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24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미국·캐나다·일본 방문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5.12.24/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한미 양국이 안보 분야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 이행을 위한 실무 협의에 본격 착수한다. 우리나라의 핵추진 잠수함 도입을 위해 호주처럼 별도의 협정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저농축우라늄 연료 사용을 전제로 미 의회 입법 등 관련 후속 조치를 속도감 있게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24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통해 이같은 내용의 방미 성과를 발표했다.
앞서 위 안보실장은 지난 16~17일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해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겸 국가안보보좌관과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부 장관 등 고위급 관계자들과 만나 핵잠 도입, 우라늄 농축 및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대를 위해 필요한 사항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위 안보실장은 "핵잠 협력은 양측 간 별도 협정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이를 추진하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호주가 미국·영국과 '오커스(AUKUS) 안보 협정'을 체결하고 핵잠을 도입한 것처럼 한미 양국 간 별도 협정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미국 원자력법은 핵물질 이전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지만 동법 91조에 의거해 예외사항을 설정할 수 있다.
단 위 안보실장은 핵잠용 고농축우라늄을 미국으로부터 공급 받는 호주와 달리 우리나라는 저농축 연료를 사용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우리가 추진하는 핵잠은 저농축(20% 농도) 연료를 사용하는 원자로를 탑재할 것으로 구상하고 있다"며 "우리가 고농축 연료를 도입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위 안보실장은 우라늄 농축 및 재처리 권한 확대와 관련해서는 "농축·재처리는 대통령께서 여러 차례 (핵) 비확산 의지를 강조한 것을 미국 측에 설명하고 불안정한 세계 우라늄 시장에서 우리의 역량이 한미 양국의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전략적 협력 사안이라는 점을 강조했다"라며 "양측은 대통령실이 중심이 돼 정상 간 합의를 속도감 있게 추진하자는 데 분명한 공감대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 초 가능한 이른 시기에 미측 실무대표단이 방한해 팩트시트상 안보 분야 사항을 사안별로 본격 협의하기로 했다"며 "내년 중후반, 하반기 등 일정 시점에서 성과 점검을 위한 이정표를 설치하고 향후 협의를 체계적이고, 속도감 있게 추진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내년이 미국 선거의 해이니까 그런 점을 감안해 속도를 내야 한다고 생각하고, 이것은 미국도 공감대가 있다"고 덧붙였다.
위 안보실장은 방미 기간 미 정부 인사 및 안토니우 쿠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을 만나 한반도 문제도 논의했다고 전했다.
위 안보실장은 "북과의 대화가 단절된 현 상황을 평가, 공유하고 북미대화, 남북대화 진전 방안도 논의했다"라며 "내년 상반기에 있을 여러 외교 계기를 염두에 두고 북과의 대화 재개를 위한 한미 간 대북정책 공조 방안을 협의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중 관계 또 러북 군사협력을 포함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동향, 동북아 정세 등에 대해 포괄적 의견을 교환했다"고 했다. 위 안보실장은 한미 연합 군사훈련 문제는 깊이 논의하진 않았다고 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24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미국·캐나다·일본 방문 관련 브리핑을 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2025.12.24/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위 안보실장은 "북한과의 인게이지(engage, 대화·관계형성)는 어떤 계기도 배제하지 않으려고 한다. 내년에 있을 수 있는 전기들이 있으면 그 전기 때마다 활용해 보려고 한다"면서도 "지금 구체적인 가능성이 시야에 들어온 것은 없다"고 했다.
한편 위 안보실장은 미국에 이어 캐나다를 방문해 나탈리 드루엥 국가안보정보보좌관과 마크 앙드레 블랑샤르 총리 비서실장을 만나 캐나다의 차기 잠수함 도입 사업 등 방산 협력을 논의했다.
위 안보실장은 "우리는 (잠수함) 성능 면에서 뒤질 것은 없는 것 같다"면서도 "안보적 협력 수준에서는 우리가 (경쟁국에) 우위가 있다고 보긴 어렵다. 이번에 가서 협의한 것도 그 부분에 관한 것이다. 한-캐나다 간의 안보·국방 파트너십 강화에 중점을 두고 얘기했다.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위 안보실장은 대북 정책을 둘러싼 자주파-동맹파 갈등론과 관련해서는 "대외적으로는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이지 않는게 좋다고 생각한다"며 국내 갈등 상황이 표출되는 것을 우려했다.
그는 "미국이나 일본에서도 우리의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보고 받으니 (서로 다른) 의견들이 있고 논의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 같다"며 "어떨 때는 어느 것이 한국 정부의 입장인지 묻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요한 건 조율이고, 조율된 대로 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NSC(국가안전보장회의) 논의를 통해 방향을 정하고 그걸 통해 우리가 원보이스 수렴성을 강화할 때"라고 강조했다.
hanantway@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