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잠수함 장보고함, 34년 항해 마침표…향후 방산수출 '마중물' 기대

정치

이데일리,

2025년 12월 29일, 오후 06:55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대한민국 1번 잠수함인 장보고함이 34년간의 임무를 마치고 이달 31일 퇴역한다. 장보고함은 대한민국 수중 전력의 개척자로서 장기간 무사고 항해 기록을 세우며 한국 해군 잠수함 전력의 토대를 마련했다. 퇴역 이후에는 해외 공여 등을 통한 방산협력의 ‘마중물’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일각에서는 향후 한국형 핵추진잠수함(SSN) 도입이 현실화할 경우, 1번함 명칭으로 ‘장보고함’이 부활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해군은 29일 경남 진해 해군잠수함사령부 연병장에서 장보고함 퇴역식을 개최했다. 행사장 인근 부두에는 국내 독자 설계로 건조된 도산안창호급 잠수함(3000t급)과 손원일급 잠수함(1800t급), 잠수함구조함 청해진함(3200t급)과 강화도함(5600t급)이 함께 정박해 장보고함의 마지막을 함께 했다.

초대 장보고함장인 안병구 예비역 준장은 회고사에서 “그동안 장보고함을 운용해 온 역대 승조원과 잠수함 부대원들에게 깊이 감사드린다”며 “앞으로 핵잠수함 시대를 열어갈 잠수함사령부 장병들은 더욱 치열하게 준비해, 수면 위로 올라올 필요 없이 수중을 자유롭게 달릴 수 있는 잠수함을 운용할 자격과 능력을 갖춰 달라”고 당부했다. 강동길 해군참모총장은 이날 장보고함에 명예전역장을 수여했다. 명예전역장과 취역기, 명판은 잠수함사령부 역사관에 보관된다.

장보고함은 1993년 취역과 함께 대한민국을 세계 43번째 잠수함 운용국 반열에 올려놓았다. 이후 주요 해외 연합훈련에서 은밀한 공격 성과를 거두며 장거리·원해 작전능력을 입증했다. 특히 2004년 환태평양훈련에서는 미 항공모함을 포함한 30여 척의 함정을 상대로 모의 공격을 수행하는 동안 단 한 차례도 탐지되지 않았다. 장보고함은 34년간 총 34만2000마일을 무사고로 항해한 뒤, 2024년 훈련함으로 전환돼 잠수함 승조원 교육·훈련을 지원해 왔다.

퇴역한 장보고함은 향후 방산 수출과 군사협력을 위한 자산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퇴역 군함은 우방국 양도, 함상공원 전시, 표적함 등으로 활용되고 있다. 장보고함은 당초 폴란드 차세대 잠수함 사업 수주를 염두에 두고 무상 양도 대상에 포함됐으나, 수주 실패로 명분은 다소 약화됐다. 다만 국방부는 방산 협력 차원에서 폴란드를 포함한 해외 양도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이 경우 창정비 비용은 상대국이 부담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한국은 1993년 이후 10여 개국에 40척 이상의 퇴역 함정을 양도해 왔다. 일부 국가는 이를 계기로 후속 군수지원과 신규 함정 발주로 협력 관계를 확대했다. 장보고함과 함께 209급 2번함 이천함도 향후 퇴역해 남미 국가로의 양도가 검토되고 있다. 해군이 운용 중인 209급 잠수함 10척은 10여 년에 걸쳐 모두 순차 퇴역할 예정이다.

한편 ‘장보고’라는 명칭은 향후 한국형 핵추진잠수함에 부여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통일신라 시대 해상 영웅인 장보고의 상징성은 원해 진출과 해상로 통제, 장기 작전을 핵심으로 하는 핵잠수함의 개념과 맞닿아 있다는 평가다. 해군의 잠수함 함명 제정 기준은 역사적으로 해양·해전사에 큰 공을 세운 인물이나 국가 발전에 기여한 인물을 중심으로 정하고 있다.

1992년 10월 14일 독일 HDW 조선소에서 장보고함 인수식이 열리고 있다. (사진=해군)
1992년 10월 14일 독일 HDW 조선소에서 열린 장보고함 인수식에서 인수 승조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해군)
1993년 6월 1일 진해군항에서 인수 승조원들이 장보고함 취역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해군)
1997년 5월 장보고함이 하와이 파견 훈련을 통해 1만 마일 단독항해에 성공하며 장거리 잠항과 원해 작전능력을 입증했다. (사진=해군)
2004년 4월 22일 장보고함이 환태평양훈련 참가를 위해 출항하고 있다. (사진=해군)
장보고함(왼쪽)이 2016년 서태평양 잠수함 탈출 및 구조훈련(PAC-REACH)에 참가하고 있다. (사진=해군)
장보고함 승조원들이 2020년 6월 1일 안전항해 30만 마일 달성을 축하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해군)
장보고함이 퇴역을 앞두고 2025년 11월 19일 마지막 항해를 하고 있다. (사진=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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