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적 모호성 '흔들'…北 일방적 주장에 대통령은 수사 지시까지

정치

이데일리,

2026년 1월 11일, 오후 06:59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북한의 한국발 무인기 영공 침범 주장과 관련해 군 안팎에서는 ‘북한 프레임에 휘둘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본래 북한이 선전·선동에 강점을 가진 만큼 12·3 비상계엄 이후 국내 정치에서 불거진 ‘외환(外患) 몰이’ 논란을 대남 심리전에 활용할 가능성도 거론되는데, 우리 정부와 군이 과도하게 대응하면서 오히려 북한의 의도에 말려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11일 담화를 통해 한국발 무인기의 영공 침범 주장을 거듭하며 “책임 있는 대응”을 촉구했다. 전날 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 성명에서 남측 무인기가 이달 4일과 지난해 9월 북한 영공을 침범했다고 주장한 데 이어 한국 정부가 사실관계를 밝히고 책임을 져야 한다는 압박을 이어간 것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 국가안보실은 이날도 “정부는 북측에 대한 도발이나 자극 의도가 없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한다”며 “군의 1차 조사에 이어 군·경 합동 조사를 통해 진상을 규명하고 결과를 신속하게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정부는 남북 간 긴장을 완화하고 신뢰를 쌓아가기 위한 실질적인 조치와 노력을 지속해갈 것”이라고 했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북한의 ‘한국 정부 무인기 도발’ 주장과 관련해 신속한 조사를 지시했다. 국방부는 해당 시기 무인기를 운용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으나, 민간 무인기 등 여러 가능성이 거론되는 상황이다.

북한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은 10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작년 9월과 지난 4일 한국이 침투시킨 무인기를 격추했다고 주장하며 이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사진은 북한의 ‘한국 무인기’ 주장 동체 모습이다. (사진=연합뉴스)
문제는 정부와 군 당국의 대응이 이례적이라는 점이다. 북한이 일방적으로 제기하는 특정 사건 주장은 그간 군이 ‘확인해도 말하지 않는’ 이른바 전략적 모호성의 영역이었다. 북한 주장에 대해 한국이 매번 진위 여부를 공개적으로 확인할 경우 사실관계와 별개로 불필요한 ‘설명 경쟁’에 끌려갈 수 있기 때문이다. 공개하는 순간 북한 주장에 일종의 공식적 지위를 부여하는 꼴이 되고, 북한이 이를 선전·선동 소재로 반복 활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 때문에 군은 일종의 ‘안보 커뮤니케이션 원칙’을 통해 북한이 무기체계 사진과 비행기록 등을 공개하더라도 선전전에 말려드는 것을 경계했다. 정보자산 운용 방식이나 탐지체계의 한계가 노출될 가능성을 고려해 탐지·추적·분석 과정과 결론 발표에 인색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대통령 지시에 따른 민·군 합동 조사 및 수사 단계로까지 확대됐다. 국방부 장관은 특정 부대 실명을 거론하며 무인기 훈련 사실이 없다고 언론에 재차 확인하기도 했다.

한 예비역 군인은 “설령 수사를 통해 우리 소행이 아니라는 점이 명백해져도 북한이 주장을 굽힐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오히려 우리의 대응 자체를 자신들의 주장 정당화에 활용할 수 있고, 결국 한국은 국가역량과 내부 갈등만 소모하는 결론으로 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치권에서도 우려가 잇따랐다.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민간 무인기 침투라면 중대 범죄’라는 언급 등은 북한 주장을 기정사실화해 북한을 기세등등하게 만들 수 있는 적절치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개혁신당 정이한 대변인도 논평에서 “적국의 주장에 고개를 숙이고 국민부터 의심하는 것이 과연 주권국가 정부의 태도냐”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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