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석 국무총리가 1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가정책조정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5.12.10/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자에 대한 정부 지원이 피해구제에서 국가 책임에 따른 '배상' 체계로 전면 전환된다. 치료비뿐 아니라 일실이익과 위자료까지 포함한 배상이 이뤄지고, 교육·병역·취업 등 생애 전 주기 맞춤 지원도 범부처 차원에서 추진된다.
정부는 24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총리 주재 제8회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자 종합지원대책'을 확정했다. 2024년 대법원이 국가 책임을 공식 인정한 이후 처음으로 마련된 종합 대책이다.
가습기살균제 참사는 1994년부터 시판된 가습기살균제 제품이 폐 손상 등을 유발한 사건으로, 2011년 질병관리본부 역학조사를 통해 제품과 폐 손상 간 인과관계가 처음 확인됐다. 기후에너지환경부에 따르면 올해 11월 30일 기준 피해를 신청한 8035명 중 5942명이 피해자로 인정됐다.
그동안 정부는 피해 인정 범위를 확대하고 구제급여 항목과 지급액을 늘리는 데 집중해 왔다. 2020년 9월에는 폐 관련 특정질환 중심이던 판정 체계를 관련 질환과 후유증까지 포함하는 개별 판정 체계로 개편해, 호흡기 외 질환 인정 비율도 0.8%(2014년)에서 21.9%까지 확대됐다. 다만 국가 책임을 전제로 한 배상 체계로의 전환은 이뤄지지 않아 한계로 지적돼 왔다.
이번 대책의 핵심은 가습기살균제 사건을 ‘참사’로 명확히 규정하고, 기존 피해구제 체계를 책임에 따른 배상 체계로 바꾸는 것이다. 정부는 치료비 등 적극적 손해뿐 아니라 일실이익과 위자료까지 배상 대상으로 포함하고, 피해자가 일시금 수령 또는 치료비 지속 지급 방식 중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손해배상 책임도 기존 기업 단독 부담에서 기업과 국가의 공동 부담으로 전환된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소속 피해구제위원회는 국무총리 소속 배상심의위원회로 개편되고, 2019~2021년 이후 중단됐던 정부 출연금도 2026년 100억 원을 시작으로 재개된다. 장기 소멸시효는 폐지하고, 배상금 신청부터 지급 결정까지 단기 소멸시효 진행도 중단된다.
피해자 지원은 교육·병역·취업 등 생애 전 주기로 확대된다. 학령기 피해 청소년은 중·고교 진학 시 주거지 인접 학교를 희망할 경우 우선 배정받을 수 있고, 대학 등록금도 일부 지원된다. 질병결석 인정 기준도 병원 진료뿐 아니라 가정 요양과 정신건강 진단·모니터링 참석까지 확대된다.
병역의 경우 피해 청년의 건강 특성을 반영한 판정 체계를 마련하고, 사회복무요원은 호흡기에 부담이 되는 근무지를 제외한다. 현역 입대 시에도 소총·박격포 등 신체 부담이 큰 주특기는 배제된다. 취업 단계에서는 국민취업지원제도와 청년도전지원사업 등을 통해 맞춤형 지원이 이뤄진다.
일상 회복 지원도 강화된다. 치료비는 피해자가 선납한 뒤 정산하는 방식 대신 본인부담금 치료비 대납 방식으로 전환해 부담을 줄이고, 치료를 위한 휴가도 보장된다. 장기적으로는 성장 과정에서의 건강 상태를 지속 분석해 조기 치료로 연계하고, 인과관계 연구 범위도 호흡기계에서 만성·전신질환과 후유증까지 넓힌다.
아울러 피해자 신뢰 회복을 위해 한국환경산업기술원 조직도 개편된다. 기존 환경보건처는 '환경오염피해지원본부'로 격상돼 가습기살균제와 석면, 환경오염 피해 지원을 전담하게 된다. 보건·의료 전문인력 확충과 피해자 소통 공간 활성화, 온라인 간담회 등 상시 소통 체계도 강화된다.
정부는 2026년을 피해구제 방식 전면 전환의 원년으로 삼고, 국회와 협력해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 전부 개정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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