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수석열전]③하정우 AI수석...삼청동에 온 정자동GPT

정치

이데일리,

2026년 2월 16일, 오후 04:51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이데일리는 이번 설 연휴를 맞아 청와대 수석들에 대한 소개글을 연재하고자 합니다. 그들의 일대기보다는 그들을 특징지을 수 있는 사건·사안 위주을 중심으로 구성할 예정입니다. 가까이서 본 기자의 시각이 담겨 있다는 점을 감안하고 봐주시길 바랍니다.

챗GPT 생성 이미지
‘살아있는 유기물로 이뤄진 피지컬AI’ 하정우 청와대 AI미래수석. 이재명 대통령이 “하GPT 이것 좀 설명해보세요”라고 하면 준비된 답변이 줄줄 나온다. 그의 대답에 주변 사람들은 경탄하고 이 대통령은 껄껄 웃는다. 그들의 표정과 눈빛은 게슴츠레하지만 하GPT라면 믿고 가는 분위기다. (그들은 알아듣는 척을 하고 있을 것이다. 분명.)

이런 분위기를 감지한 하정우는 “프롬프트가 워낙 좋아서….”라면서 겸손의 모습을 보인다. 오픈AI 샘 올트먼이 챗GPT에 적용해도 부족함 없는 겸손 모드다.

수석 하정우를 보면 ‘그 분야에 실력 있는 사람을 모셔 쓴다’라는 이 대통령의 인사 철학이 엿보인다. ‘어떻게 저 사람을 데리고 올 수 있을까’라는 궁금증이 절로 나온다. AI수석 자리가 생기고 여러 후보군이 난립할 때까지만 해도 생각지 못한 인물이었다. 나이가 가장 젊었고 ‘창업을 해도 수백억원 투자를 쉽게 받을텐데 뭣하러...’라는 생각이었다.

하정우는 본인의 연봉과 스톡옵션까지 포기하며 청와대에 왔을 것이다. 그전과 다른 생소한 조직 사회에서 일하는 점도 쉽지 않을 듯 하다. 청와대 수석비서관 중에서는 젊은 축에 들어간다. 허나 요새는 주변 장년들에 보조를 맞추는 듯 하다. ‘폭삭 늙었수다’가 그의 얼굴에서 보인다. 참고로 수석 하정우는 배우 하정우보다 한살 형이다. 동안 대결로는 우열을 가리기 힘들 것 같다.

2025년 초 젊었을 시절 하정우 (하정우 AI수석 SNS)
국내에도 수많은 AI 인재들이 있을 텐데 하정우가 간택된 이유는 무엇일까. 남들 관심 없을 때 선도적으로 인공지능에 관심을 갖고 공부를 시작한 이유가 커 보인다. 김택진, 김정주, 김범수 등 한국 벤처 1세대의 산실인 서울대 컴퓨터공학과를 나온 개발수재로 2005년부터 인공지능 관련 석사 공부를 시작했다. 2005년 즈음 인공지능은 관심권 밖이었고 GPU는 단순 그래픽처리장치였다. 제프리 힌턴 토론토대학 명예교수처럼 소수 마니아만이 남아 딥러닝 등 기계학습을 연구했다. 이 분야에서 하정우는 2015년 박사 학위까지 받았다.

남들이 하지 않았던 공부는 하정우에게 ‘신의 한 수’가 됐다. 2016년 알파고 쇼크 이후 2017년 구글에서 ‘트랜스포머’라는 AI 모델을 발표했다. 특정 분야만 잘하는 AI가 아니라 범용적으로 대화하고 답을 내놓는 생성형 AI의 시대가 열리게 됐다. 2022년 말 챗GPT의 출연은 관련 업계에 충격을 줬다.

누군가는 이 상황을 진단하고 설명해줘야 했다. 다들 AI관련 똘똘이 스머프를 원했고 하정우의 경력은 만개할 수 있게 됐다. 또 하정우는 네이버의 거대언어모델(LLM) ‘클로바X’ 개발을 총괄했다. 국내 최고 포털·플랫폼 기업 네이버에서 AI개발을 맡고 있다 보니 더 믿음이 갔다. 자신의 생각을 담은 대담집을 책으로 출간했고 AI에 대한 대중적 이해를 넓혔다.

물론 네이버가 내놓는 생성형 AI는 선도주자 챗GPT나 클로드, 제미나이와 비교하면 시장 점유율이 낮다. 미국과 중국을 비교하면 초라하지만 일본이나 프랑스 등 다른 후발주자와 비교하면 우수한 수준이다. 그 자체만으로도 한국 AI업계에는 큰 자산이다. 이 대통령이 네이버 LLM 개발에 관여했던 하정우, 그런 네이버에서 최고경영인(CEO)로 일했던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예뻐라하는 게 이해가 된다.

하정우가 청와대에서 지금 하는 일도 한국형 LLM의 근저를 까는 데 있다. ‘어공’(어쩌다 공무원) 관료 이전에 ‘정부에서 일하는 경력직 임원’인 셈이다. ‘네이버에서 했던 일’을 ‘국가에서도 하라’는 뜻인데 이는 ‘소버린AI’로 귀결된다.

소버린(Sovereign)은 ‘자주적인’, ‘주권이 있는’이라는 의미인데 국가단위의 AI라는 개념이 크다. 챗GPT 등이 가끔 괴랄한 답변을 내놓지만 AI는 인간의 주요 조언자로 나서고 있다. 이런 조언자가 ‘혀꼬인 나라’ 국적의 한국어를 쓰는 척한다면 불안할 수밖에 없다.

극히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그 귀하다는 GPU를 26만장이나 확보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AI’를 잘 아는 현업 출신들이 정부·청와대에 있었던 이유도 컸을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봤을 때 하정우의 청와대 영입은 여러 의미를 던진다. ‘소버린AI’가 말만 있는 게 아니라는 징후다.

지난 2025년 말 청와대 출입기자(경제지)들과 인터뷰를 하던 하정우
매일 새벽같이 나와 매번 밤시간에 퇴근하는 그를 보면 궁금증이 생긴다. 공무원 조직 논리의 벽을 어떻게 느낄지. 청와대 수석이라는 직함이 있지만 공무원들이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것도 못하는 곳이 그곳이다.

그나마 다행인 게 하정우는 우리가 생각하는 ‘전형적 개발자의 모습’에서 벗어나 보인다는 점이다. ‘안 해본 일’에 대한 모험심과 ‘안 겪어본 사람’에 대한 호기심으로 지금을 즐기고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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