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 대신 '북향민'…통일부, 명칭 변경 본격화

정치

이데일리,

2025년 12월 24일, 오전 08:49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정부가 탈북민을 가리키는 공식 용어를 ‘북향민’으로 조만간 변경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직 공식 확정이나 대외 발표는 이뤄지지 않았지만, 통일부 내부에서는 이미 간부회의와 문서 등에서 ‘탈북민’ 대신 ‘북향민’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통일부는 지난 8월 북한이탈주민학회와 ‘북한이탈주민 및 탈북민 명칭 변경 필요성과 새 용어 후보군 등에 관한 연구용역’ 계약을 체결하고 법률 용어와 사회적 호칭을 함께 검토하는 작업을 진행해 왔다. 당초 통일부는 11월 중 연구용역 결과를 토대로 의견 수렴을 거쳐 명칭 변경 여부를 확정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까지 공식 결론은 발표되지 않았다.

다만 통일부는 새로운 용어가 사회 전반에 자연스럽게 정착하도록 단계적으로 사용 범위를 넓힌다는 구상이다. 1단계로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우선 새 용어를 사용하고 민간에는 자율적 사용을 권고한 뒤, 2단계에서는 민간단체로 확산을 유도한다. 이후 3단계에서는 법률 용어 변경 여부까지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지난 19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외교부(재외동포청)·통일부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지난 19일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고한 내년 업무계획에서 ‘북한이탈주민’이나 ‘탈북민’ 대신 ‘북향민’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정 장관은 공개 석상에서도 “북한이탈주민이 가장 싫어하는 단어가 ‘탈(脫)’자”라며 “탈북이라는 표현은 어감이 좋지 않다”고 지적해 왔다. 북한 정권을 ‘탈출했다’는 의미가 강하게 담긴 기존 용어가 당사자들에게 정서적 반감을 준다는 점에서 ‘북쪽이 고향인 사람’이라는 의미의 북향민이 보다 중립적이라는 설명이다.

현재 법률상 공식 명칭은 ‘북한이탈주민’이다. 북한이탈주민법 제2조는 북한에 주소나 직계가족, 배우자, 직장 등을 두고 있던 사람으로서 북한을 벗어난 뒤 외국에 체류하고 있는 사람(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하거나 취득 의사를 밝힌 사람 포함)을 북한이탈주민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일상적으로는 ‘탈북민’이라는 표현이 더 널리 쓰여 왔다.

명칭 변경에 대한 요구는 탈북민 사회 내부에서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지난해 7월 통일연구원이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북한이탈주민’이나 ‘탈북민’이라는 기존 명칭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응답한 탈북민은 58.9%로 절반을 넘었다. 주된 이유로는 ‘이탈’이나 ‘탈북’이라는 표현이 주는 부정적 이미지가 꼽혔다.

대체 용어에 대한 선호도는 엇갈렸다. 용어 변경에 찬성한 탈북민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하나민’이 27.9%로 가장 많았고, 이어 ‘통일민’ 25.9%, ‘북향민’ 24.2%, ‘북이주민’ 9.3% 순으로 나타났다. 반면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북향민’이 33.0%로 가장 높은 선호를 보였고, ‘북이주민’(22.7%), ‘하나민’(19.7%), ‘통일민’(13.8%)이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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