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양국 정상 간 구체적인 합의 사항이 없고, 문서화되지 않았다는 점은 이번 정상회담의 한계로 지적된다. 한한령 해제와 서해 구조물 문제, 한반도 평화와 관련해 중국 측의 명확한 입장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무 합의를 통해 성과를 쌓아가야 한다는 과제가 남았다.
이재명 대통령이 8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중국에서 귀국한 다음 날인 8일 이재명 대통령은 수석보좌관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한중 관계의 전면적 복원을 위한 든든한 토대가 마련됐다”고 말했다. “경제·문화 전반에서 교류를 강화하기 위한 발판도 구축됐다”고 덧붙였다.
정부 내 평가도 긍정적이다. 4~7일간 중국 순방 기간 이 대통령 일행과 동행한 외교부 고위 관계자는 “중국 권력 서열 1·2·3위 인사들이 이 대통령과 만남을 가졌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큰 성과”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 정부가 한국을 어떻게 인식하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라면서 “중국 지방 정부 등에도 점진적인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 이 대통령은 시진핑 국가주석을 비롯해 중국 권력 서열 2위이자 경제사령탑인 리창 국무원 총리를 만났다. 3위 격인 자오러지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장도 접견했다. 상하이에서는 천지닝 상하이 당서기와 회동했다. 상하이 당서기는 중국 차기 지도자 코스로 꼽힌다. 강유정 청와대 대변인은 기자들을 만나 “이재명식 실용 외교를 국제사회에 분명히 인식시키는 계기가 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정부의 입장을 반영하는 관영 매체들도 호의적인 논조를 보였다. 인민일보는 양국 정상의 만남이 역내 평화와 발전에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신화통신은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의 청사진이라고 보도했다.
◇ 모호한 中 답변에 野 혹평
그러나 나흘간의 방중 기간 구체적인 합의가 없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야권에서는 “합의문조차 만들지 못했다”는 혹평이 나왔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8일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에서 “중국은 한한령 해제와 북핵 문제 해결, 서해 구조물 문제에 사실상 답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문재인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북핵 문제를 우선적으로 다뤘다”며 “이번 회담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원론적 수준에서 중국의 역할을 요청하는 데 그쳤다”고 적었다.
중국 측도 정상회담 자리에서 이 대통령이 제기한 여러 사안에 대해 경청은 했지만 구체적인 답변은 하지 않았다. 한한령 해제와 관련해서는 “석자 얼음은 한번에 녹지 않는다”는 표현으로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서해 구조물 문제는 실무 협의에서 우리 입장이 얼마나 반영될지는 불투명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이 건조를 추진 중인 원자력추진잠수함과 관련해서도 중국은 명확한 입장을 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 중재 역할 요청에 대해 시 주석은 “(대북 관계에 있어서) 인내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실무 협의로 실질 성과 낸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번 회담에 문서화된 결과가 없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정상 간 신뢰가 쌓이면 문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그는 “민감한 시기에 문서를 남기는 것 자체가 부담이 될 수 있다”며 “남북 문제나 핵 문제, 서해 구조물 문제에서 만나 협의하기로 한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청와대는 앞으로 실무 협의를 더 해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이 대통령도 한한령 해제에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내비쳤다. 서해구조물 등에서는 양측 실무진이 만나 협의를 하면서 해결점을 찾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이 대통령은 ‘중간선을 긋자’며 본인의 해답을 제시하기도 했다.
미국·일본과 중국 사이에서의 균형 외교 역시 과제로 꼽힌다. 시진핑 주석은 정상회담 모두발언을 통해 이 대통령에게 “역사의 올바른 편에 서라”고 말한 바 있다. 이를 두고 청와대는 “확대 해석은 하지 말자”는 입장이다. 이 대통령도 “공자의 말처럼 착하게 살자는 의미로 이해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일본 언론들은 중국이 한미일 3국 간 균열을 시도할 수 있다는 시각을 내놓고 있다. 향후 한국의 대일·대미 전략에도 주목하는 눈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