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선트 '비준' 언급에 與野 아전인수 해석

정치

이데일리,

2026년 1월 29일, 오후 06:54

[이데일리 조용석 기자] 미국 트럼프 대통령 관세인상 압박 이후 여야가 대미투자특별법 입법이냐 국회 비준이냐를 두고 신경전을 벌이는 가운데, 미국 재무장관의 발언이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이 비준으로 해석되는 ‘ratify’라는 용어를 쓰면서 여야 대치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29일 정치권에 따르면, 베선트 장관은 28일(현지시간) CNBC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한국에 대한 관세인상에 대해 설명하며 “한국 국회가 무역 합의를 통과시키지 않았기 때문에, 그들이 비준(ratify)하기 전까지는 한국과의 무역 합의는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ratify는 사전상 ‘비준’ 또는 ‘재가’로 해석된다.

베선트 장관은 ‘(한국 국회에서) 비준(ratify)될 때까지 그들은(한국은) 25% 관세를 적용받게 되느냐’는 질문에 “글쎄요, 그렇게 하는 것이 상황을 진전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7일(현지시간)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 을 통해 “한국 입법부가 우리의 역사적인 무역 합의를 입법화(enact)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관세율을 올리겠다고 예고한 이후, 여야는 ‘한미 전략적 투자 관리를 위한 특별법안(대미투자특별법)’의 입법이냐 혹은 비준이냐를 두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비준에 부정적인 여당은 트럼프가 ‘enact’를 사용했음에 주목하며 야당이 대미투자특별법 처리에 협조하라고 주장한다. 김현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27일 기자들과 만나 “일부 언론에서 비준이라고 하는데 (트럼프 SNS에는)‘enact’ 명확히 써 있다. 비준이 아니니 팩트를 바로 잡아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오기형 민주당 의원도 SNS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제기한 것은 비준(ratify)가 아니라 입법조치(enact)의 속도다. 그럼에도, 국민의힘 대변인이 오전 비준 패싱을 아직도 언급하고 있는데, 이는 번지수를 잘못 파악한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반면 야당은 국회 비준 동의 절차를 강조한다. 헌법 60조(국회는 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조약 또는 입법사항에 관한 조약의 체결·비준에 대한 동의권을 가짐)에 따라 한미 관세협상도 비준 대상이라는 주장이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8일 국회 외통위 전체회의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왜 한국 입법부가 이것을 어프루브(approve), 승인을 안 했느냐, 왜 비준 동의 안 했느냐, 이런 취지로 보인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아직 정부가 트럼프 대통령 의도를 명확히 설명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베선트 재무장관이 갑자기 ‘ratify’라는 단어를 사용하자 민주당도 당황한 모습이다. 백승아 원내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에 대해 “한국 국회 대미투자특법 처리하는 걸로 풀이하는 기사들이 많이 있다. (민주당도)그렇게 보고 있다”고 답했다.

반면 야당은 여전히 국회 비준을 강조하며 합의 내용을 자세히 공개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곽규택 원내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정부는 국회 비준을 회피하고 대미투자특별법 처리 또한 뭉개왔지만, 미국은 이를 단순한 MOU가 아닌, 반드시 이행되어야 할 ‘입법적 구속력을 갖춘 합의’로 규정하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한미 간 무역 합의의 내용을 국민 앞에 투명하게 공개하고, 국회 비준을 추진하라”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지난해 11월 경북 경주시 라한셀렉트호텔에서 열린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만찬에서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 대통령실)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