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복공격' 외쳤지만 ICBM은 없었다…北, '무기 없는 열병식' 왜?

정치

이데일리,

2026년 2월 26일, 오후 04:55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북한이 노동당 제9차 당대회 폐막을 기념해 개최한 열병식을 ‘무기 없이’ 진행했다. 지난 2015년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70주년 행사 이후 13차례 열병식 중 장비가 등장하지 않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연설에서 강경한 대외 메시지를 쏟아냈지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전략무기는 물론 탱크·장갑차 같은 재래식 장비도 등장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위력 과시 대신 정치적 상징성과 내부 결속에 무게를 둔 선택이라는 분석이다.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은 26일 전날 밤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당 제9차 대회를 기념하는 열병식이 성대히 열렸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연설에서 “우리 무력은 모든 상황에 준비되어 있다”며 “나라의 주권과 안전 이익을 침해하여 가해지는 어떤 세력의 군사적 적대 행위에 대해서도 즉시에 처절한 보복 공격을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국제 정세에 대해 “평화보장체계가 붕괴되고 군사적 폭력이 남용되는 세계”라고 규정하며 군사력 강화를 재확인했다.

북한은 지난 25일 밤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노동당 제9차대회 기념 열병식에 이어 축포야회 ‘번영하라 조국이여’가 진행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6일 보도했다. (사진=연합뉴스)
이번 열병식에는 각 군종·병종·전문병종을 포함한 50개 도보종대와 열병 비행종대가 참가했다.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신종우 사무총장은 “1개 종대가 약 300명 규모라면 총 1만5000명 안팎이 동원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산했다.

그러나 북한 매체 보도와 공개 사진 어디에서도 ‘화성포-20형’ 등 ICBM, 극초음속 전략미사일, SLBM, 신형 전차 등은 확인되지 않았다. 미림비행장 일대에서 진행된 사전 연습 과정에서도 대형 장비 이동은 위성사진에 포착되지 않았다. 지난 2021년 1월 제8차 당대회 기념 열병식 때만 해도 20종, 172대의 장비가 공개됐다.

합동참모본부는 “한미 정보당국이 관련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공개 보도를 포함해 분석 중”이라고 밝혔다.

형식상으로는 ‘군사적 보복’을 강조했지만, 실제 무기 공개는 자제한 점이 눈에 띈다. 이는 미국과의 관계를 고려한 수위 조절 가능성이 거론된다. 일각에서는 미·중·북 외교 지형 변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불필요한 자극을 피하려는 의도라는 해석도 나온다.

북한 노동당 제9차대회기념 열병식이 지난 25일 밤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렸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6일 보도했다. (사진=연합뉴스)
실제 이번 행사는 ‘전략무기 과시형’이라기보다 ‘정치 결속형’ 행사에 가까웠다. 항공육전병(강하병) 집단 강하시범, 숫자 ‘9’를 형상화한 비행 편대, 대규모 카드섹션과 불꽃놀이 등이 연출의 중심이었다. 당 대회 성과를 “군사적 형식으로 총화하는 첫 의식”이라고 규정한 북한의 표현도 이를 뒷받침한다.

이번 열병식에서 또 하나 눈에 띄는 점은 김 위원장의 딸 주애의 등장이다. 주애는 어머니 리설주와 함께 주석단 중앙에 자리했다. 김 위원장과 동일한 가죽 코트를 착용하고, 단독 ‘투샷’ 장면이 다수 공개됐다. 북한 주민들이 보는 노동신문은 열병식 첫 사진부터 주애의 모습을 배치했다. 김 위원장이 연설하거나 장병을 격려할 때 바로 뒤에 서 있거나, 중앙 계단을 차지한 장면도 연출됐다.

주애는 2023년 9월 정권수립 75주년 열병식 이후 공식 열병식에 처음 등장했다. 최근 각종 행사에서 중앙 배치가 잦아지는 등 존재감이 확대되는 흐름과 맞물려 후계 구도와의 연관성에도 관심이 쏠린다. 다만 이번 당대회 공식 결정이나 직책 부여와 관련한 언급은 없었다.

(출처=한국국방안보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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