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연 홍보소통수석은 28일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이 대통령이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에 이혜훈 전 의원을,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에 김성식 전 의원을 각각 발탁했다고 밝혔다. 두 인사 모두 보수 정당 출신으로,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경제 분야에서 야권 인사를 중용한 사례로 꼽힌다.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이 전 의원은 국민의힘의 전신인 한나라당에서 정치 생활을 시작한 보수 정치인이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와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 등을 역임하며 정책과 실무에 능통한 점이 발탁 배경으로 꼽힌다. 여기에 경제 민주화 철학에 기반해 최저임금법과 이자제한법 개정안 등을 대표 발의하고 불공정 거래 근절과 민생 활성화 정책을 추진해 온 이력도 평가에 반영됐다는 설명이다.
이 전 의원은 이날 “정치적 색깔로 누구든 불이익을 주지 않고 적임자는 어느 쪽에서 왔든지 상관없이 기용한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방침에 깊이 공감한다”며 “성장과 복지를 함께 달성하고 지속 성장을 이뤄야 한다는 국정 목표는 평생 경제를 공부해 온 저의 생각과도 같다”고 말했다. 이어 “갈등과 분열이 국정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지금, 제가 쌓아온 모든 역량을 경제 회복과 국민 통합에 쏟아붓겠다”고 덧붙였다.
김 전 의원 역시 한나라당 출신의 대표적인 보수 정치인으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간사와 4차 산업혁명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하며 정책 역량을 인정받아 왔다. 대통령실은 김 전 의원에 대해 “구조적 경제 위기 극복과 AI(인공지능) 전환 등 혁신 과제를 이끌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김 전 의원은 인선 발표 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과는 일면식도 없다”면서도 “그럼에도 부의장직을 맡긴 것은 국민경제자문회의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해 달라는 뜻으로 이해한다”고 밝혔다. 이어 “눈 앞에 선 우리의 거친 길은 정부만의 노력이나 한 정당의 힘만으로 헤쳐나가기에는 너무나 험난하고 불확실하다”면서 “저의 평소 모토대로 ‘바르게 소신껏’ 일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이번 인사에 대해 “정당이나 이념이 아닌 전문성과 실무 능력을 기준으로 한 인사”라며 통합과 실용을 재차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당 대표 시절부터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실용주의 정치 철학을 강조해 왔다. 실제 초대 내각에서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을 임명하고,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된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을 전문성을 이유로 유임한 점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이어 개혁신당 출신 허은아 전 대표를 국민통합비서관으로 발탁한 사례도 있다.
다만 통합에 방점을 둔 인사 기조에도 불구하고 야권의 반발은 이어졌다.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은 “국민의힘의 전략적 요충지인 서울 서초갑에서 3선을 지낸 전직 중진 의원이 탈당계조차 내지 않은 채 이재명 정부에 합류한 것은 정치적 도의를 넘어선 배신 행위”라고 비판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보수 출신 인사 몇 명의 발탁만으로 통합 인사로 평가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요한 정치평론가는 “이재명 대통령이 강조해 온 실용주의 인사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면서도 “이혜훈 전 의원의 과거 발언 등을 감안하면 여권 내부를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는 “이번 인사를 ‘획기적’이라고 평가하는 것은 기존 인사에 대한 비판을 희석하려는 측면이 크다”며 “진영 중심 인사 기조에 대한 근본적 변화 없이 일부 인사를 내세워 협치나 포용을 말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규연 홍보소통수석이 28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장·차관급 인선 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