겠다는 일정까지 제시했습니다.

실용주의와 속도전을 중시해온 이 대통령의 국정 스타일을 감안하면, 이번 통합 논의가 지방선거 이전에 결론에 이를 가능성은 적지 않습니다. 통합 추진 시점이 지방선거와 맞물리면서 정치적 효과를 함께 고려하는 흐름도 자연스럽게 따라붙고 있습니다.

통합이 지방선거 직전에 성사될 경우 대전·충남 특별시장 선거는 서울시장, 경기지사 선거에 준하는 관심을 받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광역단체장이 아닌 초광역 단일 선거로 재편되면서 상징성과 파급력이 커지기 때문입니다. 여야 모두 주도권을 놓고 경쟁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비록 야당이 주도했던 이슈를 여당이 받은 격이 됐다고 하지만, 민주당 입장에서 손해볼 구도는 아닙니다. 지역내 통합의견아 다수를 이룬 상황에서 정부와 여당이 확실히 주도하는 모습을 보이면 지역 민심이 크게 움직일 수 있습니다. 특히나 충남은 민주당보다는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정서가 짙게 형성돼 있습니다.

다만 정치 일정이 앞설수록 잡음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됩니다. 반년 남짓한 시간 안에 지역 주민들의 의견이 충분히 수렴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확실합니다. 청사 위치, 명칭, 재정 분권과 특례 범위, 교육감 선출 체계 등 남은 쟁점도 적지 않습니다.

여야가 ‘지역 발전’이라는 공통 목표 아래 끝까지 조율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신중한 시각이 존재합니다. ‘샅바싸움’이라고 할까요, 특별법 재발의냐(민주당), 그렇지 않느냐(국민의힘)를 놓고도 여전히 주도권 싸움 중입니다. 대전·충남 통합이 국가균형성장의 출발점이 될지, 또 하나의 정치적 소모전으로 남을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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