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실 산하 '통일연구원' 우리부로 옮겨라…통일부 일방적 '입법예고'

정치

뉴스1,

2026년 1월 15일, 오전 05:00

김민석 국무총리가 지난 9일 서울 은평구 한국행정연구원에서 열린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업무보고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6.1.9/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국무조정실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소관인 통일연구원을 통일부 산하로 변경하는 '통일연구원법 제정안'이 통일부 주도로 입법예고됐다. 다만 절차상 국무조정실과 제대로 된 협의 없이 이뤄진 입법예고였고, 통일연구원 측에서도 여러 우려를 표하는 상황인데 '선조치 후보고'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추후 반발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정부 관계자 등에 따르면 통일부는 전날(14일) 통일연구원법 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통일부는 '대북·통일정책 지원 역량 강화를 위해' 국무조정실에서 통일부 산하로 연구원 소속을 변경하겠다고 이유를 밝혔다.

통일부 측은 "통일안보분야는 그 연구 결과가 남북관계와 국가안보에 미치는 영향이 심대해 경제·인문사회연구회가 관리하는 여타 정부출연연구기관과는 그 성격을 달리하는 측면이 있다"며 "통일연구원을 통일부 산하로 이관해 정책과 연구가 유기적인 연계를 맺도록 하는 한편, 통일연구원의 역량을 강화해 정부의 합리적인 대북·통일정책 수립을 지원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통일연구원법 제정안이 입법예고되는 과정에서 국무조정실과의 충분한 협의가 없었던 것으로 뉴스1 취재결과 확인됐다.상위기관과의 협의 및 산하기관 직원들과의 의견 조율이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일방적인 행정절차 진행이 이뤄진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통일부와 총리실 간 충실한 협의가 없이 입법예고가 진행된 것으로 안다"며 "절차상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고 밝혔다. 다른 정부 관계자는 "처음 듣는 이야기"라며 "협의 없이 자체 입법예고한 것 같다"고 말했다.

통일부 관계자도 "총리실과는 아직 협의 중으로, 최종 결정된 것 없는 통일부안"이라며 "앞으로 입법예고 기간 더 의견을 수렴하고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사실상 '먼저 조치하고 후속 보고하는' 형태의 입법이 이뤄짐에 따라, 관계기관의 반발이 이뤄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통일연구원의 소속 변경은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지난해 12월 19일 열린 통일부 업무보고에서 이재명 대통령에게 요청하며 공론화됐다.

정 장관은 당시 "외교부(국립외교원), 국방부(국방연구원), 국가정보원(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모두 '싱크탱크'가 있으나 통일부는 없다"며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소관 통일연구원을 통일부로 이관해 주십사 하는, 대통령이 선물을 하나 주십사 하는 부탁을 드린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에 대해 "일리 있다"며 "통일 문제를 연구하는 곳을 굳이 다른 소속으로 둘 필요가 없다. 연구를 해보고, 국무회의 때 논의하자"고 말했다.

통일연구원의 소속 변경 문제에 대한 논의는 이후 김민석 국무총리가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업무보고를 받은 지난 9일 다시 이뤄졌다.

김 총리는 현승수 통일연구원장 직무대행(부원장)에게 "통일부 산하로 가면 생기는 어려움은 뭔가"라고 물었다.

현 직무대행은 "연구자 입장에서는 연구의 자율성이나 중립성을 경인사에서 완전히 보장받는데, (통일연구원은) 정부의 정책에 따라 크게 연구의 방향이 바뀌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연구지원 인력의 경우에는 처우에 대한 관심이 있다"고 답했다.

이어 "기본적으로 경인사 산하에서 연구를 수행할 때는 통일이라는 현안 대응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중장기적인 대계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방식으로 연구해 왔다"며 "통일부로 이관되면 부처의 현안대응에 초점이 맞춰져 당장 필요하지 않더라도 통일과 통합 과정에서의 필요한 여러 과제를 수행하는 기회가 많이 축소될 가능성이 있어서 연구원들이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총리는 "예를 들어 평화적 두 국가론이 있는데 통일부 장관의 생각이 이쪽이라고 하고, (연구원이) 통일부 산하로 가면 연구자 입장에서 볼 때 이 의견이 도움이 안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있을 때 이야기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보는 건가"라고 물었다.

현 대행은 이에 대해 "그렇게 생각하는 연구자들도 있다"고 답했다.

lgirim@news1.kr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