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세계는 이념보다 국익이 우선시되는, 이른바 ‘무극(無極)의 시대’에 진입했다. 트럼프의 관세 장벽과 자국 우선주의가 몰고 온 파고 속에서 각국은 각자도생의 길을 모색하고 있다. 이런 시점에 추진되는 룰라 대통령의 한국 방문은 단순한 외교 수사가 아닌, 양국의 절실한 ‘시장 다변화 전략’이 맞물린 필연적 만남이다.
브라질은 라틴 아메리카 최대 경제국을 넘어, 현대 경제 안보의 핵심 요소를 모두 갖춘 전략적 요충지다. 세계적인 ‘식량 창고’이자 철광석 생산국인 브라질은 최근 니켈, 리튬, 니오븀(세계 1위) 등 첨단 산업의 필수 광물 공급망 중심지로 급부상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희토류다. 중국이 자원을 무기화하는 상황에서 세계 2~3위의 희토류 매장량을 보유한 브라질은 서방 국가들로부터 ‘탈중국 공급망의 핵심 파트너’로 낙점받았다. 전 세계가 중국의 대안을 찾는 지금이 한국에는 브라질과 자원 외교의 황금기를 열 최적의 시기인 셈이다.
브라질 시장의 매력은 역설적이게도 ‘늦은 개방’에 있다. 과거 수입대체산업화(ISI) 전략으로 빗장을 걸어 잠갔던 브라질은 타 신흥국보다 시장 개방이 늦었지만, 그만큼 내부 동력을 비축해왔다. 이는 우리 기업들에 세 가지 기회를 제공한다.
산업 현대화(Leapfrogging): 노후화된 제조 공정을 AI와 스마트 팩토리 등 최신 기술로 한 번에 건너뛰어 도입하려는 수요가 폭발적이다.
인프라 격차 해소: 물류 비용 상승의 주범이었던 열악한 도로와 철도를 정비하는 대규모 민관협력사업(PPP)이 열리고 있다.
디지털 전환: 오프라인 인프라의 부족을 극복하기 위해 핀테크와 이커머스가 어느 선진국보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정상 간 ‘정서적 유대’를 경제 협력의 동력으로
정치적 측면에서도 기대감이 크다. 양국 정상은 ‘개인적 역경 극복’과 ‘사회 통합’, ‘실용주의’라는 공통된 국정철학을 공유하고 있다. 이미 국제 무대에서 형성된 두 정상 간의 정서적 유대감은 양국 관계를 격상시키는 강력한 촉매제가 될 것이다.
브라질은 GDP 기준 세계 10위권의 거대 경제국이며, 구매력 평가(PPP) 기준 1인당 소득이 2만 달러를 상회하는 매력적인 내수 시장이다. 이번 국빈 방문이 한국과 브라질이 ‘무극의 시대’를 함께 헤쳐 나가는 진정한 전략적 동반자로 거듭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