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첩사 쪼개기 개편안…정치·軍 수뇌부 결합 재현 방지는 '글쎄'

정치

이데일리,

2026년 1월 08일, 오후 07:00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12·3 비상계엄 사태 과정에서 위법 행위가 드러난 국군방첩사령부(이하 방첩사)를 해체해야 한다는 민관군 합동 자문기구의 권고안이 나왔다.

국방부 민관군 합동 특별자문위원회 산하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위원회’는 8일 활동 결과 브리핑을 통해 현 방첩사를 해체하고, 수사·정보·보안 기능을 분리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분과위는 방첩사가 정보수집, 안보수사, 보안감사, 신원조사 기능을 동시에 수행하며 민주적 통제 없이 권력기관화됐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방첩사를 해체하고, 안보수사 기능은 국방부 조사본부로 이관할 것을 권고했다. 또 방첩정보 기능은 전문기관으로 가칭 ‘국방안보정보원’을 신설해 방첩·방산·대테러 관련 정보활동과 방산·사이버 보안 임무를 수행하도록 했다. 보안감사 기능은 가칭 ‘중앙보안감사단’을 신설해 중앙 보안감사와 신원조사, 장성급 인사검증 지원 등을 맡도록 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민관군 합동 특별자문위원회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위원회의 홍현익 분과위원장이 8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브리핑룸에서 방첩사 해체 방안 관련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다만 방첩사 해체의 직접적 배경이 12·3 비상계엄 과정에서 방첩사가 핵심 부대로 기능했다는 점에 있는 만큼, 이번 개편안이 문제의 원인과 정확히 맞닿아 있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제기된다. 계엄 재발 방지라는 중대 과제에 비해 조직 해체의 논리적 인과성이 충분히 설명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윤석열-김용현-여인형’으로 이어졌던 정치·군 수뇌부 결합 구조가 재현될 경우, 조직을 여러 개로 분리하더라도 비상계엄과 같은 사태를 제도적으로 차단할 수단은 사실상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세 기관 모두 국방부 장관 휘하 국장급 기구의 지휘·통제를 받는 구조인 만큼 기관 간 독립적 견제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개편 내용 가운데 인사첩보·세평수집·동향조사 기능을 전면 폐지한 부분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분과위는 해당 기능이 과거 권한 남용의 통로가 돼 왔다고 판단했지만, 이 기능이 사라질 경우 일선 지휘관과 부대에 대한 비리 징후 파악과 사전 예방 기능 역시 함께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군 내부 비위나 기강 해이를 조기에 포착해 통제하던 최소한의 감시·견제 장치가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국회 통제 강화 방안 역시 구조적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존에도 방첩사는 국회 정보위원회의 감시·견제를 받아왔던 만큼, 국방위원회 통제를 추가로 받는 수준 외에는 실질적 차별성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이 같은 이유로 일각에서는 이번 권고안이 민주적 통제 강화라는 명분과 달리, 기능 분산에 따른 전문성 및 효율 저하와 군 기강 약화라는 부작용을 동시에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방첩 기능의 전문성과 비효율성이 구조적으로 고착될 경우 정권 교체 때마다 조직을 다시 통합하거나 원상 복구하려는 논의가 반복되면서, 방첩 체계가 정치 일정에 따라 흔들리는 악순환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분과위는 신설 기관의 설치 근거를 법률로 명확히 하고, 인력 재배치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대책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방부는 권고안을 토대로 세부 조직편성안을 마련해 관련 법·제도 정비와 부대계획 수립을 단계적으로 추진하고, 올해 안에 방첩사 개편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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