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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이 첨가된 음료에 소액의 세금을 부과하는 정책만으로도 비만과 관련된 의료비를 크게 줄이고, 건강 격차까지 완화할 수 있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전역에 설탕음료세를 도입할 경우 10년간 비만 환자 26만 명 이상을 예방하고 의료비 45억 달러(약 6조 4332억원)를 절감할 수 있다는 시뮬레이션 결과다.
29일 미국 하버드대 공중보건대학원 연구진이 캘리포니아 전역에 설탕음료(Sugar-Sweetened Beverage, SSB)에 대해 온스(약 30mL)당 2센트(약 24원)의 소비세를 10년간 적용했을 때의 건강·경제적 효과를 예측한 연구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먼저 연구진은 설탕음료를 정책 타깃으로 삼은 이유에 대해 "고형 식품과 달리 포만감 없이 열량만 증가시키는 특성이 있고, 가격 변화에 따른 소비 반응이 가장 뚜렷한 품목"이라고 설명했다. 즉, 같은 세율을 적용하더라도 소비 감소와 체중 변화가 가장 명확하게 관찰되는 식품군이라는 의미다.
연구진은 CHOICES(Childhood Obesity Intervention Cost-Effectiveness Study) 미시 시뮬레이션 모델을 활용해 2023년부터 2032년까지의 변화를 추정했다. 구체적으로 캘리포니아에 거주하는 2세 이상 인구 약 4330만 명을 대상으로 시뮬레이션을 진행했다.
세금이 전액 소비자 가격에 반영된다는 가정 하에, 설탕음료 평균 가격은 22.7% 인상되는 것으로 설정했다. 다만 설탕음료에는 다이어트 음료, 100% 과일주스, 우유 등은 제외됐다. 이를 바탕으로 가격 상승 → 소비 감소 → 체중 변화 → 질병 발생과 의료비 변화로 이어지는 경로를 장기간 추적했다.
분석 결과, 설탕음료세 도입으로 2032년 한 해에만 성인 비만 26만 6000명, 소아·청소년 비만 4만 2700명을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나타났다. 10년간 누적 효과로 보면 비만 상태로 보내지 않는 기간이 총 202만 년 줄어드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에 따라 사망 6320명 예방, 삶의 질을 반영한 생존연수(QALY) 11만 4000년 증가, 총 생존연수 2만 1700년도 증가하는 것으로 전망했다.
정책의 비용 대비 효과는 매우 컸다. 설탕음료세 시행을 위한 10년간 행정·운영 비용은 총 4040만 달러(약 577억 5988만원)로, 1인당 약 0.93달러(약 1329원) 수준에 그쳤다. 반면 의료비 절감 효과는 훨씬 커, 1달러(약 1429원)를 투자할 때마다 비만 관련 의료비 112달러(약 16만원)를 절감하는 구조로 계산됐다. 연구진은 이를 "모든 비용효과성 지표에서 '비용 절감'에 해당하는 정책"이라고 평가했다.
소비 측면에서도 변화가 뚜렷했다. 세금 도입 첫해에 설탕음료 관련 지출은 성인 1인당 평균 32.5달러(약 4만 6475원), 아동은 25.7달러(약 3만 6751원)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세금이 추가되더라도 소비량 자체가 줄어들어 가계의 총 지출은 오히려 감소하는 방향으로 작동한다고 설명했다.
저소득층 '비만 감소' 효과 1.4배 더 높아…"설탕세 도입해도 대체음료 마시지 않아"
연구진은 설탕세가 부과된다고 하더라도 다른 고열량 식품 등을 섭취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연구진은 "일부 대체 소비가 발생할 수 있으나, 기존 연구를 종합하면 설탕음료 소비 감소의 상당 부분이 물이나 무가당 음료로 이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순열량 섭취도 감소했으며, 체중·의료비 효과 역시 순감소했다"고 말했다.
소득별로 보면 연방 빈곤선 130% 미만 저소득층의 비만 감소 효과는 고소득층(350% 이상)보다 1.4배 컸다. 연구진은 "저소득층과 소수 인종 집단에서 설탕음료 소비량이 더 많고, 체질량지수(BMI)가 높을수록 같은 소비 감소에도 체중 변화가 더 크게 나타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세수 효과도 상당했다. 연구진은 캘리포니아에서 온스당 2센트 설탕음료세를 도입할 경우, 한 해에만 약 16억 달러(2조 2886억원)의 세수가 발생할 것으로 추정했다. 기존 도시 단위 설탕세 사례를 보면 이 재원은 영양 교육, 건강한 식품 접근성 확대, 아동·청소년 체육 프로그램, 지역 보건사업 등에 활용돼 왔다.
연구진은 도시 단위가 아닌 주(州) 단위로 설탕음료세를 확대한 점도 이번 분석의 중요한 전제로 제시했다. 도시 단위 과세의 경우 인접 지역으로 이동해 음료를 구매하는 '회피 소비'가 발생할 수 있지만, 주 단위 과세는 이같은 회피 여지를 줄여 정책 효과를 증폭시킬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는 최근 국내에서 제기된 '설탕 부담금' 논의와도 맞물린다. 이재명 대통령은 전날(28일) 당류가 과다하게 포함된 식품에 부담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언급하며, 설탕 사용을 억제하고 이를 통해 확보한 재원을 지역·공공의료 강화에 재투자하는 구상을 공개했다. 이 대통령은 설탕세 도입에 찬성하는 여론조사 결과를 공유하며 사회적 논의를 시작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의견을 물었다.
다만 이번 연구는 실제 정책 시행 결과가 아니라 시뮬레이션이라는 한계를 갖는다. 지역 간 구매 이동, 장기적인 식습관 변화, 산업의 대응 전략 등은 현실에서 달라질 수 있다. 그럼에도 연구진은 현재까지 축적된 가격·소비·체중 변화에 대한 근거를 종합할 때, 설탕음료세는 공중보건 정책 도구로서 충분한 근거를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미국 예방의학 학회지(American Journal of Preventive Medicine)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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