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양국 '포괄적 협력' 공감대…中에 대해선 '온도차'

정치

이데일리,

2026년 1월 13일, 오후 07:02

[나라=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지난 10월 30일 이후 두 달 반 만에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양국의 협력을 포괄적으로 넓혀 가자는 데 합의했다. 인공지능과 지식재산 보호 등 분야에서 양국 간 협력을 심화하기 위한 실무협력을 이어 가기로 했다.

다만 중·일 갈등에 대해서는 한일 간 미묘한 온도차가 감지됐다. 다카이치 총리는 공급망 협력과 한미일 연대 등을 언급하며 한국의 적극적인 참여를 요청한 반면, 이재명 대통령은 “동북아 지역 한중일 3국이 최대한 소통하고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 국빈 방문 후 실용·가교 외교 노선을 분명히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13일 일본 나라현 정상회담장에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공동언론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화기애애하게 시작한 양국 정상 회담

두 달 반 만에 다시 만난 두 정상은 시종일관 밝은 표정을 유지하며 회담장 분위기를 띄웠다. 특히 다카이치 총리는 활짝 웃는 모습으로 이 대통령을 환대하고 배려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를 반영하듯 다카이치 총리는 이번 이 대통령의 방일로 한일 관계가 한 단계 도약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회담 전 모두발언에서 한일 셔틀외교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일한 관계의 전략적 중요성에 대해 공통된 인식 하에 심도 있는 논의를 가질 수 있었다”면서 “이 대통령과 함께 일한 관계를 진전시키면서 지역 안정을 위한 공조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최근 경색된 중·일 관계와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중국은 일본에 대한 희토류 수출 제한 조치를 단행했다. 중국 자국 내에서도 반일 드라마·영화를 정규 TV 프로그램에 편성하는 등 대일 적대감을 높이고 있다. 중재자 역할을 기대할 수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사실상 중·일 갈등을 방관하고 있다.

정상회담 후 다카이치 총리는 한일 양국을 둘러싼 전략 환경이 갈수록 엄중해지고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미국까지 포함한 ‘한미일 연대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 의존도가 높은 희토류 공급망의 불확실성이 커진 점을 언급하며 이 대통령도 공급망 안정에 동의했다고 강조했다.

반면 이 대통령은 ‘한일 관계 복원’이라는 대전제를 강조했다. 최근 국제관계가 어지러워졌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한일 협력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전후 한국과 일본은 괄목할 만한 성장과 발전을 이뤄냈는데, 그 성장과 발전의 과정에서 한국은 일본에게, 일본은 한국에게 크나큰 힘이 되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좋은 점을 더 발굴하고 키우고, 불편하거나 나쁜 점을 잘 관리해서 최소화하면서 더 나은 미래를 향해 손잡고 함께 가면 더 나은 미래를 확실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중·일 갈등과 관련된 언급도 있었다. 모두발언 등에서 중국을 연상할 만한 ‘공급망’ 등의 발언을 하지 않았지만 한중일 3국이 협력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동북아 지역 한중일 3국이 최대한 공통점을 찾아 함께 소통하며 협력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일 협력 확대 방침 ‘재확인’

대중 관계에 있어 양국 정상은 미묘한 온도차를 보였지만 경제와 안보 등에 있어서는 협력 확대에 공감대를 재확인했다. 이 대통령은 “양국이 교역 중심의 협력을 넘어 경제안보와 과학기술, 국제규범을 함께 만들어 가기 위한 보다 포괄적인 협력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다”며 “인공지능, 지식재산 보호 등 분야에서 양국 간 협력을 심화하기 위한 실무협의를 이어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저출생·고령화 등 공통 과제도 의제로 올랐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출범한 ‘한일 공통 사회문제 협의체’가 저출생·고령화, 국토 균형성장, 농업·방재, 자살 예방 등 공동 과제의 대응 방안을 논의해 온 점을 높이 평가했다. 양국은 지방 성장 등 공통으로 직면한 과제에서 구체적 성과를 도출하기로 했다.

초국가적 범죄 대응에서는 국제 공조가 핵심 합의로 제시됐다. 이 대통령은 “스캠 범죄를 비롯한 초국가 범죄에 대해서도 양국이 공동 대응을 강화하기로 했다”며 “우리 경찰청 주도로 발족한 국제 공조 협의체에 일본이 참여하기로 했고, 양국 간 공조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한 합의문도 채택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제3국에서 한일 양국 국민의 안전 보호를 강화하고, 세계 각국에 위협이 되는 초국가 범죄 해결에 양국이 공동으로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보 현안과 대북 정책 공조도 확인했다. 이 대통령은 “급변하는 국제정세 속에서 역내 평화와 안정을 위한 한일·한미일 협력의 중요성에 인식을 함께했다”고 전한 뒤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구축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하고, 대북정책에 있어 긴밀한 공조를 이어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다카이치 총리도 역대 일본 정부의 외교적 과제를 언급했다. 대북 대응과 관련해서는 ‘완전한 한반도 비핵화’에 한 목소리를 냈고, 납북자 문제에 대해서는 “(한국과) 긴밀히 협조해서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일 관계에 발목을 잡아왔던 과거사와 관련해서는 이견이 크지 않은 주제를 다뤘다. 다카이치 총리는 야마구치현 조세 탄광에서 발견된 유해 문제를 언급하며 “DNA 감정 협력과 관련해 양국 협력이 진전되는 것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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