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李대통령-룰라 회담에 "두 소년공 만남, 전태일 떠올려"

정치

뉴스1,

2026년 2월 23일, 오후 10:03

김용범 정책실장과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청와대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 주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 국빈방한 환영 만찬에서 대화하고 있다.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2026.2.23 © 뉴스1 이재명 기자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23일 이재명 대통령과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의 정상회담에 대해 "오늘 내가 목격한 것은 단순한 정상회담이라기보다, 주변부에 있던 삶이 제도의 중심과 마주 앉는 장면이었다"라고 평가했다.

김 실장은 이날 오후 페이스북을 통해 "숨소리 가까이에서 본 두 소년공의 만남"이라며 이같이 전했다.

그는 "한 사람은 경기 공단의 소년노동자였고, 다른 한 사람은 상파울루 금속 공장의 노동자였다"며 "산업화의 가장 낮은 자리에서 출발한 두 사람이 이제 세계 민주주의의 방향을 논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둘 사이의 친밀도는 예상을 뛰어넘었다"며 "그 공감은 정책의 유사성에서 비롯된 것만은 아니었다. 가난, 불평등, 억압, 그리고 투쟁 끝에 밀려나지 않았다는 기억—그 공통된 시간이 만든 유대였다"고 했다.

김 실장은 "특히 룰라 대통령이 이재명 대통령의 포르투갈어판 자서전을 직접 들고 와 서명을 요청한 순간은 인상적이었다"며 "한 소년공이 쓴 삶의 기록을 또 다른 소년공이 들고 와 이름을 청하는 장면, 그것은 외교적 제스처라기보다, 서로의 출발선을 인정하는 방식에 가까워 보였다"고 밝혔다.

이어 "두 소년공의 악수는 과거에 대한 보상이라기보다, 패권 경쟁과 자국 중심의 논리가 강해지는 국제 환경 속에서도 다른 선택이 가능하다는 신호처럼 보였다"고 했다.

김 실장은 파울로 프레이리의 '페다고지'를 떠올렸다면서 "1980년 오월의 광주를 통과한 세대는 이 책을 읽으며 억압을 구조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어두운 공단 뒤편, 희미한 백열등 아래에서 읽던 종이의 감촉과 오늘 영빈관에서 나눈 대화가 겹쳐 보였다"고 밝혔다.

또한 김 실장은 "그 순간 나는 또 다른 이름을 떠올렸다. 전태일"이라며 "청계천, 청와대가 보이는 그 길 위에 서 있는 그의 동상. 만약 그가 오늘의 장면을 보았다면 어떤 생각을 했을까, 1970년 그의 절규는 인간이 인간으로 대우받는 세상을 향한 요청이었다"라고 밝혔다.

그는 "여전히 불평등과 양극화는 견고하고 노동의 위계는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으나 적어도 노동은 더 이상 제도 밖의 존재만은 아니다"라며 "소년공 출신과 금속노동자 출신 대통령이 세계 민주주의를 논하는 오늘, 역사가 단순히 후퇴만 한 것은 아니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고 했다.

이어 "전태일의 꿈은 사라지지 않았고, 프레이리의 사상은 멈추지 않았다. 그 꿈은 읽혔고, 그 사상은 국경을 건넜으며, 그 시간은 이어졌다"며 "꿈은 거창한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사람이 객체가 아니라 주체로 서는 상태, 그리고 그 상태를 제도가 감당하기 시작하는 변화, 그 움직임은 느리지만 분명하다"고 밝혔다.

lg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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