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가 29일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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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후보자는 29일 현재 예금보험공사에 마련된 사무실에서 인사청문회 준비에 들어갔으며, 30일 출근길 문답을 통해 과거 발언과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반대 행적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힐 예정으로 알려졌다.
이번 논란은 이재명 대통령이 내년 1월 2일 출범하는 기획예산처의 초대 장관 후보자로 국민의힘 출신 이혜훈 전 의원을 지명하면서 시작됐다. 지난 28일 단행된 해당 인사는 약 20년 만에 부활하는 기획예산처의 첫 수장을 낙점했다는 점에서 정치적·제도적 상징성이 크다.
이 전 의원은 한나라당과 새누리당, 국민의힘을 거치며 3선을 지낸 정통 보수 정치인으로 분류된다. 최근까지도 국민의힘 서울 중·성동을 당협위원장으로 활동했고, 과거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하는 등 강경 보수 행보를 보여왔다. 이 같은 이력 때문에 여권 핵심 경제 부처의 첫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사실 자체가 정치권에 적잖은 충격을 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통령실은 28일 “이념과 진영을 넘는 탕평 인사이자, 경제·예산 분야에서 전문성과 실무 경험을 갖춘 인물”이라며 발탁 배경을 설명했다. 민주당 역시 “중도 실용주의를 강조해 온 대통령의 인사 철학이 반영된 결정”이라며 이번 인선을 옹호했다. 이 후보자도 같은 날 입장문을 통해 “경제와 민생 문제 해결은 정파와 이념을 떠나 협력해야 할 과제”라며 국정 목표 수행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이러한 설명에도 불구하고 야권의 반발은 거셌다. 국민의힘은 인선 발표 당일인 28일 오후 서면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당헌·당규에 따라 이혜훈 전 의원에 대한 제명을 의결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29일 전남 해남 현장 시찰 중 기자들과 만나 “장관직 수락에 대해 개탄을 금할 수 없다”며 “보수의 가치를 확고히 재정립하지 못하고 당성이 부족한 인사들에 대해 제대로 조치하지 못한 결과”라고 비판했다.
당내 비판 수위는 거세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29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혜훈 전 의원은 이재명 정권의 앞잡이가 돼 자리를 구걸하고 있다”며 “이를 탕평 인사로 볼 국민은 없을 것”이라고 직격했다.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 역시 같은 날 “보수 정당의 혜택을 받은 인사가 이재명 정부에서 부역하는 것은 명백한 배신 행위”라고 주장했다.
반면 야권 내부에서는 다른 시각이 제기됐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29일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지금은 배신자 낙인을 찍을 때가 아니라 보수 진영이 국민에게 매력적인 비전과 담론을 제시해야 할 때”라며 국민의힘의 대응을 비판했다. 그는 “정권 초기부터 이런 파격적인 확장 전략을 쓰는 것은 위기감이 아니라 자신감의 발로”라고 평가했다.
여당 내부에서는 통합과 실용을 강조하는 기류가 이어지고 있다. 김현정 민주당 대변인은 “이 후보자는 경제 전문가로서 탕평과 적재적소 인사의 결합”이라며 “협력과 민생 중심의 국정 수행이라는 대통령 철학이 반영된 인사”라고 밝혔다.
논란의 중심에 선 이 후보자는 청문회 준비와 함께 과거 행적에 대한 해명에 나설 예정이다. 그는 최근 “경제와 민생은 이념보다 우선돼야 한다”며 “이재명 정부의 국정 목표인 성장과 복지의 조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반대 행적과 관련해서는 “당시 분위기에 휩쓸려 잠깐 따라간 것은 잘못된 일이고 후회하고 있다”고 반성의 뜻을 내비친 바 있다.
후보자 개인의 과거 정치 행보가 인사 검증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일각에서는 이번 인사가 단순한 인선 차원을 넘어 정권 초반 국정 기조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