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앞둔 '협치 오찬' 무산…당청, 장동혁 비판 속 온도차

정치

뉴스1,

2026년 2월 12일, 오후 06:22

정청래(왼쪽)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2026.1.2 © 뉴스1 사진공동취재단

청와대가 설을 앞두고 추진한 이재명 대통령과 여야 대표 오찬 회동이 무산됐다. 전날(1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사법개혁 법안이 강행 처리되자 국민의힘이 반발하며 불참을 통보하면서다. 설 직전 협치의 장면을 마련하려던 이재명 대통령의 구상은 힘을 잃었고, 정국은 다시 경색 국면으로 접어드는 양상이다.

이번 회동은 이 대통령과 양당 대표가 한자리에 모이는 상징적 자리였다. 청와대로서는 민생과 통합 메시지를 부각할 수 있는 계기였지만, 사법개혁 입법을 둘러싼 여야 간 충돌이 그 구상을 사실상 좌초시켰다는 평가다. 회동 불발은 청와대와 민주당 모두에 정무적 부담으로 남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12일 청와대에서 이 대통령과 오찬 회동을 가질 예정이었다. 장 대표는 지난 4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영수회담을 제안했고, 청와대는 이 대통령과 여야 대표가 함께하는 오찬 회동을 추진했다. 설 연휴를 앞두고 의제 제한 없이 국정 현안을 폭넓게 논의하겠다는 의도였다.

장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까지도 "국민 목소리를 충실히 전달하고 우리 당의 대안과 비전을 제시할 것"이라며 참석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신동욱·김민수·양향자 최고위원은 전날 법사위에서 재판소원법과 대법관 증원법이 강행 처리된 점 등을 문제 삼으며 불참을 요구했다. 이후 장 대표는 청와대에 불참 의사를 전달했다.

청와대와 민주당은 공개적으로는 한목소리로 국민의힘을 비판했다. 홍익표 정무수석은 이날 춘추관 브리핑에서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며 "그러한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것에 깊은 아쉬움을 전한다"고 밝혔다.

홍 수석은 이어 "국회 상황과 연계해 대통령과 약속된 일정을 취소한 것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정 대표도 의원총회에서 "청와대 오찬을 요청한 것도 국민의힘 본인들이고, 1시간 전에 이렇게 말도 되지 않는 핑계를 대면서 취소했다"며 "대통령에게 이렇게 무례한 건 대통령을 뽑은 국민에 대한 무례함이라고 생각한다"고 강하게 밝혔다.

한병도 원내대표도 "법사위에서 법안을 통과한 것 때문에 취소했다고 한다"며 "청와대 정무수석을 하면서 이런 일을 수도 없이 해봤는데 정말 해괴망측하고 무례·무도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청와대와 민주당의 발언 수위에서는 미묘한 온도차도 감지된다. 정 대표가 강한 대야 발언을 이어간 반면, 청와대는 "대화의 문은 항상 열려 있다"는 메시지를 냈다. 청와대가 협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지만, 이번 일로 더욱 경색된 여야 관계를 풀어내는 과정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설 연휴를 앞두고 개혁 입법 의지를 지지층에게 분명히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는 기류도 읽힌다. 그러나 협치 일정과의 보폭을 충분히 고려했는지를 두고는 당내에서도 엇갈린 시각이 나온다.

친명계 한 의원은 뉴스1과 통화에서 "회동 일정이 잡혀 있었다면 정무적으로 법사위도 조절해야 했던 게 아닌가"라며 당 지도부의 판단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홍 수석이 "국회 일정, 상임위원회 일정과 관련한 것은 여당이 알아서 하는 일"이라고 선을 그은 것도 여운을 남기고 있다.

백승아 원내대변인은 의원총회 후 기자들과 만나 법사위와 원내 간 사전 조율 여부를 묻는 질문에 "상임위는 상임위 일정과 계획·절차대로 법안을 통과시킨 것이고, 원내에서 따로 지침을 내리거나 한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의총에서 법사위 강행 처리가 지나쳤다는 지적이 있었냐는 물음에는 "없었다"고 답했다.

오찬 불발의 여파는 본회의로도 이어졌다. 이날 오후 처리 예정이던 민생법안은 여야가 사전에 합의한 안건이었지만, 국민의힘은 본회의 불참 방침을 밝혔다.사법개혁을 둘러싼 강대강 대치가 민생 입법 전선으로 확산한 형국이다.민주당은 2월 임시국회에서 주요 법안 처리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이어서 여야 간 공방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liminallin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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