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왼쪽)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2026.1.2 © 뉴스1 사진공동취재단
여야는 13일 이재명 대통령과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의 청와대 오찬 무산을 둘러싸고 책임 공방을 벌였다. 더불어민주당의 사법개혁 법안 강행 처리가 협치를 훼손한 것이냐, 국민의힘이 스스로 대화 기회를 걷어찬 것이냐를 놓고 극명한 입장차를 드러냈다.
이번 사태의 발단은 지난 11일 민주당이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대법관증원법과 재판소원법을 강행 처리한 데 있다. 국민의힘은 이를 '방탄용 입법'으로 규정하며 반발했고, 장동혁 대표는 전날(12일) 최고위원회의의 강경 기류를 수용해 오찬 1시간 전 불참을 전격 결정했다. 국민의힘은 본회의 보이콧에 돌입했고, 민주당은 민생법안을 단독 처리하며 정국은 급격히 얼어붙었다.
"식당 1시간 전 노쇼도 욕 먹는다" "상식적인 예의 없어"
민주당은 이날 장 대표의 1시간 전 불참 통보를 '노쇼'로 규정하고 총공세를 펼쳤다.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와의 인터뷰에서 "국민의힘 내부의 극심한 내홍 상태, 노선이 정리되지 못하는 상태 이런 것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며 "대통령과 1시간 후 예정된 오찬 회동도 전격 취소할 만큼 문제가 심각한 상황으로 보면 되겠다"고 질타했다.
박 대변인은 법사위의 사법개혁 법안 강행 처리가 불참 사유로 거론되는 데 대해서도 "민주당이 통과시키려는 걸 어제오늘 알았는가"라며 "그런 말씀을 하는 것은 이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서 책임을 민주당에 덮어씌우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정청래 대표가 최기상 수석사무부총장과 대화하고 있다. 2026.2.12 © 뉴스1 이승배 기자
윤건영 민주당 의원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어이가 없고 장 대표가 이 대통령이 차려준 설날 밥상을 한방에 걷어차 버렸다"면서 "완전 밑지는 장사를 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윤 의원은 "설날 밥상에 장 대표가 통큰 대장부로 올라가느냐 아니면 좀팽이로 올라가느냐 갈림길로 생각하는데 후자로 완전히 방향을 틀어버린 것"이라며 "1시간 전에 노쇼하는 게 어딨나. 어지간한 식당에서도 그러면 욕을 먹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현희 의원도 BBS 라디오 '금태섭의 아침저널'에 출연, "좀 무례한 게 아닌가 싶다. 장 대표 쪽에서 요청했고, 청와대에서 화답한 건데 바로 직전에 취소하는 것은 상식적으로도 예의가 없다"며 "무례를 범하면서 회피하는 것은 당대표로서 자격이 없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박홍근 의원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장 대표의 두 번째 오찬 노쇼! 윤어게인 극우세력에게 꼬리를 흔들고자 일부러 대통령을 골탕먹이는 불참쇼를 벌인 것"이라며 "나라를 위해 하루라도 빨리 사라져야 할 퇴행 정당과 정치인"이라고 말했다.
개혁신당도 비판에 가세했다. 천하람 원내대표는 SBS라디오에서 "사실 되게 잘못된 결정"이라며 "개인끼리 약속을 해도 1시간 전에 펑크 내면 이건 예의가 아닌 건데 지금 제1야당 대표랑 대통령 간의 약속을 이런 식으로 1시간 전에 깨는 건 일단 정치 도의에도 안 맞고, 기본적인 예의에도 안 맞다"고 지적했다.
"불참은 의사 표현 방법" "연출, 쇼는 NO"
국민의힘은 불참이 더 강한 의사 표현이었다고 맞받았다. 김민수 최고위원은 KBS 라디오 '전격시사'에 나와 "설 명절을 앞두고 여야 대표와의 식사 회담을 잡아놓고 그 이후에 바로 통과·강행을 시켰다는 것은 식사 자리가 법안을 덮기 위한 것이라고 보인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치인의 침묵이나 불참은 굉장히 큰 의사 표현 방법 중 하나"라면서 "장 대표가 불참하지 않았더라면 청와대에서 입에 맞는 사진 한 장으로 어제 모든 뉴스가 도배됐을 것이라고 본다"고 햇다.
양향자 최고위원도 MBC 라디오에 출연해 "명절 앞두고 야당을 불러 통합쇼에 이용하려는 계산으로 보였다"며 "한 손에는 몽둥이를 두고 또 다른 손에 악수하는 건 연출이고 쇼다. 그래서 'No'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잠시 웃는 모습만을 계속 언론에 노출할 것이 분명하고 그동안의 여러 행태를 봤을 때 우리가 가서 이 정치쇼에 함께할 의미가 없다, 이렇게 판단을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와 송언석 원내대표가 13일 오전 서울 중구 중림종합사회복지관에서 설맞이 봉사활동을 하기 위해 이동하며 지지자들과 인사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6.2.13 © 뉴스1 김명섭 기자
청와대 "불참 통보 사실 안타까워"
청와대는 유감을 표하면서도 수위 조절에 나섰다. 이규연 홍보소통수석은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설을 좀 안정적으로 맞이하게 하는 게 좋지 않겠나 해서 이런 자리를 만들었던 거였는데 응했다가 불참하겠다고 몇 시간 전에 통보하는 것은 사실 안타까운 일"이라고 평가했다.
이 수석은 오찬이 성사됐다면 여야 대표에게 입법 속도를 높여달라는 협조 요청이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미투자특별법과 민생법안 등 처리 지연 문제를 언급하며 '여야 모두의 책임이 있다'는 취지의 인식도 내비쳤다.
이 수석은 민주당의 강한 비판에 대해 "그렇게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전체적인 국정을 총괄·점검하고, 끌고 나가야 할 대통령실 입장에서는 그런 워딩이나 이런 것들은 부적절하다"고 했다.
향후 정국은 설 연휴 이후 주요 법안 처리를 둘러싼 2라운드 대치로 이어질 전망이다. 민주당은 2월 임시국회에서 민생입법은 물론 주요 개혁 법안까지 처리하겠다는 입장이고,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 등 저지 수단을 거론하며 맞불을 예고하고 있다.
22대 국회 출범 이후 누적돼 온 여야 간 불신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한층 부각됐다는 평가다. 협치의 상징적 장면이 무산되면서 감정의 골도 더욱 깊어졌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이같은 강 대 강 구도가 고착될 경우 이재명 정부 주요 국정운영 과제 전반이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liminalline@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