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은 10일 국회 본관에서 한병도 원내대표 등 원내지도부가 참석한 가운데 ‘민생경제 입법추진 상황실’ 현판식을 열고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갔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국무회의에서 “국회가 느려서 일을 할 수 없다”고 공개 비판한 이후 약 2주 만이다. 상황실장은 김한규 원내정책수석부대표가 맡았다.
한 원내대표는 “현재 129건의 (민생)법안이 있다. 전세사기 피해를 당한 분들, 아동수당 관련 법안 등 국민의 삶과 절박함이 묻어있는 법들”이라며 “과거 국회가 정쟁에 막혀서 국민의 삶과 직결된 문제에 즉각적인 대답을 못했다. 앞으로 민주당이 상임위원장을 맡고 있는 곳은 즉각 모든 입법을 추진하고 국민의 삶을 막는 상황이 있으면 우회로를 찾아 추진해서 성과를 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직후 열린 원내정책회의에서도 한 원내대표는 민생경제 입법 상황실을 ‘멈춰선 민생법안을 실어 나를 입법 고속도로 관제센터’로 표현하며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어느 상임위가 막혔는지 주 단위, 월 단위로 정밀 점검에 정체 구간은 즉시 뚫고 우회로를 찾아서라도 법안의 도착 시간을 민생의 시계에 맞추겠다”며 “민주당은 이재명 정부와 한몸처럼 뛰어 경제 회복의 골든타임을 지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상황실장인 김한규 수석부대표도 속도전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정부 여당이다. 수많은 민생 경제 법안 중에서도 대통령실, 정부, 민주당이 합의한 법안들을 가장 최우선 과제로 처리할 것”이라며 “국회가 너무 느려서 정부가 일을 못하는 상황은 더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공교롭게도 이 대통령은 같은 날 국회 입법 지연을 또 질타했다.
이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국제질서 변화와 인공지능을 비롯한 기술 진화 속도가 예상을 훨씬 뛰어넘고 있다고 우려하며 “우리가 아무리 열심히 달려도 다른 나라보다 더 빨리 달리지 않으면 바로 경쟁에서 뒤처지는 엄중한 현실”이라며 “현재와 같은 입법 속도로는 국제사회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이 대통령은 대미투자특별법을 겨냥한 듯 “특히 대외 관계에서는 초당적 협력이 더욱 중요하다”며 “(여야 모두)주권자 국민을 대리하는 공복으로서 하나 된 힘을 발휘하는 국익 우선 정치를 부탁드린다”고 했다. 또 정부 부처를 향해서도 “시급한 입법을 위해 국회에 더 적극적으로 설득하고 부탁하라”고도 지시했다.
◇與 상임위 중심 속도전 예고…법왜곡죄 등 처리시 野 대치 불가피
상황실 설치를 계기로 민주당이 위원장인 상임위를 중심으로 입법 속도를 높일 전망이다. 국회 5분의 3 이상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 포함 범여권은 국민의힘이 반대하더라도 표결로 법안을 처리할 수 있다. 특정 법안을 최장 90일간 논의할 수 있는 안건조정위원회도 빠르면 회부당일 처리할 수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위원장인 상임위의 경우 민주당이 속도를 내기 어렵다. 위원장이 상정을 반대하거나 전체회의 개의 등을 늦추면 강제할 수단이 없다.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할 수 있으나 최장 330일 걸려 이 대통령이 강조한 ‘신속 처리’와는 거리가 멀다. 또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실시할 경우 지연 가능성은 더 커진다.
이날 한정애 민주당 정책위의장이 빗썸의 대규모 비트코인 오지급 사태 재발을 막기 위한 ‘2월 디지털 자산 기본법 제정’을 예고하면서 “야당의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드린다”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현재 정무위원장이 국민의힘 소속이기에 협조가 없다면 신속한 법안 처리가 어렵다.
다만 민주당 소속 추미애 법사위원장은 야당이 ‘악법’으로 공격하는 법왜곡죄를 언급하며 “법사위는 ‘12.3 내란’ 발발 1년이 되는 날인 지난해 12월 3일 전체회의에서 법왜곡죄를 통과시켰으나 지금까지 후속절차가 없다”고 했다. 이는 12일 본회의에 상정해 통과시키자는 의미로 해석된다. 법왜곡죄가 12일 상정되면 여야 합의 민생법안 처리도 차질이 예상된다.
민주당이 여당 상임위를 중심으로 속도를 내면 야당과 대립이 더 거칠어질 수 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이날 “여러 상임위에서 집권 여당이 충분히 논의되지 않은 법안을 일방적으로 단독 처리하려는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며 “야당인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도 감수하고 국회 비준 절차를 양보하며 대미투자 특별법 처리를 위해 특위 구성에 합의했는데, 힘 있는 집권여당인 민주당은 무엇을 양보하고 있다”고 힐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