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텨서 살고, 버텨서 무너졌다…김병기 버티기는 성공할까[국회기자24시]

정치

이데일리,

2026년 1월 10일, 오전 08:00

[이데일리 조용석 기자] 특혜·갑질 의혹에 공천헌금 의혹까지 더해진 김병기 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에 대한 탈당 요구가 민주당 안팎에서 이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김 전 원내대표는 “제명을 당하는 한이 있더라도 제 손으로 탈당하지는 않겠다”고 버티고 있습니다.

여의도에서는 국회의원들이 당으로부터 공식·비공식적으로 탈당 요구를 받는 사례가 종종 있습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다수는 탈당을 선택하지만 김 전 원내대표처럼 끝까지 버티는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끝까지 버텼던 이들의 선택은 어떤 결말로 이어졌을까요.

우상호 정무수석(오른쪽)과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왼쪽)이 8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 앞서 논의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 우상호는 살고 차명진은 무너졌다…탈당 거부 다른 결말

10일 정치권에 따르면, 당의 탈당 요구에 응하지 않았던 대표적인 사례는 2021년 우상호 현 대통령실 청와대 정무수석입니다.

당시 한국토지주택공사(LH) 부동산 투기 의혹이 정치권 전체로 번졌고 결국 당시 여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 국민권익위에 전수조사를 의뢰했습니다. 야당이던 국민의힘도 전수조사에 동참하면서 여야 의원 전원에 대한 조사가 진행됐죠.

권익위는 우 수석을 포함한 민주당 의원 12명이 부동산 관련 비위 의혹이 있다고 발표했고 당시 송영길 민주당 당대표는 이들에게 탈당을 권고했습니다. 당시 우 수석은 농지법을 위반했다는 의혹을 받았죠.

하지만 우 수석은 “어머니 묘지로 쓰기 위해 구입한 농지로, 계속 농사를 지어와 위법 소지가 없다”고 주장하며 강력하게 탈당을 거부했습니다. 이후 우 수석은 경찰이 농지법 위반에 대해 ‘혐의없음’ 결론을 내리면서 명예를 회복하고 정치 활동을 재개할 수 있었습니다.

정치권에서는 이 사례가 당의 탈당 요구에 응하지 않고 사법적 판단을 기다린 것이 결과적으로 정치적 명예를 지키는 선택이 된 경우로 평가합니다.

반면 2020년 제21대 총선 당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차명진 후보의 탈당 거부 사태는 개인은 물론 당 전체의 운명을 바꿨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차 후보는 당시 선거방송 토론회에서 세월호 유가족 관련 부적절한 발언을 했고 이에 당 윤리위에서는 ‘탈당권유’ 징계를 내렸습니다.

하지만 탈당권유 시 10일 이내만 탈당을 하면 되기에 선거를 5일 남겨뒀던 차 후보는 탈당을 미루고 완주 의사를 표시했습니다.

이후 미래통합당은 부랴부랴 최고위를 열어 제명 처분을 했으나, 차 후보가 신청한 제명불복가처분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이면서 탈당이 반려됐고 차 후보는 총선을 완주했습니다.

나빠진 수도권 민심의 직격탄을 맞은 미래통합당은 당시 수도권 121석 중 불과 16석을 얻는데 그치는 전례 없는 참패를 당했습니다. 민주당은 이중 103석을 얻었습니다. 해당 선거 이후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차 후보의 막말 논란으로 통합당에서 30~40석이 날아갔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그리고 차 후보는 이후 다시는 국민의힘으로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본인 의혹과 관련해 원내대표직을 사퇴한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를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 당 연대 책임 피하려 탈당 요구…제명절차 정치적 부담↑

대형 비위 의혹이 불거졌을 때 당이 탈당을 요구하는 이유는 당의 연대 책임을 차단하기 위해서입니다. 본인이 신속하게 결정할 수 있는 탈당과 달리, 징계나 제명 절차를 진행할 경우 속도가 더디고 정치적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탈당을 거부하고 있는 김 전 원내대표의 경우도 윤리심판원 징계 절차가 진행되면서 관련 보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민주당으로서는 최소한 오는 13일로 예정된 김 전 원내대표에 대한 윤리심판원 결론이 나올 때까지 부담을 안고 갈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김 전 원내대표는 현 상황에 대해 “소나기가 오는 상황을 조금만 믿고 기다려달라. 대부분 해결을 하겠다”고 했으나 쉽지 않아 보입니다. 경찰은 9일에도 김 전 원내대표 측에 공천헌금을 건넸다는 의혹을 받는 전 동작구의원을 조사하면서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경찰에 접수된 김 전 원내대표에 대한 고소·고발만 10여 건이 넘습니다.

김 전 원내대표의 버티기가 우상호 수석 사례처럼 명예 회복으로 종결될지, 아니면 차명진 후보 사례처럼 당과 개인 모두에 부담을 남기는 결말로 귀결될지는 아직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다수의 민주당 의원들이 ‘선당후사’를 언급하며 김 전 원내대표의 탈당을 정중히 요청해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가 완전한 무고함을 입증하고 돌아오지 못할 경우 정치적 고립을 피하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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