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6.2.10 © 뉴스1 허경 기자
여야가 설 연휴 사흘째인 16일에도 이재명 대통령의 다주택자에 대한 비판 메시지를 두고 정면 충돌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다주택 보유 논란에 휩싸인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를 직접 언급하면서 '다주택자 규제'에 대한 입장을 공개 요구했다. 더불어민주당도 장 대표가 집 6채를 보유한 다주택자라는 점을 부각하며 야당에 집중포화를 퍼부었다.
이에 맞서 장 대표는 '불효자는 운다'는 글을 직접 올려 이 대통령을 에둘러 비판했고, 국민의힘은 대변인 논평과 의원들의 페이스북 글 등을 통해 "편 가르기 선동", "악마화"라며 맞불을 놨다.
李대통령 "다주택자 특혜 유지해야 하나" vs 장동혁 "불효자는 운다"
여야는 설 연휴 시작부터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둘러싸고 공방을 벌여 온 가운데, 이날엔 이 대통령이 엑스(X·옛 트위터) 글을 통해 다시 논쟁에 불을 붙였다. 이 대통령은 설 연휴 전부터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된 부동산 투기 해결을 위한 다주택 규제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연일 발신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새벽 2시쯤 장 대표의 다주택 보유를 지적한 언론 기사를 자신의 X에 공유하며 야당을 직격했다. 그는 장 대표를 향해 "청와대에 오시면 조용히 여쭤보고 싶었다"며 "국민의힘은 다주택자를 규제하면 안 되고, 이들을 보호하며 기존의 금융·세제 특혜를 유지해야 한다고 보느냐"라고 공개 질의했다.
이 대통령은 "집은 투자수단일 수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주거수단"이라며 "누군가 돈을 벌기 위해 살지도 않을 집을 사 모으는 바람에 주거용 집이 부족해 집을 못사고 집값, 전월세값이 비상식적으로 올라 혼인 출생 거부, 산업의 국제경쟁력 저하, 잃어버린 30년 추락 위험 등 온갖 사회문제를 야기한다면 투자·투기용 다주택을 불법이거나 심각하게 부도덕한 일이라고 비방할 수 없을지는 몰라도 최소한 찬양하고 권장할 일이 못되는 것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긍정적 효과보다 부정적 효과가 큰 것은 분명한 만큼 국가정책으로 세제, 금융, 규제 등에서 다주택자들에게 부여한 부당한 특혜는 회수해야할 뿐 아니라, 다주택보유로 만들어진 사회문제에 대해 일정정도 책임과 부담을 지우는 게 공정하고 상식에 부합하다"고 주장했다.
이 대통령은 "국민의힘은 작은 땅덩이에 수도권 집중까지 겹쳐 부동산 투기 요인이 많은 대한민국에서 소수의 투자투기용 다주택 보유를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냐"면서 "설마 그 정도로 상식이 없지는 않을 것"이라고 쏘아붙엿다.
그러자 장 대표는 "대통령 때문에 새해 벽두부터 불효자는 운다"는 취지의 글을 올려 이 대통령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장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명절을 맞아 95세 노모가 살고 있는 충남 보령의 시골집을 찾은 상황을 전하면서 "대통령이 X에 올린 글 때문에 노모의 걱정이 크다"고 적었다.
장 대표는 이어 "(노모가) '이 집 없애려면 내가 얼른 죽어야지…에휴'(라는 말씀까지 하셨다)"며 "공부시켜서 서울 보내놨으면 서울에서 국회의원 해야지, 왜 고향 내려와서 대통령한테 욕먹구 XX이냐고 화가 잔뜩 나셨다"고 밝혔다.
장 대표는 또 "
홀로 계신 장모님만이라도 대통령의 글을 보지 않으셨으면 좋겠다"면서 "대
통령 때문에 새해 벽두부터 '불효자는 운다'"라고 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청와대 오찬에 불참하기로 결정한 뒤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6.2.12 © 뉴스1 이승배 기자
與, 李대통령 지원사격…"국민, 장동혁 주택 6채 향방 궁금해 해"
이 대통령이 장 대표에게 공개 질의하면서 여야가 또 다시 날선 공방을 주고받았다. 설 연휴 밥상머리 민심을 잡기 위해 연일 신경전을 벌이는 모습이다.
민주당은 이날 서면브리핑이나 논평을 통해 이 대통령의 부동산 관련 메시지에 지원 사격을 하는 한편 국민의힘을 향해선 날 선 반응을 보였다.
박경미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장 대표가 95세 노모를 언급한 페이스북 글과 관련해 "부모를 향한 아들의 마음은 소중하고 존중받아 마땅한다"면서도 "정치인은 사적 눈물이 아니라 공적 책임으로 평가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국민들께서 묻는 것은 단 하나"라면서 "왜 공직자가 전국 각지에 6채의 주택을 보유한 채, 치솟는 집값과 전월세 부담으로 신음하는 서민의 현실과 괴리된 삶을 살아왔는가 하는 점"이라고 문제 삼았다. 이어 "효심을 방패 삼아 다주택 보유라는 논점을 흐리는 것은 정치적 책임 회피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박해철 대변인도 서면브리핑에서 "부동산 가격 정상화를 위한 정부와 여당의 정책과 분명한 시장안정 신호가 국민의힘이 보기에는 국민 편 가르기에 불과한 것이냐"며 "이 대통령의 집값 안정을 위한 강력한 정책과 메시지로 인해 실제 다주택자가 소유하고 있던 주택이 시장에 나오고 신규 공급과 더불어 매물의 증가 추세를 보이며 부동산 정상화의 징후가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국민의힘은 다주택자 규제에 찬성한다는 것인가. 명확히 '다주택자 규제에 찬성'이라고 답변 주시면 민주당은 즉각 사과하겠다"며 야당을 압박했다. 김 원내대변인은 "국민들은 1주택자 이 대통령의 분당 아파트보다 장 대표의 주택 6채의 향방을 더 궁금해하고 있다"고 했다.
청와대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를 오는 5월 9일로 확정하며 다주택자들을 강하게 압박하는 가운데 4일 서울 시내 한 공인중개사 앞에 양도세 등 상담 안내문이 붙어 있다. 2026.2.4 © 뉴스1 김민지 기자
野, 李대통령 정조준…"흑백논리와 선동, 독선적 국정운영 전행"
국민의힘도 즉각 이 대통령을 정조준해 맞불 공세를 펼쳤다.
박성훈 당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다주택자를 악마화하던 이 대통령은 이제 국민의힘에게까지 다주택자를 보호한다는 프레임을 씌우고 있다"며 "아전인수식 해석을 넘어 독선적 국정운영의 전행"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은 선과 악의 흑백논리와 선동뿐"이라면서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에 대한 비판을 기득권 수호로 몰아가는 전형적인 편 가르기이자 저급한 꼼수"라고 지적했다.
주진우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은 그동안 부동산 대출을 규제하고, 실거주를 강제하면 집값이 잡힌다고 주장해 왔다. 결과는 참담했다"며 "통계는 거짓말하지 않는다. 이재명 임기 내내 집값과 월세는 폭등했다"고 지적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출신으로 서울시장 출마를 검토 중인 윤희숙 전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불면의 밤을 지새우며 '비판자 악마 만들기' 전략을 꺼내든 이유는 뻔하다"며 "그동안 국민들에게 '집 팔아서 주식을 사라'고 그렇게 강권했는데, 정작 본인이 재건축 로또를 기다리며 집을 깔고 앉아 있다는 게 알려졌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mrlee@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