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함 한 척에 협력사 250곳"…K-방산, 사우디서 '대·중소 원팀'

정치

이데일리,

2026년 2월 10일, 오전 09:13

[리야드(사우디)=국방부 공동취재단·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군함 한 척을 건조하려면 협력사 250여 곳과 함께 일해야 합니다. 우리의 경쟁력은 협력사와 함께할 때 시너지가 납니다.”

박용열 HD현대중공업 함정사업본부장은 9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2026 국제방산전시회(WDS) 현장에서 한국 취재진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중소 부품·기자재 업체와의 상생·협력이 세계 2위 규모의 사우디 방산시장을 공략하는 핵심 열쇠라는 설명이다.

박 본부장은 “WDS 현장을 둘러보니 여전히 부족한 점도 있지만, 협력사들과 뭉쳐 하나가 됐을 때 이를 이겨낼 수 있다고 느꼈다”며 “사우디 호위함 수주에 온 힘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WDS 전시장에서 만난 항해장비 업체 마린웍스의 김용대 대표도 “현대가 잘 되는 것이 우리가 잘 되는 것이고, 우리가 잘 되는 것이 곧 현대가 잘 되는 것”이라며 대기업과 협력사의 상생 구조를 강조했다. 마린웍스는 HD현대중공업과의 협력을 통해 페루 해군 함정 4척에 항해장비를 공급한 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국내 방산 대기업들은 이번 WDS를 계기로 중견·중소 협력업체들과 잇따라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며 공동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방 지출의 50% 이상을 현지화하겠다는 사우디의 ‘비전 2030’ 정책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대기업 단독이 아닌, 중소 방산기업과 함께 현지 생산거점과 공급망을 구축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에서다. 중소기업들 역시 K-방산 대표 기업들과 동반 진출해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려는 분위기다.

한화오션 협력사인 KTE의 구본승 대표는 “협력업체들이 한화오션과 같은 배를 타고 하나의 목표를 향해 간다고 생각한다”며 “사우디 잠수함 수주전에서도 원팀으로 참여하고 현지 파트너와의 협력 기회도 넓혀가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어성철 한화오션 특수선사업부 사장은 “잠수함은 특히 MRO(유지·보수·정비)가 중요한 분야”라며 “사우디가 독자적인 MRO 역량을 갖추기 위해서는 상당한 수준의 현지화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우디가 ‘비전 2030’을 통해 요구하는 현지화 비율을 충족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고, 국내 협력업체들도 진정성을 갖고 있어 함께 협상하고 맞춰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LIG넥스원은 이번 WDS에서 협력업체 협의체인 ‘A1 소사이어티’ 공동전시관을 운영하며 상생협력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미 사우디에 천궁-II(중거리지대공유도무기) 등 다층방공망 수출 실적을 보유한 LIG넥스원은 협력업체들과 함께 추가 수주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유도탄 정밀가공품과 지상지원장비를 생산하는 KS시스템의 김주우 부사장은 “중소업체가 단독으로 수출 기회를 갖는 것은 쉽지 않다”며 “LIG넥스원과의 협력을 통해 해외시장을 발굴할 기회를 얻었다”고 말했다. 그는 “WDS 참가는 세계 방산시장 분위기를 체감하는 계기였다”며 “앞으로도 성실히 준비해 국익과 수출 확대에 기여하겠다”고 전했다.

정부도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에 힘을 보탤 방침이다. 사우디를 방문 중인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이날 WDS에 참가한 중소기업 관계자들과 현지 간담회를 열고 방산 분야 대·중소기업 협력에 대한 정책적 지원을 약속했다.

안 장관은 “우리 방산 중소기업들이 한땀 한땀 기술을 축적하고 품질을 지켜온 결과, K-무기체계가 오대양 육대주로 뻗어나가며 대한민국 방위산업의 역사를 새롭게 쓰고 있다”며 “이러한 성과가 지속 가능한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함께 상생하는 방산 생태계를 조성하고,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지원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8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서 열린 ‘국제방산전시회(WDS) 2026’ 현장을 찾아 국내 방산업체의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한국방위산업진흥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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