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설탕 부담금 VS 설탕세

정치

이데일리,

2026년 1월 29일, 오후 07:12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지난 28일 이재명 대통령이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의미 있는 글 하나를 올렸다. ‘설탕 부담금’ 도입 공론화에 관한 글이었다. 뉴스 링크도 하나 함께 걸었다. ‘설탕세’라는 문구가 적힌 그래픽이 따라붙었다.

기자들은 이를 보고 기사를 썼다. 세금 제도를 잘 아는 소수 기자만 빼고 대부분은 ‘대통령이 설탕세를 화두로 던졌다’고 했다. 기사가 나오고 반응이 이어지자 청와대가 나섰다. ‘설탕세가 아닌 설탕 부담금이다’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도 수차례 SNS로 언급했다. ‘설탕 부담금’이라고 강조했다.

소비자가 느끼기에는 사실 설탕세나 설탕 부담금이 큰 차이가 없을 것이다. 설탕이 들어간 음료나 과자류의 가격이 올라가는 것은 매한가지다. 그러나 ‘새로운 세목’의 등장으로 비칠 수 있다. 증세가 연상되는 ‘설탕세’보다는 ‘설탕 부담금’이 정부 입장에선 덜 부담스럽다.

실제 설탕세는 말 그대로 조세(tax)다. 특별소비세에 가깝다. 걷힌 세금은 원칙적으로 국고(일반 재원)에 들어간다. 반면 설탕 부담금(charge)은 준조세 성격의 ‘부과금’이다. 담배처럼 소비를 줄이려는 의도가 담겼다. 걷힌 돈은 건강증진 사업이나 의료비 부담 완화 등 사업에 쓰인다. ‘목적 지정’이다.

한 고위 공무원은 사석에서 찬성의 뜻을 내비쳤다. 부작용보다는 긍정적 효과가 클 것이라고 판단했다. 설탕 부담금을 통해 마련된 재원으로 지역별 공공병원을 지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밝혔다. 기업들이 설탕을 덜 쓰게 되면서 우리 국민의 설탕 섭취량도 줄어들 것이라고 기대했다.

다만 대통령이 원한 대로 우리 사회에서 설탕 부담금에 대한 토론과 공론화가 합리적으로 이뤄질지는 의문이다. 우리 정치 현실이 결코 이성적이지 않아서다.

대통령이 화두를 꺼내 주목받고, 거듭 반복하면서 설탕 부담금에는 이 대통령의 존재감이 투영되고 있다. 당연히 ‘반대를 위한 반대’는 등장했다. 설탕 부담금을 말하면서 찬성하면 ‘이쪽’, 설탕세를 고수하면서 반대하면 ‘저쪽’이라는 프레임마저 만들어지는 것 같다.

만약 대통령의 SNS가 아닌 국회에서 설탕 부담금에 대한 공론화가 시작됐으면 어땠을까. 정치 진영과 상관없는 각자의 의견이 모이지 않을까. 국회에는 이미 토론회, 공청회 등 토론을 위한 여러 장치가 마련돼 있다. 대통령의 SNS처럼 빠르고 강력하게 주목받지 못할 뿐이다. 느린 길이 알고 보면 더 빠른 길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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